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도자기 여행-규슈 7대 조선 가마 편’…조용준/도서출판 도도

신문기자 출신 작가가 도자기를 통해 그 시대의 역사를 들려주는 여행서를 발간해 독자들로부터 주목받고 있다.

‘대한민국 1호’여행코스 디자어너 조용준 작가가 일본 도자기 발전이 임진왜란때 조선에서 끌고 간 조선 도공에서 비롯된다는 역사적 진실을 알려주는 역사 여행서 ‘일본 도자기 여행: 규슈 7대 조선 가마 편’(도서출판 도도)을 발간했다.

시사저널과 동아일보를 거쳐 주간동아 편집장을 지낸 조용준 작가는 ‘유럽 도자기 여행’시리즈(동유럽 편, 북유럽 편, 서유럽 편) 3권을 출간하며 유럽 도자문화사 전반을 국내 최초로 완결지어 독자들과 평단의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다.

이번에 출간한 ‘일본 도자기 여행: 규슈 7대 조선 가마 편’과 내년 출간 예정인 ‘일본 도자기 여행: 혼슈의 풍운 편’으로 역시 일본 도자문화사를 국내 처음으로 종합 개괄할 예정이다.

작가는 여행코스 디자이너답게 움악과 미술 등 예술 역사를 탐구하는 ‘펍, 영국의 스토리를 마시다’와 ‘프로방스 라벤더 로드’저서를 출간한 바 있다.

기자로 재직 시절, 소설가로 등단한 작가는 오로지 ‘내 책’을 쓰기 위해 45세 이전에는 기자를 그만두어야겠다고 생각해 실제 행동으로 옮겼다. 이후 70여 개국을 여행하면서 테마가 있는 문화 탐구에 중심을 두고 글쓰기를 지속하고 있다.

▲조선 사기장, 낯선 땅에서 조선의 혼을 빚다

도요토미 히데요시는 자신의 미천한 출신을 감추고 다이묘들을 효과적으로 통치하기 위한 수단으로 차와 찻잔, 다도를 이용했고, 특히나 고아하고 격조 높은 조선 찻사발을 몹시 갖고 싶어 했다. 이에 따라 임진왜란에 참여했던 다이묘들은 수많은 조선 사기장을 납치하고, 조선 도자기를 약탈해 본국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이것은 일본의 도자기 예술을 크게 발달시키는 계기가 된다.

‘유럽 도자기 여행’3부작에 이은 ‘일본 도자기 여행’ 시리즈는 낯선 땅에서 더욱 절실하게 도자기를 빚었을 조선 사기장들이 일군 일본 최고의 가마와 그들의 후손들이 이어 나가고 있는 조선 도자기의 전통이 어떻게 발전해 왔는지 살펴볼 것이다. 이번에 출간된 ‘일본 도자기 여행: 규슈 7대 조선 가마 편’은 일본 규수 지방에서 이름난 조선 가마의 과거와 현재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조선 사기장이 만든, 일본의 미의식을 반영한 도자기

일본으로 끌려간 조선 사기장들은 처음에는 조선의 흙과 비슷한 흙을 찾아 조선에서 만들던 방식 그대로 도자기를 구웠다. 하지만 이들이 만든 도자기는 점차 일본 각지의 특색과 그곳 주류 계급의 문화와 융합되어 조선 도자기와 비슷하면서도 또 다른 개성을 입게 된다.

규슈 지방의 조선 가마는 번주에게 바칠 헌상용품을 주로 제작하면서 기품 있고, 특색 있는 고급 도자기를 생산하는 가마로 전문화되었다. 단정하고 기품 있는 형상과 절묘한 유약이 조화를 이루는 다카토리야키, 도자기 표면에 유약이 자연스레 흐르는 듯한 세련된 멋의 아가노야키, 정교한 양각과 투각 기법으로 뛰어난 조형미를 보여 주는 미카와치야키, 청화백자와 국화 무늬 세공의 세밀한 장식에서 두각을 보이는 나카사토야키, 다양한 색채의 유약을 발라 구운 도자기 위에 그림을 그린 화려한 도자기를 선보이는 아리타야키 등은 그 형태와 색감, 질감 면에서 독자적인 경지를 이루었고, 지금까지도 일본 최고 수준의 가마로 인정받고 있다.

▲화려한 도자 강국의 이면에 감춰진 잔혹한 진실

메이지 시대에 이르러 일본에서는 전통 문화, 특히 도예에 대한 재평가 운동이 일어났고 파리박람회와 비엔나박람회를 통해 일본 도자기를 알리면서 국내는 물론 해외에까지 도자기 판매가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 일본 도자기 업계는 이에 만족하지 않고 유럽에서 배워 온 새로운 도자기 제조기술을 전통적인 도자기 제작법에 접목시켜 세계 최고의 도자기 왕국으로 발돋움했다. 임진왜란을 거치며 솜씨 좋은 사기장들을 빼앗긴 이후 도예 기술의 명맥이 끊어지다시피 한 우리의 현실과는 대조적이다. 더 안타까운 역사적 비극은 조선인 사기장들의 땀과 눈물이 서려 있는 도자기가 일본의 근대화와 아시아 침략을 지원한 밑거름이 되었다는 사실이다.

2016년은 일본에서 도조로 숭상하는 이삼평을 비롯한 조선인 사기장들이 가마를 일군 지 400주년이 되는 해다. 이 책은 일본으로 끌려간 조선 사기장들의 삶과 그들이 만든 도자기를 조명하고, 우리 도자기와 일본 도자기의 뒤바뀐 위상에는 어떤 역사적 배경이 있는지 되짚어 본다.




곽성일 기자
곽성일 기자 kwak@kyongbuk.com

행정사회부 데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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