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일보 지역경제 살리기 캠페인…수소연료전지차

▲ 최근 4세대 방사광가속기 현장 모습 (포항가속기연구소 제공)

"2017년 빛으로 미래를 쏘다."

지난해 말 제3세대 가속기보다 100억배나 밝은 빛을 내는 ‘4세대 방사광가속기(이하 4세대 가속기)’가 마침내 포항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세계 세 번째로 준공된 포항 4세대 가속기는 단순히 3세대 가속기의 단계를 뛰어넘는 것이 아니라 완전히 새로운 차원의 세계를 열어줄 것이라는 평가를 받을 만큼 한국 과학기술의 획기적인 도약 발판을 마련한 셈이다.

특히 신의 영역이라 할 수 있는 화학 반응 과정까지 볼 수 있게 된 4세대 가속기는 신약개발 등에 있어 새로운 역사를 쓸 수 있을 것으로 보여 이 같은 최첨단 과학시설이 포항 경제에는 어떻게 도움을 줄 수 있을지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4세대 방사광가속기는 이용자를 맞을 준비에 한창이다.

지난 16일 오후 4세대 가속기 운전실에서 연구원 등이 모니터링으로 시운전을 진행하자, 긴장감마저 감돌았다.


지난 4월 25일 선형가속기 부품이 정상적으로 돌고 있음을 확인하는 1단계 시운전 성공에 이어 지난 3일 2단계 자발방사광 확인을 거쳐 14일 3단계인 레이저 발진 시운전을 마무리 지었다.

밤잠을 자지 않고 찰나의 오차를 해결하려는 연구원과 엔지니어의 땀과 의지 덕분이었다.

한번 시운전을 할 때마다 투입되는 인원은 15명가량으로, 이들은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 오후 6시부터 0시까지 2조로 나눠 일하지만 실제로 하나의 문제가 생기면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정해진 시간보다 더 오랫동안 작업하고 있어 밤을 새우기 일쑤다.

고인수 4세대 방사광가속기 구축 추진단장을 포함해 75명의 인력은 포스텍 내 대지 12만620㎡(약 3만6천488평), 연면적 3만6천764㎡(약 1만1천121평) 규모로 국비 4천38억원 등 모두 사업비 4천298억원을 받아 4세대 가속기 구축에 매진해 왔다.

우리의 4세대 가속기 구축 사업비는 미국 7천400억원과 일본 4천500억원에 비해 적은 편이다.

여기에는 고인수 단장의 노력도 한몫했다.

우리도 언젠가 4세대 가속기를 구축할 것이라 인식한 고 단장은 지난 2008년 가속기 핵심부품인 전자총 예산을 확보한 데 이어 포스텍 박사과정 학생이 3년간의 연구 끝에 ‘한국형 전자총’을 만들어 냈다.

또한 미국 등 선진국에서 고가 장비를 사지 않고 직접 발품을 팔아 제품을 만들어 줄 국내 업체를 찾아다니는 등의 노력 끝에 4세대 가속기에 주요 부품 약 70%를 국산품으로 채울 수 있었다.

4세대 가속기는 2002년 포항가속기연구소가 국제자문회의를 통해 추진안을 제시하고, 2년 뒤 참여정부 시절 고 노무현 전 대통령으로부터 건설 추진 검토를 지시받아 시작됐다.

이후 2011년 구축사업에 들어가 2013년 기공식을 갖고 2015년 말 구축을 완료했다.

하지만 4세대 가속기 건설이 처음부터 순탄한 것은 아니었다.

사업 첫해 2011년 200억원을 제외하고 2012년 사업비1천500억원 중 450억원, 2013년 1천500억원 중 1천50억원에 그칠 만큼 예산이 제대로 확보되지 않으면서 사업 지연에 따른 준공 시기가 늦어져 선진국과 기술 격차가 커질 것이라는 우려를 낳았다.

결국 2014년 10월 사업 기간을 당초 2014년에서 2015년으로 1년 연장하고 지방비를 포함한 4천260억원보다 38억원 늘어난 4천298억원으로 조정돼 지난해 말 구축이 완료, 올해부터 시운전에 들어갔다.

현재 3단계 시운전까지 마친 4세대 가속기는 오는 12월 국제 수준의 성능 검증을 위해 국내외 연구진을 초청, 4세대 방사광원 데모실험을 거쳐 내년부터 본격적인 이용자 실험을 지원할 예정이다.

이에 다음달부터 국내외 이용자 신청에 대한 논의에 들어가 선정된 이용자를 대상으로 내년 1~2월 중 2천 시간의 실험에 참여할 수 있도록 도울 계획이다.

한편 전 세계 통용되는 원칙에 맞춰 가속기 이용자는 연구 결과를 공유해야 무상으로 사용할 수 있지만, 산업체처럼 연구 결과를 밝히지 않으면 각 국가나 연구소에 따라 수백에서 수 천만원까지 하루 단위의 사용료를 지급해야 한다.

최근 연구원 등이 4세대 방사광가속기 운전실에서 시운전을 진행하고 있다. (포항가속기연구소 제공)

△3세대와 4세대 방사광가속기는 어떻게 다를까?

방사광가속기는 전자나 양성자처럼 전기를 띤 아주 작은 입자를 가속시킬 때 나오는 강렬한 빛(방사광)으로 물질의 구조를 사진 찍듯 알아내는 장치다.

초대형·최첨단 현미경으로 불리며, 단백질 구조 등 일반 실험실에서 확인할 수 없는 미시(微示)의 세계를 알 수 있는 유일한 기기라고도 불린다.

물리학을 비롯해 화학·생명공학 등 기초과학은 물론 의학·반도체·신소재 등 다양한 응용과학 분야의 첨단 연구에도 활용된다.

특히 질병분자 모양과 움직임의 근간이 되는 정보를 제공해 혈액 속 단백질 구조를 파악, 질병을 치료하는 다중 진단에 필수적 장치다.

이와 함께 방사광가속기를 통해 AIDS 바이러스나 C형 간염 바이러스, 암 유발 바이러스 등을 살펴볼 수 있어 신약 개발의 중요한 역할을 해낼 것으로 보인다.

1995년 가동에 들어간 3세대 가속기를 이용해 실제로 국내 벤처인 크리스탈지노믹스는 비아그라의 화학구조를 밝혀 그 결과를 2003년 세계 최고 학술지인 ‘네이처’에 게재하기도 했다.

시운전중인 4세대 가속기는 둘레 280m의 원형가속기인 3세대 가속기와 달리 선형가속기를 포함해 총 길이만 1.1㎞에 달한다.

4세대 가속기는 3세대 가속기와 구조도 다르다.

3세대 가속기는 일자 형태의 선형가속기에서 내보낸 전자빔을 둥근 모양의 저장링으로 내보내 30대의 빔라인에서 실험할 수 있도록 한 구조다.

하지만 4세대 가속기는 선형가속기로만 이뤄져 있고 3대의 빔라인만 실험을 할 수 있다.

이 때문에 4세대 가속기가 3세대보다 연구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말이 나왔다.

그러나 실상 3세대 가속기 빔 1대에 3명가량이 연구에 참여한다면 4세대의 경우 최대 50여명이 참여해 과학자의 수를 비교하면 결코 효율성 면에서 뒤지지 않는다.

3세대 가속기는 저장링에 자주 전자가 새로 채워지지만 4세대 가속기의 경우 저장링이 없어 전자가 저장되지 않는다.

이처럼 4세대 가속기가 비용 등 효율성 면에서 3세대에 비해 크게 뒤처지다 보니 아직 건설이 미비하지만, 여러 분야를 연구하는 3세대와 달리 특정 분야에 깊이 연구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고 단장은 “편의상 3·4세대로 나눠 부를 뿐 두 가속기는 건물 형태부터 완전히 다르다”면서 “3세대가 백화점식 설비라면 4세대는 특정 분야에서 아주 깊이 파헤쳐 새로운 것에 도전해 명품관에 비유된다”고 말했다.

길이 80m의 모두 3대의 빔라인(실험장치)이 설치된 4세대 방사광가속기는 기초연구부터 산업생산·NT·BT· ET· 의과학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된다. (포항가속기연구소 제공)


△포항의 발전을 위한 4세대 방사광가속기 어떻게 이용해야 하나?

4세대 가속기는 21세기 과학패러다임이 펨토(1천조분의 1초)와 나노과학(10억분의 1m)으로 변화됨에 따라 0.1 nm급 X-선 레이저 광원을 개발, 미개척 연구영역을 개척한다.

원자(原子) 세계를 실시간으로 들여다볼 수 있는 현미경을 확보한 셈이다.

셔터 속도가 3세대 가속기보다 1천 배 정도 빨라져 1천조 분의 1초 단위인 ‘펨토초(fs)’로 사진 촬영이 가능하다.

3세대 가속기는 단백질 촬영에 수 시간이 걸리지만 4세대 가속기의 경우 1초에 끝낸다.

또한 식물의 광합성이 이뤄지는 시간은 350fs인데 3세대 가속기는 광합성 과정을 볼 수 없지만 4세대 가속기는 가능해진다.

결국 4세대 가속기는 살아 있는 상태의 단백질 구조와 움직임에 대한 분석이 가능하고 눈으로 파악할 수 없는 광합성 현상과 같은 자연현상도 관찰할 수 있다.

특히 핏속의 질병과 관련된 단백질 표적(바이오마커)과 분자족집게(압타머)가 결합한 3차원적인 모습을 알 수 있고, 더 나은 분자족집게를 만들어 단백질과 약을 결합한 치료제 개발에도 이바지할 것이라 기대된다.

빛의 파장이 짧아지면 반도체 회로선폭 역시 더 줄여 반도체의 집적도를 높일 수 있어 국내 IT산업 경쟁력을 크게 향상시킬 수 있다.

이 같은 4세대 가속기의 기대 효과가 알려지면서 포항의 산업화와 관련한 활용 방안에 대해 관심이 커지고 있다.

포항가속기연구소는 우선 철강 도시에서 새로운 산업으로 눈을 돌려 재기에 성공한 미국 피츠버그를 벤치마킹해 4세대 가속기를 이용, 포스텍 생명과학과 교수진을 중심으로 공해가 없는 데다 부가가치가 높은 ‘신약개발 프로젝트’를 가동할 예정이다.

또한 호주나 캐나다 등이 3세대 가속기를 통해 지역 산업과 연관있는 소나 양의 질병 예방 연구에 이용했듯이 4세대 역시 지역 산업에 무궁무진하게 이용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와 함께 이번 4세대 해외 이용자의 경우 실험에 반드시 한국팀을 포함해야 한다는 계약 조항을 넣어 인재 육성을 위한 기회로 삼는 등 지역과 우리나라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여러 가지 방안을 구상하고 있다.

고 단장은 “지금 현대나 BMW 등이 수소연료전지를 이용한 차량 개발에 박차를 가하는데, 물에서 수소를 떼어내는 연구에 성공하면 많은 경제적 효과를 거둘 수 있다”며 “4세대 가속기가 이 같은 연구에 활용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포스텍의 인력으로 신약 개발 등 여러 프로젝트를 시작해 성공에 이른다면 지역을 세계에 알려 더 많은 우수 연구팀이 속속 찾아올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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