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발명품이 쏟아지는 세상 사라져 가는 것을 보관하는 선생님에게 응원의 박수를

오래전이었다. 인도를 여행하면서 인도의 신에 대해 아니 힌두교의 신에 대해 이야기를 들었다. 내가 특별히 관심을 갖은 신은 파괴의 신 시바(Shiva)였다. 파괴의 신만 있는 것이 아니라 창조의 신 브라흐마(Brahma), 유지의 신 비슈뉴(Vishnu)도 있었다. 힌두교 사원에 들러 파괴의 신 시바신의 형상을 보면서 그들의 독특한 믿음을 엿보았다. 그러면서 이질적 문화를 이해하기 위해 노력했다. 그들의 설명에 따르면 우주는 파과와 창조의 신이 공존하기 때문에 균형을 맞출 수 있다고 했다.

새로 생기는 것과 사라지는 것의 관계를 그들의 신앙에 대입해 보면 고개가 끄덕여진다. 우리 주변은 사라지고 새롭게 등장한 것들이 너무 많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삶의 방식 자체를 바꾸는 발명품들도 쏟아졌다. 과거 방식으로 산다는 것은 이 시대에 어울릴 수 없는 사람이 되는 일이다. 학교 교육에서 편지 쓰기를 배우지만 실생활의 편지는 이미 펜으로 쓰는 글씨가 아니다. 대부분이 손 전화, 컴퓨터에 의한 글쓰기며 전달 역시 우표를 붙이지 않고 SNS 또는 메일로 보낸다.

며칠 전 어느 분의 문자가 들어왔다. 올 가을 '포항을 노래하다'란 주제로 포항 관련 노래를 공연하려고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오래전 길옥윤 작곡가가 '포항의 찬가'란 곡과 노랫말을 지었는데 그 악보를 구했으면 한다는 내용이었다.

문학에 관계된 것이라면 내가 갖고 있는 자료든지 아니면 이 사람 저 사람에게 물어 구할 수 있겠지만 음악 쪽의 일이라 어디서 그것을 찾아야 할지 난감했다. 관공서와 방송국에 알아봐도 없단다. 그러고 보니 오래전 그것을 공모했을 때의 이야기를 들은 것 같았다. 포항의 찬가를 공모했는데 좋은 것이 없어 명망있는 작곡가 길옥윤 선생에게 부탁했다는 내용이었다. 보내준 문자 중에는 가사도 들어 있었다. '파도여 바람이여 형산강이여/ 우리는 이 나라를 사랑합니다./별이여 달님이여 해님이시어/앞으로 가는 길을 밝혀주소서/피어나는 한 아름의 장미꽃처럼/향기롭고 푸르른 향나무같이/슬기롭고 올바르게 살아가리다. /오오오! 포항, 정다운 내 고향/오오오! 포항, 영원하리라.//동트는 동해안을 바라보며는/횃불처럼 희망이 타오릅니다./새소리 망치소리 노 젓는 소리/활기찬 이 거리를 감싸줍니다,/주고받는 한 마디에 마음이 가고/바라보는 눈길마다 믿음이 있네./산도 좋고 물도 좋고 인심도 좋은/오오오! 포항, 정다운 내 고향/오오오! 포항, 영원하리라.'

아름다운 가사를 읽으면서 내용이 참 단순한데 더욱 공감이 갔다. 포항의 특징을 쉽게 표현했다는 느낌도 들었다. 지인들에게 SNS로 음원을 찾을 수 있는지 알아보았다. 자신은 갖고 있지 않지만 누구에게 알아보면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어느 분은 그것이 사무실에 있었는데 QSS사업을 하면서 다 버려 지금은 찾을 수 없다고 했다. SNS의 위력은 대단했다. 하지만 정작 자신은 그 악보를 갖고 있지 않는다는 내용이 대부분이었다. 돈이 되지 않음에도 문화자료로 보관하는 분이 있을 것 같았다. 포항예술고에 근무했던 박창근 선생님이 그런 것을 잘 보관하기 때문에 그분에게 알아보면 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누군가 귀띔했다. 정말이었다. 메일로 악보를 받았다. 문자로 답장을 넣었다.

'소중한 자료를 잘 보관하는 선생님 같은 분이 지역 사회에 계심을 기뻐하고, 박수로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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