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의뢰로 신공항 사전타당성 용역을 맡은 'ADPi'(프랑스 파리공항공단엔지니어링)는 21일 오후 3시 정부세종청사에서 밀양·부산(가덕도) 신공항 건설보다 김해공항 확장을 권고 한다고 밝혔다 정국의 '뜨거운 감자'인 영남권 신공항이 밀양으로 기울다가 부산에 가까운 김해공항 확장이라는 엉뚱한 결론을 내린 것은 정치논리 즉 정치적 결정이다. 결정을 하는 것이 정치라고 보면 이같은 정치행위 자체에 대해 비판을 할 수는 없다. 다만 그 정치적 결정이 올바른 것이었느냐가 중요하다.

이번 결정은 국익을 고려하지 않고 정권의 이익, 즉 유불리만 보고 결정한 것이기에 틀린 결정이라는 것이 다수 전문가들의 견해다. 권력정치적 관점에서 보면 밀양과 부산(가덕도) 중 어느 곳을 선정하더라도 탈락 지역의 성난 민심을 달래기 어려운 사안이었다. 여권 내에선 신공항 문제로 현 정권의 텃밭인 경상도지역 일각이 무너지면 임기를 1년 반가량 남긴 정부의 국정동력이 약해지고 내년 말 대선에서 정권 재창출에 빨간불이 켜질 수 있다는 권력정치, 좁게는 선거공학적 계산이 팽배한 것이 사실이다.

여권 관계자들은 김해공항의 확장이 후폭풍을 최소화할 묘수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신공항에 사활을 걸었던 대구·경북은 공항 무산에 실망을 하고 있지만 야당으로 지지를 바꿀 선택지가 없을 것이라는 판단이다. 그러나 부산은 야당 지지로 돌아설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지난 4·13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 소속 의원 5명을 탄생시킨 부산에서 여권의 원심력이 더욱 확대될 것이라는 걱정을 했다. 권력 놀음에 귀재인 그들에게 과연 국정을 맡길만한 사람들인가 의구심을 가지지 않을 수 없다.

김해공항 확장 결론이 전문기관과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의 객관적 분석에 따른 공정한 결론이라는 점을 청와대는 거듭 강조하고 있다. 과연 기술적인 프랑스 파리공항공단엔지니어링이 밀양과 가덕도 중 어느 곳이 낫다는 평가를 내놓지 않고 김해공항 확장이라는 정치적 논리를 담은 결정을 할 수 있었다고 생각하는 국민이 얼마나 있을까. 이제 국민을 어린애 취급하는 위선의 정치는 그만두라. 우리 국민 90%는 보통 초등교육을 이수하고 먹고사느라 바둥거리면서 세상 보는 눈을 키웠다.

신공항은 1천200만여 주민이 모여 사는 남부권의 공항 수요가 급격히 늘어나고 있고, 지방분권 강화·지역균형 발전으로 국가발전과 국민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꼭 필요한 사업이다. 신공항에 대해 현 정부에서는 기대할 것이 없다. 그러나 신공항은 차기 정부에서 다시 추진해야 한다. 내년 대선에서 대통령후보는 신공항 후보지에 대해 국익 차원에서 어디에 위치하는 게 맞다는 정치논리 쯤은 가지고 있는 역량 있는 후보여야 한다. 그걸 놓고 국민에게 심판 받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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