경북일보 지역경제 살리기 캠페인…환동해권 크루즈 기항지 유치 등 관광 접목한 변화 필요

▲ 지난 14일 포항 영일만항 컨테이너 부두에서 야드 크레인이 컨테이너를 옮기고 있다. 김재원기자 jwkim@kyongbuk.com
△지방 컨테이너 항만의 좌절

"매일 같이 부두에 화물선이 가득 정박해 컨테이너 작업하느라 숨 돌릴 틈 없었으면 소원이 없겠네요."

지난 14일 오전 9시 컨테이너를 실은 화물선 2척이 영일만항 부두 1, 2선석에 나란히 정박했다.

'윙~ 철컥'. 영일만항 겐트리크레인 2대가 쉼 없이 컨테이너를 배에서 들어 화물차로 내리면서 부두에 깔린 적막을 깨트렸다.

컨테이너를 실은 화물차가 부두 옆 야드로 이동 하자 '삐리릭~삐리릭~' 비상음을 내며 야드 크레인이 느린 걸음으로 화물차 곁으로 다가갔다.

검은 연기를 내뿜으며 야드 크레인이 화물차 위에 놓인 컨테이너를 옮기자 금방 또 다른 화물차가 컨테이너를 실고 크레인 아래로 들어왔다.

포항 영일만항 컨테이너 부두에 근무하는 A씨는 "바쁘게 움직이는 크레인을 보면 부두가 제대로 돌아가는 것 같아 기분이 좋다"면서 "하지만 바쁜 것도 잠시 화물선이 나가면 금세 잠잠해진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실제로 화물선에서 내리고 싣는 컨테이너들로 분주해야 할 부두는 물동량 부족으로 인해 휑한 모습을 지울 수가 없었다.

컨테이너로 가득 차야할 항만 야드 곳곳에서 텅 빈 공간들이 쉽게 눈에 띄었다.

영일만항은 개장이후 포항항의 중심항만으로 성장해 주기를 기대했지만 2000년대 중반이후 계속돼 온 철강경기 침체와 국가 경제 위기가 이어지고 있는 데다 기대했던 컨테이너 물동량이 좀처럼 늘어나지 않으면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부산항·광양항·인천항 등 전국의 항만 컨테이너 물량이 조금씩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영일만항의 물동량 증가폭은 미미한 상황이다.

이렇다 보니 영일만항 컨테이너 부두 운영사인 포항영일신항만주식회사는 매년 심각한 적자로 자본잠식이 시작돼 항만 개장 6년 만인 지난해 자본금 780억원을 모두 까먹었다.

하지만 항만으로 물량을 뿜어줘야 할 배후단지가 언제 완공되고 어떤 기업이 들어설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영일만항의 좌절감은 점차 확산 중이다.



△왜 영일만항으로 안오나? 왜 영일만항으로 와야 하나?

"영일만항 부두에 물동량을 늘리려면 배후단지에 공장이 들어서 물량을 쏟아내야 하는데 업체들은 부두 물동량이 적다고 배후단지에 입주하지 않으려 한다."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라는 딜레마에 빠진 영일만항 부두의 암울한 현실을 한마디로 표현한 말이다.

영일만항은 포항의 중심산업인 제철산업과 배후산업단지 발전을 지원하는 대북방 물류거점으로 육성하기 위해 지난 1992년부터 2조8천463억원의 사업비를 들여 2020년 준공을 목표로 2조8천543억원의 사업비를 투입해 16선석 접안시설·방파제 7.3㎞·항만배후단지 73만5천㎡ 등을 조성하는 대규모 사업이다.

항만공사가 마무리되면 영일만항은 대구·경북권의 유일한 컨테이너 부두로써 중국 동북3성, 러시아, 일본서안 등의 항만을 잇는 환동해권의 허브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됐다.

하지만 영일만항을 뒤에서 받쳐줘야 할 배후단지 조성이 차일피일 늦어지는 데다 주변에 위치한 영일만 일반산업단지마저 조성이 안되거나 마땅한 업체가 입주하지 못하면서 악순환이 거듭되기 시작했다.

특히 영일만항 일반산업단지 중 2011년에 준공된 2단지 56만9천㎡ 만 100% 분양됐을 뿐 1단지는 65만7천㎡ 중 70%만 분양 된데다 3단지의 경우 17만5천㎡ 중 6% 분양에 그쳤다.

뿐만 아니라 영일만일반산업단지 계획 중 전체의 절반이 넘는 면적을 지닌 4단지의 경우 제대로 시작하지 못한 상태로 시간만 흐르고 있다.

이로 인해 항만 배후에서 나오는 물동량이 부족하자 영일만항으로 굳이 입항하려는 선주나 화주가 없어 항로가 한자리 수에 그치고 이마저도 띄엄띄엄 들어오면서 업체들도 납기일정을 맞추기 힘들어져 일정이 빠듯한 물량은 부산항으로 보내거나 카페리를 이용하는 등 다른 방법을 강구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이렇다보니 영일만일반산업단지의 장점인 항만과의 연계성이 무용지물이 되고 기업에서 공장을 옮길만한 경제효과를 제시하는 데 실패하면서 기업 유치에 어려움을 겪는 등 딜레마에 빠졌다.

더구나 영일만항 개발 역시 28년의 사업기간 중 4년도 채 남지 않은 2016년 현재 공사 진행률이 절반도 되지 않아 언제 영일만항 개발이 마무리될 지 기약조차 없자 영일만항과 산업단지간 서로의 책임을 미루기에 급급해졌다.

이렇다보니 새로 만들어낸 물량이 아닌 기존의 신항에서 처리하던 벌크물량을 컨테이너로 변환하는 등 언발에 오줌누기 식의 대책만 쏟아져 오히려 포항경제회복에 부담으로 작용한다는 지적마저 나오고 있다.



△돌파구는 신항만 인입철도 개설과 유라시아망 복원?…앞길이 막막

포항시와 포항지방해수청 등은 영일만항 부활의 기폭제로 영일만항 인입철도 개통과 중국 동북 3성·러시아 등 북방물류 특화 항만으로의 성장을 손꼽았지만 앞길은 막막하기만 하다.

영일만항 인입철도 건설사업은 흥해읍 이인리 KTX 포항역에서 흥해읍 용한리 영일만항까지 이어지는 길이 11.3㎞의 선로로 2013년 말 착공해 1천626억원의 사업비를 들여 2018년 12월 준공 예정이다.

항만 내부와 연결하는 인입철도가 개통되면 철도와 항만 운송망이 연결돼 주변 물동량을 영일만항으로 끌어들이는 시너지 효과를 볼 것으로 기대했다.

이에 포항시는 항만 회생을 위해 인입철도를 당초 계획보다 1년 앞당긴 2017년 조기개통을 추진 중이지만 지역 주민들의 반대라는 암초에 부딪쳐 개통까지 큰 진통이 예상되고 있다.

또 영일만항의 활성화계획의 한축을 담당하는 중국 동북 3성과 러시아 항로 역시 불투명하기는 마찬가지다.

러시아 하산과 북한 나진, 그리고 포항을 잇는 육상·해상 복합 석탄 수송으로 기존 브라디보스토크 항로보다 시간과 유류비가 최소 10~15% 절감돼 러시아와 중국 동북 3성과 이어질 수 있는 새로운 항로로 기대하던 나진-하산 프로젝트가 지난 3월 정부의 대북 추가 제재 조치로 중단되면서 한순간에 물거품이 된데다 이후 재개될 기미는 보이지 않는 상태다.

여기에 매년 러시아로 5만TEU 정도의 자동차를 부품형태로 분해해서 수출하는 록다운 방식이 국제 유류가격 하락으로 인한 러시아 환율 감소로 큰 이윤이 나오지 않아 거의 중단되다 시피하는 등 영일만항에 부정적인 소식만 이어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포항지방해양수산청은 배후항만단지 내 기업체 입주가 시작되는 내년부터 영일만항 물동량이 서서히 늘어날 것이라는 한 가닥 희망을 걸고 있다.

올 연말부터 본격적으로 운영될 예정인 4만9천㎡ 규모의 냉동물류창고가 항만배후단지에 들어서면서 약 2만TEU의 신규화물이 유치될 것으로 기대하는 등 다양한 부가가치 사업을 파생시켜 영일만항 활성화의 키 포인트가 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이와 함께 영일만항의 안정적인 성장을 위해서는 지난 4월 환동해 물류거점도시 건설의 핵심사업 중 하나인 영일만항 국제여객부두건설을 위한 기본·실시설계용역이 착수에 따라 한국과 중국 동북3성, 러시아, 일본을 연결하는 환동해권 크루즈 기항지 및 페리선 거점항만 확보를 통한 문화와 관광을 접목한 영일만항의 변화의 바람을 불어넣을 준비를 시작해야 한다는 필요성이 제기된다.

마지막으로 러시아 극동지역의 주요 항만인 자루비노항, 블라디보스토크항과 항로를 연결해 북방물류 특화 항만으로 변신도 꾸준히 추진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신희철 포항지방해양수산청 항만물류과장은 "지난해 영일만항 물동량이 9만3천TEU정도로 저점을 찍은 것으로 보인다"며 "배후단지에서 물량이 나오기 시작하는 내년부터 영일만항의 물동량은 늘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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