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들의 보좌진 친척 채용이 국민들의 따가운 질책을 받는 가운데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가 29일 4·13 총선 홍보비 리베이트 파동의 책임을 지고 사퇴했다. 지난 2월 창당대회에서 당 공동대표로 선출된 지 149일 만이다. 총선에서 전라도 주민의 전폭 지지를 받으며 제3당의 지위를 구축했던 국민의당은 구심점인 안 대표의 사퇴로 창당 후 최대 위기를 맞았다. 20대 국회의 각종 현안 처리 과정에서 ‘캐스팅 보트’ 역할이 기대됐던 국민의당이 지도부 공백 사태에 빠지면서 국회 운영에도 혼란과 차질이 불가피해 보인다.

깨끗한 정치를 표방한 안 대표는 평소 비리와 부패 인사에 대한 무관용 원칙을 여러 차례 천명해왔다. 지금까지 검찰 수사로 밝혀진 비리 의혹은 국민의당이 내세운 ‘새 정치’와는 거리가 멀어도 한참 먼 구태(舊態)였다. 선거와 관련해 당이 내야 할 돈을 광고·인쇄 업체가 대신 내도록 한 것도 모자라, 이 돈의 일부를 실제 사용한 선거비용인 것처럼 꾸며 선관위에서 1억 원을 부당하게 보전받았다. 이는 사기죄에 해당한다는 게 검찰의 설명이다. 당 지도부 책임론이 비등하는 것이 당연하다.

안 대표가 향후 대선 구도와 여러 정치적 상황을 고려해 사퇴 결정을 내린 것으로 짐작되지만 뒤늦게라도 ‘책임지는 정치’의 모습은 보인 것은 다행스럽다. 국민의당은 두 대표의 사퇴로 이번 사건을 대충 얼버무릴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검찰 수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하는 한편 엄정한 자체 조사를 벌여 제 식구에게 더 엄정한 잣대를 대야 한다. 그래야 국민의 신뢰 회복을 바랄 수 있을 것이다. 나아가 안 대표 사퇴가 정치권 전체의 일대 쇄신을 촉발하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

지금 국회의 도덕적 불감증에 대한 국민의 피로도는 한계치에 다다랐다. 20대 국회가 문을 열자마자 터진 국민의당의 리베이트 의혹에다 더불어민주당 서영교 의원의 잇따른 ‘가족 채용’ 논란은 또다시 심각한 정치 불신을 낳았다. 여기에 새누리당 박인숙 이완영 의원과 더민주 안호영 의원도 친인척을 보좌진으로 채용한 사실이 새로 알려졌다. 국회의원의 ‘갑질’을 제도적으로 막고 정당의 투명한 운영을 보장하는 법과 장치가 이참에 반드시 마련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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