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지화 결정에 억눌렀던 불만 폭발 직전
지역 국회의원 등 정치권 불신으로 번져

10년을 끌어온 남부권 신공항 건설이 또 다시 무산되면서 부산과 치열한 유치경쟁을 벌여온 대구·경북민들의 반발이 거세다.

대구·경북민들은 그동안 부산의 도를 넘는 '가덕도' 유치 공세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공정하고 투명한 입지선정 결과를 기다리며 내심 '밀양'으로 최종 결정될 것이라는 기대를 갖고 있었다.

또, 정부발표 직전까지도 신공항 입지선정 평가에서 밀양이 가덕도와 비교해 모든면에서 우세하다는 소문이 나돌면서 침체된 지역경제에 새로운 활력이 붙을 것으로 예상하는 이가 다수였다.

하지만 21일 오후 국토교통부와 용역을 맡은 프랑스 파리공항공단엔지니어링(ADPi)이 신공항 입지로 현재의 김해공항을 확장하자는 뜬금 없는 결론을 내리자 지금까지 억눌렸던 불만이 봇물처럼 터져나오고 있다.

이날 대구상공회의소 10층 대회의실에 모여 정부발표를 지켜보던 '남부권신공항 범시·도민추진위원회' 관계자들은 저마다 "참담한 심정이다", "지난 정부에도 지역이기주의와 정치논리에 의해 고통을 받았는데 또 다시 있을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 "(정부 결정)절대 수용할 수 없다"며 분노했다.

또, 강주열 추진위원장의 눈물을 바라보던 시민들도 "더 이상 이 정부를 믿을 수 없다", "지난 대선에 박근혜를 도와줬는데 이렇게 배신을 하다니 절대 승복 안한다", "앞으로 국가경영을 어떻게 할려고 이런 짓을 하나. 원칙대로 하는게 하나도 없다", "우는 놈만 젖 줄려고 한다"는 등의 비판이 쏱아졌다.

신공한 건설이라는 '판'을 깬 부산과 지역 정치인을 향한 비난도 이어졌다.

다수의 시민들은 5개 지자체 간 합의를 깨고 시민사회단체와 정치권까지 끌어들인 부산의 도를 넘은 가덕신공항 유치 경쟁이 결국 양쪽(부산·대구경북) 모두에게 피해를 줬다는 불만이 이어졌으며 그동안 정치권의 눈치만 보며 적극적인 대응을 하지 않고 침묵으로 일관한 지역 국회의원들은 질타하는 목소리도 터져 나왔다.

정치권의 비난도 이어졌다. 이날 국민의 당 대구시당은 "원칙을 잃고 정권재창출에 몰두해 국민을 우롱한 정부와 여당은 결토 용서할 수 없다"고 비판했으며 녹색당은 "혼란과 갈등만 초래한 정부와 정치인은 각성하라"고 질타했다.

강주열 남부권 신공항 추진위원장은 "이번 결정은 절대 받아들일 수 없고 4개 지자체 시·도민들과 다시 결집해 2천만 남부민의 최대 숙원사업이자 미래생존권이 걸린 신공항 문제에 대해 논의를 거쳐 구체적 대응방안을 강구하겠다"고 말했다.
이기동 기자
이기동 기자 leekd@kyongbuk.com

서울취재본부장. 대통령실, 국회 등을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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