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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유진 구미시장
남이 하기 싫은 일을 한다는 것은 보통 용기가 필요한 게 아니다. 그럼데도 반드시 해야 할 일은 욕먹을 각오까지 해가며 해야 한다는 게 필자의 생각이다. 오는 6월 말 준공되는 구미시립화장장이 좋은 예이다.

화장장은 대표적인 혐오시설이다. 내 집 뒷마당에는 안된다고 결사반대하는 ‘님비(NIMBY, Not In My Back Yard)현상’의 주범이기도 하다. 지금도 화장장 건립을 놓고 수년째 주민들과 대치하는 지자체들의 기사가 언론에 왕왕 보도된다.

그런 힘든 일에 필자가 나선 데에는 이유가 있다. 역설적으로 들리겠지만, 바로 남이 하기 싫은 일이었기 때문이다. 화장시설은 누구나가 꺼리는 현안이지만, 분명 시민 삶에는 없어서는 안 될 필수시설이다. 다만, 모두가 ‘내 집’이 아닌 ‘남의 집’ 앞이길 바라는 마음 때문에 추진이 쉽지 않은 것이다.

구미시도 마찬가지였다. 인구 42만 명이 넘는 도시로 발전하면서 그간 많은 시설이 구축되었지만, 화장장은 예외였다. 전 세계적으로 변화하는 장사(葬事)문화와 2011년 이후 매년 5%씩 증가하는 구미시 화장률에도 불구하고 지역 내 화장시설이 없어 시민들이 겪는 불편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어쩔 수 없이 시민들은 인근 김천, 상주, 대구 등으로 원정 화장에 나서야 했다. 해당 시·군의 주민들보다 많게는 10배 이상의 요금을 더 지급하면서 말이다.

누군가 총대를 매야한다면, 내가 하는 것이 낫겠다 싶었다. 2012년 민선5기 공약사업으로 ‘시립화장장 건립’을 내놓았다. 물론 주변의 우려와 반대도 만만치 않았다. 그래도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 하지 않던가. 가장 큰 벽이 될 ‘주민 결사 반대’를 ‘주민 직접 유치’로 바꿀 방법이 있었다.

공개모집으로 입지를 선정하는 것이다. 주민등록상 거주 세대주 80% 이상의 동의를 받은 지역에 한해 공개모집 신청을 받았다. 반대급부로는 선정된 마을에 50억 원의 주민숙원 및 편익사업을 지원하고, 마을이 속한 읍·면·동 지역에는 100억 원의 기금을 지원하겠다 밝혔다.

45일간 후보지를 공개 모집한 결과, 옥성면 농소 2리와 대원 1리가 신청하였다. 두 곳 모두 주민동의율 90%를 훌쩍 넘긴 곳이자, 공교롭게도 필자가 나고 자란 고향이기도 했다. 공개 모집 전, 12회에 걸친 주민 설명회와 선진 장사시설을 견학한 것이 주민들의 부정적 인식을 바꾸는데 큰 몫을 한 듯싶었다.

2년여의 공사 기간을 거친 구미시립화장장은 지하 1층, 지상 3층 규모이며 화장로 5기가 운영된다. 3차 연소 공해방지 시스템이 도입된 무색, 무연, 무취의 최첨단 시설이다. 특히, 설계단계부터 시공까지 녹색 건축 예비인증 및 본 인증 심사를 통해 친환경적인 시설로 구축하였다. 앞으로 시험운행을 거쳐 오는 9월 공식적인 문을 열고, 주변 자연환경과 조화를 이루는 멋진 공원으로 꾸며갈 예정이다.

그간 ‘님비(NIMBY)’의 벽을 넘어 적극적으로 협조해 준 시민들에게 진심으로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필자 개인적으로는 남이 꺼려하는, 그러나 누군가는 반드시 해야 했던 일을 임기 안에 마쳤다는 데 의미를 더하고 싶다.

천상병 시인은 시<귀천>에서 삶을 소풍에 비유하며 ‘아름다웠다’ 말했다. 구미시민이 가장 슬프고 힘든 순간이 그처럼 아름답기를 바란다. 누군가의 마지막 소풍날, 구미시립화장장이 따뜻한 동행자가 되어 줄 것이다.



남유진 구미시장
하철민 기자 hachm@kyongbuk.com

부국장, 구미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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