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임회피식 야합 정책으로 영남 민심 TK·PK로 양분 공약 책임지는 지도자 돼야

우리나라에는 조선시대부터 지역적 차별과 갈등이 심했었다.

이중환의 택리지에 "영남지방에는 두메산골에서도 소학을 배우는데 평안도와 함경도 등 서북지방에서는 양반들도 소학을 모른다. 서북민들이 설령 과거에 합격을 해도 벼슬은 현령(종 5품)에 지나지 않아 문벌을 중하게 여기는 한양 사람들은 절대로 서북민들과 혼인을 하지 않았다"고 기록하고 있다.

그래서 18세기 이후에는 서북지방에는 관직 명부에 당상관 이상의 벼슬을 한 사람들을 거의 찾아볼수가 없다. 아마 이런 지역 차별과 경제적 문제 등이 얽혀 순조때 민란으로 홍경래난이 평안도에서 발생 했었다. 홍경래난이 있은 후부터는 조정에서는 서북지방 사람들을 관직에 거의 등용하지 않는 전례를 남겼다. 철저한 지역 차별이었다.

조선시대에 이어 근세에 들어서도 일부 정치인들의 농간으로 인해 영·호남이 갈라지는 민족 최대의 병폐를 초래하게 됐다.

1971년 실시된 제7대 대선때 호남지역에서는 박정희 후보가 33%의 표를 얻은 반면 김대중 후보는 59%를, 영남지역에서는 박정희 후보가 74%, 김대중 후보는 22%의 표를 얻었다.

이 선거 이후 영·호남 지역간의 갈등이 가시화되기 시작해 40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두 지역 모두 그 앙금의 상흔이 아물지를 못하고 있다.

이번 영남권 신공항 문제로 대구·경북권 TK주민들과 부산지역권 PK주민들 간의 민심이 심각한 상태로 갈라 서 버렸다. 지금까지 함께 묶여있던 영남 민심이 두 동강이 나버렸다.

이같은 사태는 영남권 신공항의 입지 선정에서 보여준 박근혜 정부의 무능하고 책임회피식 정책으로 빚어진 결과다.

정부는 당초에 밀양과 가덕도 중 어느 한 곳을 결정하는 것으로 발표를 해놓고는 최초의 안에는 포함되지도 않은 김해공항을 마지막 판에 끼워 넣어 결국 김해공항 확장안으로 결론을 내어 버렸다.

당초에 정부가 밝힌 점수제 원칙을 고수하지 못하고 부산시민들의 드센 민심에 밀려 정치공학적 야합으로 끝나 버린 것이다.

이런 결과에 TK·PK 양 지역민들은 "박근혜 정부가 국민들을 우롱했다"고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특히 신공항 심사과정 동안 보여준 부산시민들의 이성을 잃은 듯한 막무가내식 집단행동에다 일부 부산 정치인들까지 "민란이 일어난다"는 등의 협박성 발언까지 서슴지 않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TK 지역민들은 이 문제를 이성적으로 끝까지 결과를 기다리는 인내심을 보이는 성숙된 시민사회의 모습을 보였줬다.

이번 신공항 문제로 양 지역민들 모두가 얻은 것은 없고 지역민 간의 감정에 생채기만 남겼으며 박 대통령도 유일한 정치적 후원자였던 TK지역민들부터도 앞으로 철저하게 외면을 당하는 일생일대의 정치적 손상을 보게 됐다.

자고로 국가의 최고 지도자는 자신이 한 말에 대해서는 책임을 질줄 알아야 한다. 갖은 변명을 늘어 놓으며 합리화시키려는 처신으로는 국민들로부터 신뢰를 받을 수가 없다.

이것이 반복되면 국민들부터 불신이 커져 물이 배를 뒤집는 경우도 생긴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아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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