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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정대 변호사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곧 브렉시트 선거 결과를 보면서 ‘왜 사람들은 같은 문제에 의견이 나눠질까? 그것도 거의 반반씩’ 하는 생각이 들었다.

딸이 2016년 대학 수시 구술고사를 치고 나왔을 때였다. 시험이 어땠느냐고 묻자 딸은 수학문제는 좀 어려웠지만 잘 푼 것 같다고 했고 그리스 호메로스의 문학작품인 ‘오디세이아’의 한 구절이 인문학 제시문으로 나왔다고 했다. 그 부분은 트로이 전쟁에 참가 했다가 귀향길에 오른 오디세우스가 트로이 전쟁에서 전사한 아킬레우스를 저승에서 만나 나누는 대화였다.

오디세우스는 아킬레우스를 위로하며 “아킬레우스여, 예전에도 그대만큼 행복한 사람은 없었고 앞으로도 없을 것이오. 그대가 살아 있는 동안 우리 아르고스인들은 그대를 신(神)처럼 추앙했고 지금은 그대가 여기 사자(死者)들 사이에서 강력한 통치자이기 때문이오. 그러니 아킬레우스여, 그대는 죽었다고 해서 슬퍼하지 마시오.”라고 하자 아킬레우스는 “죽음에 대해 내게 그럴싸하게 말하지 마시오. 오디세우스여, 세상을 떠난 모든 사자들을 다스리느니 나는 차라리 지상에서 머슴이 되어 농토도 없고 재산도 많지 않은 가난뱅이 밑에서 품이라고 팔고 싶소이다.”라고 말했다.

‘죽음에 대해 왜 이렇게 서로 생각이 다른가?’라는 질문에 대해 수험생인 딸은 ‘생각의 차이는 입장의 차이에서 나오며 입장의 차이는 처지 곧 각자에게 주어진 상황이 다른 데서 나온다. 오디세우스와 아킬레우스는 살고 죽은 차이와 가족들에게 돌아갈 수 있는지 없는지의 차이 때문에 죽음에 대한 태도와 생각이 다를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고 대답했다고 한다.

물론 현재의 처지만이 사람의 생각을 좌우하는 것은 아니다. 경험이나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나 정보와 지식도 생각에 영향을 미친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현재의 입장의 차이가 생각의 차이를 가져온다.

세상은 다른 입장, 다른 생각, 다른 처지의 사람들로 가득 차 있다. 나라들 사이에서 뿐만 아니라 하나의 나라, 하나의 사회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입장이나 생각의 차이는 필연적으로 대립과 갈등을 낳는다. 근대 국가들은 바로 이런 대립과 갈등에 따른 혁명과 전쟁을 겪은 후에 개인, 사회, 국가, 국가들 간의 대립과 갈등을 제도적으로 수용하고 조정하고 결정하는 재판, 노동조합, 선거 등의 제도적 장치들이 만들었다.

그러나 재판이나 노동조합이나 선거가 사람들 사이의 갈등과 대립을 조정하고 해결하기는 하나 완전히 불식시킬 수는 없다. 특히 선거에서 다수의 선택이 다수의 입장에 지나지 않는 경우 갈등이 여전히 남는데다가 다수의 선택이 소수의 선택보다 더 현명하거나 더 나은 선택이라고 할 수 없다는 것이 문제이다. 오히려 다수의 선택은 다수의 현재의 이해관계에 근거하기 때문에 소수를 배척하거나 미래를 희생시키기도 한다.

영국민의 브렉시트 찬성도 이런 결과를 가져올 가능성이 높다. 우리나라 영남권 신공항 문제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이다. 박근혜 정부가 밀양 신공항과 부산 가덕도 공항을 저울질하다가 부산 김해공항 확장으로 결정한 이면에는 선거 곧 ‘수(數)의 계산’이 작용한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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