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여년이란 세월을 우리 지역은 신성장 동력으로 필수불가결한 영남권 신공항 건설에 매진했다. 그게 허망하게 수포로 돌아갔다. 20여 년 전 경북에 신국제공항을 건설해야 한다는 꿈이 경남과 타협해 밀양을 지지했다. 그것조차 부산측이 얼토당토않은 떼쓰기에 독이 깨지고야 말았다. 부산시민은 시내버스를 타거나 걸어서 신국제공항에 가겠다는 것인지 알 수 없을 정도다.

우리는 무엇을 잘못했고 이제 어떻게 해야 하는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 앞에 서 있다. 신공항 건설 무산은 최종적으로 정부의 국책사업 실패다. 21일 신공항 건설을 하지 않겠다는 정책을 교묘하게 김해공항 확장안으로 발표했다. 22일쯤 대통령이 공약을 지키지 못한 것을 사과하고 조금 참자고 말할 줄 기대했다. 그런 말이라도 들어야 우리 마음이 덜 아프기 때문이다. 그런데 오늘 정부 요인들이 일제히 김해공항이 신공항이라며 대선 공약을 지킨 것이라는 궤변을 늘어놨다. 우리는 할 말을 잃어 실어증이 될 지경이다. 1천300만 경상남·북도 주민들은 실망을 넘어 배신감을 토로하고 있다.

문제는 때리는 시어미보다 말리는 시누이다. 정부의 잘못된 결정에 대해 비판하고 대안을 촉구해야 할 국회의원, 그것도 대구·경북 의원들이 꿀 먹은 벙어리 같은 행동이 너무나 자연스러움에 유권자들은 경악을 금할 수 없다. 대구, 포항, 구미, 경산, 칠곡에 산재한 수출기업들은 오늘도 수출화물을 싣고 꽉 막힌 경부고속도로를 비집고 인천 영종도공항까지 가야 하는 실정을 선량이라는 국회의원들이 알고나 있을까 싶다. 검·판사·고위관료로 살아와서 그런 민생고는 남의 나라 이야기인가.

2006년 이후 세 명의 대통령이 단골 공약 메뉴로 우리를 유혹한 것 중에 하나가 영남권 허브 신공항이었으나 주민들은 2차례나 기만당하고 그 막을 내렸다. 앞으로 우리 지역은 어떻게 경제난을 헤쳐 나갈 것인가 암담하기만 하다. 신공항운동의 실패는 현대 한국의 고도성장을 주도하다가 전국 GRDP 꼴찌라는 쇠락의 나락으로 떨어진 지역을 다시 부흥시켜보려는 지역의 마지막 인프라 건설의 꿈이었다.

지역의 책임 있는 인사들에게 묻지 않을 수 없다. 여당내 친박계인 서병수 부산시장은 21일 기자회견에서 "김해공항의 안전에 문제가 있어 신공항을 추진했는데 (정부가) 어떻게 김해공항 확장 방안을 내놓을 수 있나. 용역 취지에 명백히 어긋난 결정"이라고 지적하고 가덕도 독자추진을 천명했다. 조성제 부산상공회의소 회장도 "정부의 결정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 정도의 소신도 없이 정치한다고 표 달라고 했는가. 차라리 홍준표 경남도지사처럼 정부 결정을 수용한다고 하면 양심이라고 있다고나 해 줄 것이다.

도를 넘어선 부산의 지역이기주의에 나라의 미래가 흔들렸다. 환태평양시대 경상도 땅에는 국제공항과 대항구가 절체절명의 인프라다. 대형 국책사업하나 만들어내지 못하는 국회의원들이여, 표를 준 유권자의 뜻을 제발 좀 파악하라. 신공항이 되든 안 되든 국회 세비는 4년간 타 먹는다는 말인가. 서로 눈치만 보며 어찌할 줄 모르는 한심한 작태를 시도민은 똑똑히 기억할 것이다.

지역의 새누리당 국회의원 23명은 10년 신공항이 무산되는 긴급 사태를 맞아 오늘 즉시 모여 대응책을 마련하라. 책임 있는 자들은 지금이라도 정부 결정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밝히고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 새 후보지를 물색 하던지 대구공항을 대폭 확장하든지 신 국제공항을 독자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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