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텍·美 예일대 공동 연구

실리콘이 소리를 만나 스스로 빛을 낼 수 있는 연구결과가 나와 새로운 광신호 처리기술의 새로운 패러다임이 열릴 전망이다.

포스텍과 미국 예일대 공동연구팀이 빛과 소리 진동을 이용해 처음으로 실리콘에서 빛을 보는 데 성공했다.

반도체 재료로 가장 많이 사용되는 실리콘은 가격이 저렴한 데다 높은 순도로 만들 수 있어 지금까지 전자공학계에서 많이 활용됐다.

하지만 전자공학 분야와 달리 빛을 이용하는 광학 분야에서 실리콘은 자체 발광하는 성질을 갖지 않아 광증폭기나 레이저로 개발하기 쉽지 않았다.

이에 포스텍 물리학과 신희득(사진) 교수와 예일대 피터 라키치(Peter Rakich) 교수 연구팀은 최근 알려진 실리콘 광도파로(waveguide)에서 관측된 브릴루앙 효과에 주목했다.

브릴루앙은 빛이 결맞음(파동이 간섭현상을 보이게 하는 성질)이 있는 소리 진동에 의해 산란하는 현상으로 광통신 분야에서 광섬유 노이즈(잡음)의 주된 원인으로 알려졌다.

연구팀은 빛이 소리 진동에 의해 산란한다는 이 현상에 착안해 빛과 소리 진동이 더 강한 상호작용을 할 수 있도록 새로운 형태의 실리콘 광도파로 구조를 만들기로 했다.

그러나 일반적인 실리콘 광도파로는 빛의 손실은 적지만, 소리 진동의 경우 기판을 통해 사라지게 돼 손실이 크다.

상황이 이렇자 연구팀은 실리콘으로 빛이 흐르는 길인 광도파로를 만들되 이 길이 기판 위에 떠 있을 수 있도록 했다.

그 결과 진동 에너지 손실이 획기적으로 줄어들 뿐 아니라 빛과 소리가 강력하게 결합해 강한 광증폭을 일으키는 데 성공할 수 있었다.

이번 연구 성과는 빛과 소리 진동이라는 서로 다른 형태의 에너지 결합으로 기존에 볼 수 없던 현상을 일으켜 관심을 끌며 네이처 포토닉스(Nature Photonics)지를 통해 발표됐다.

이에 따라 빛과 소리 상호작용을 조절할 수 있어 지금이라도 바로 응용 가능한 새로운 소형 레이저나 광증폭기를 실리콘 기판 위에 만들어 새로운 광신호 처리기술로 발전시킬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연구의 공동 제1저자인 신희득 교수는 "물질 자체의 성질이 아니라 나노 구조 설계를 통해 실리콘에서 빛을 증폭시킨 연구"라며 "불가능을 가능하게 만든 이 실험은 빛과 소리 진동의 결합이라는 발상으로 광신호 처리 연구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열었다"고 밝혔다.



△용어설명

☞광도파로(waveguide)

빛의 전반사 성질을 이용하여 머리카락보다 훨씬 얇은 투명한 구조물 내에서 빛을 한 쪽 방향으로 보내는 길 혹은 터널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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