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미가 허물을 벗는, 점액질의 시간을 빠져 나오는, 서서히 몸 하나를 버리고, 몸 하나를 얻는, 살갗이 찢어지고 벗겨지는 순간, 그 날개에 번갯불의 섬광이 새겨지고, 개망초의 꽃무늬가 내려앉고, 생살 긁히듯 뜯기듯, 끈끈하고 미끄럽게, 몸이 몸을 뚫고 나와, 몸 하나를 지우고 몸 하나를 살려내는, 발소리도 죽이고 숨소리도 죽이는, 여기에 고요히 내 숨결을 얹어보는, 난생처음 두 눈 뜨고, 진흙을 빠져나오는 진흙처럼

<감상> 이제 나는 실눈같은 빛을 따라 세상 속으로 나아가려는 중, 오른 손을 들고 휘저으면 슬픔이라는 울타리 속, 왼 손을 들고 휘저으면 나무 그늘이거나 한가로운 기쁨, 나는 날마다 허물을 벗고 나는 날마다 허물 속으로 들어가지. (시인 최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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