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유사 기이편 서문에서 일연선사가 언급한 예악과 인의에 관하여는 간략히 살펴보았거니와, 본회에서는 ‘괴력난신(怪力亂神)’에 관하여 논하고자 한다. 논어를 읽어보면 공자께서 조심하고 삼가한 것이 몇 가지 있다. 즉, “괴력난신을 말하지 아니하셨다(自不語 怪力亂神)”는 말 이외에도, “공자께서는 이(利)와 명(命)과 인(仁)을 드물게 말씀하셨다(子罕言 利與命與仁)”라거나, “공자께서 삼가신 바는 재계와 전쟁과 질병이었다(子之所愼 齊戰疾)” 같은 것들이다. 여기에 모두 성인으로서의 공자의 면모가 나타난다.

첫째, 드물게 말하였다는, ‘이익과 명(命)과 인(仁)’을 대하여 살펴본다. 이해타산을 따지는 것은 범부와 소인들이 잘하고 있으니 이해를 초월하라고 가르치는 공자가 언급할 내용이 아니다. 사람의 목숨이나 천명을 드물게 이야기하셨다는 것도 인간의 명은 높디높은 하늘의 뜻이라, 이러쿵저러쿵 말하지 않고 공경하는 것이 올바른 자세라는 의미 같다. 인에 관하여 거의 말씀하지 않았다는 것은 공자가 인류의 최고덕목으로 높이는 인의 개념이 말로 형용하기 어려워, 자칫 각자 나름대로 인을 해석할 우려가 크기 때문일 뿐만 아니라, 인(仁)과 불인(不仁)은 실천의 문제이기 때문에 말을 앞세우는 것이 과연 좋은 태도인가 의심스럽다. 이 점에서 인이 어떻고 천리가 어떻고를 남발한 송나라 이후의 성리학자들의 공과(功過)는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둘째, 재계(齋戒)와 전쟁과 질병을 삼가고 조심하셨다는 말은 이 세 가지가 모두 인간의 중대사로서 정성과 경건한 자세가 필요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셋째, 삼국유사에 인용되기도 한 ‘괴력난신’이다. 먼저 괴(怪)는 괴이한 이야기다. 요사스런 이야기나 괴상한 이야기를 군자는 멀리한다. 다음 역(力)은 힘이다. 누가 힘이 세었다는 등의 힘쓰는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군자는 힘보다는 덕을 숭상하기 때문이리라. 다음 어지러운 난(亂)이다. 평화를 깨트리고 질서를 어지럽히는 일은 아예 입에도 담지 않는다는 것이다. 끝으로 신(神), 군자는 신비스럽고 귀신이 등장하는 등의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 평상의 정도(正道)를 벗어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군자는 평범하고 쉬운 길을 간다. 누구나 갈 수 있고 아는 길을 간다. 탄탄대로-일상(日常)의 도에서 진리를 추구한다. 부모에게 효도하고 가족을 보호하고 형제간에 우애 있고 친구들과 의리를 지키고 고향을 자랑스러워하고 조국을 사랑한다. 누구나 할 수 있는 쉬운 일이요 떳떳한 일이지만, 잘 하기는 어렵다.

중용은 말한다. 군자는 거이이사명(君子 居易以俟命)하고 소인은 행험이요행(小人 行險以?幸)이라, 군자는 평이한 곳에 머물면서 천명을 기다리며 소인은 위험한 일을 행하면서 요행을 얻으려한다고. 군자는 열심히 노력하며 차분히 그 결과를 기다리는데 반하여 소인은 갖은 수단을 쓰면서 무리하게 뜻하는 바를 달성하려한다. 그러므로 늘 머리를 굴리고 잔꾀를 내면서 결과가 못미더워 불안해한다. 일이 성취되면 기고만장하고 실패하면 낙담하거나 누군가를 원망한다. 군자는 일이 성공하면 그것을 소화하려 성심을 다하고 목적을 달성하지 못하더라도 한탄하거나 원망하지 않으며 다음 기회를 기다린다.

이상 공자가 보여준 성인(聖人)다운 언행을 일연스님이 인정하면서 그 예외로서의 사례를 전개하고 있는데, 이를 다음 회에 이야기하려 한다.
 

윤용섭 삼국유사목판사업 본부장
이동욱 논설주간 donlee@kyongbu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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