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권 신공항 계획이 무산되고 김해공항 확장으로 결론 남에 따라 백년대계의 영남권 거점 공항 건설이라는 국가적 과제가 표류하고 있다. 영남권 민심은 두 번씩이나 무산되고, 10년 만에 돌고 돌아 원점으로 돌아간 신공항 계획으로 인해 일촉즉발의 불안 양상이다. 정부가 양양, 청주, 무안 국제공항은 수요부족과 적자에 허덕이면서도 건설 운항하고 있는데 영남권 신공항의 수요예측은 확인됐음에도 계획을 포기했다. 이런 와중에서 새누리당은 혁신비대위의 유승민 의원 등 탈당파 복당 결정과 권성동 사무총장 사퇴의 내홍으로 바람 잘 날이 없다. 친박들은 혁신비대위의 유 의원 복당 결정에 대해 절차상 하자가 있다며 그 책임자로 권 사무총장을 지목해 사퇴를 요구해 결국 축출했다.

지역 국회의원들은 뒤늦게 사후약방문으로 신공항을 둘러싼 이런저런 불만만 나타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등 야권은 김해공항 확장이라는 결정 자체는 대체로 받아들이면서도 박근혜 대통령이 공약을 이행하지 않았다며 이율배반적인 선동 공세를 준비하는 모양이다.

정부는 계획 취소에 대해 사과는커녕 김해공항 확장이 동남권 신공항이라는 어설픈 논리에 지나치게 집착하고 있다. 신공항 공약으로 초래된 국력 낭비와 지역 갈등에 대한 비판을 겸허히 수용해야 한다. 야권도 신공항 건설을 더는 정략적으로 이용하려 하지 말고 대안을 내야 한다.

다시는 표를 얻기 위한 국책사업과 선심성 지역개발을 공약으로 내걸고 선거가 끝나면 부도를 내는 행태를 중단하는 성숙한 모습을 보여야 한다. 이번 신공항 사업은 개발 효과가 큰 대형 건설사업에 대한 정치의 무책임한 행동과 극심한 지역 이기주의의 민낯을 여지없이 드러냈다. 행정수도, 새만금, 혁신도시, 4대강 등 그간의 대형 개발 사업 중 지역 이기주의에 휘둘리지 않은 사례가 얼마나 되는가.

내년 대선에서 주요 정당 후보는 책임성 있는 공약을 다시 내놔야 한다. 영남권 신공항이 없이는 영남권 경제 회복이 어렵다는 사실이다. 대구와 경북도는 정부의 영남권 신공항 타당성 연구용역 결과에 승복하지 않고 철저히 검증해야 한다. 다 된 밥에 코를 빠뜨린 부산 출신 국회의원들은 그간의 행태를 반성하고 신공항 건설에 대안을 내놔야 한다. 명실상부한 영남 거점 공항을 건설해 환태평양시대 경제 활성화의 거점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정부는 국력을 모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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