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인은 여유·안목 있어야 특정인·특정세력 부귀영화 도구가 돼서는 결코 안된다

무릇, 정치에 뜻을 품은 사람이라면, 무엇보다 길고 넓은 마음의 여유와 안목이 있어야 한다. 지난번 총선으로 여소야대의 국회가 돼, 불과 몇 달 전에 비해 여야의 위치가 정반대로 바뀌었다. 이에 야권은 벌써 국정역사교과서 폐지, 맞춤형 보육제도 전면 재검토, 국가보훈처장 경질 등에 합의하고 공세를 펴고 있다. 한편 박근혜 정부의 숙원이던 노동시장 구조개편·경제활성화법 처리 등은 추진이 더욱 어렵게 됐다. 그런데 야권도 자신들의 정책을 관철시키려면 당장 국회선진화법에 발목 잡힌다. 그동안 정부여당이 국회선진화법 때문에 국정 추진이 어려웠는데, 이제 이 법 때문에 야권의 연합 공격을 피할 수 있게 됐다. 세상만사가 돌도 돈다지만, 기막힌 반전을 우리는 보고 있는 것이다.

세상에 있는 모든 존재의 예외 없는 특징은 변한다는 사실이다. 만물유전(萬物流轉)과 제행무상(諸行無常)은 동서고금의 철칙이다. 인생은 생노병사(生老病死)하고 마음은 생주이멸(生住異滅)하며 물상은 성주괴공(成住壞空)한다. 지구와 태양을 비롯한 별들도 태어나고 성장하고 늙고 소멸한다. 이 장원한 시간의 흐름에 비하면 인간의 10년이나 20년은 거의 순간적이라 할 수 있다. 인간 세상은 국가를 기본으로 움직여 나간다. 국가의 운영에 직접적이며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행위는 누가 뭐래도 정치다. 정치는 과거에는 제왕, 오늘날에는 대통령이나 국회를 중심으로 전개된다. 정치의 잘잘못은 국민의 생명과 안전, 윤리의식과 행복에 직결되므로 중요하고 또 중요하지 아닐 수 없다. 따라서 성인(聖人)이 맡는다면 가장 좋지만, 잘 공부한 선비라도 정치를 담당해야 한다고 강력히 주장하는 사상이 바로 유교다. 오죽하면 성인(聖人)이 가장 큰 보배로 여기는 것은 '임금의 자리'라 했겠는가.

예로부터 수많은 애국지사와 푸른 이상을 가진 사람들이 정치의 꿈을 키웠다. 어떤 이는 뜻을 얻고 세상을 이롭게 해 꽃다운 이름을 후세에 길이 남겼고, 어떤 이는 뜻이 꺾이어 누명을 쓴 채 비운의 일생을 살기도 했으며, 또 어떤 이는 뜻은 이루지 못했으나 강호(江湖)에서 자연을 즐기는 한가한 생활을 하기도 했다. 시운이 같지 아니하고 환경이 다르기 때문이다. 국민행복에 미치는 정치의 힘과 효과가 워낙 크기에 정치를 뜻하는 자, 언제나 백성의 행복과 나라의 번영을 염원해야 한다. 정치권력이 특정인이나 특정세력이 추구하는 부귀영화의 도구가 돼 선 결코 안 된다. 그리고 정치같이 큰 일을 하는 분들의 시각은 넓고 길어야 한다. 세월은 물같이 흘러간다. 대통령 임기 5년이나 국회의원 임기 4년은 바람처럼 빨리 지나간다.

6·29선언으로 대통령 직선제가 성취됐을 때, 김영삼과 김대중 두 정치인 가운데 한 명이 양보했으면, 민간정부 출현은 당연지사였다. 누구든 양보하고 5년을 기다리면 다음에는 자기 차례가 될 상황이었으나, 그것을 기다리지 못하고 둘 다 출마함으로써 정권교체에 실패했다. 최근 우리나라의 정치사는 그대로 정치학과 교육학의 교과서다. 불과 몇 년을 기다리지 못하고 대사를 그릇 친 반면교사들이 수두룩하다. 오십 넘은 나이에 19년을 유랑천하하다가 고국에 돌아와 중원의 패자가 된 진문공(晋文公), 20여년 파락호로 살다가 일조에 권력을 잡아 일세를 진동한 흥선대원군을 보자. 여야 정치인의 분발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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