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위가 이어지면서 생활 주변에서 물놀이를 즐기는 아이들이 늘고 있다. 물놀이 장소는 아파트나 공원 등에 설치돼 접근성이 좋고, 사고위험도 적은 ‘바닥분수’가 대표적이다.

그러나 지난해 환경부 조사결과를 보면 바닥분수 등의 물놀이 시설 중 24%가 비위생적인 수질 상태를 보여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바닥분수는 저장된 물을 끌어올려 이용한 후 사용한 물이 별도의 처리 없이 저수조에 들어가 재이용되는 구조다. 여기서 뛰어노는 아이들은 대부분 땀과 노폐물이 엉겨 붙은 옷과 피부를 물에 씻어 내는 형태로 물놀이를 즐기기 때문에 바이러스에 오염되기 쉽다.

최태훈 누네안과병원 각막센터 원장은 2일 “여름철이면 바닥분수에서 물놀이를 즐긴 뒤 눈병과 감기를 동시에 얻은 듯한 유행성 각결막염 때문에 치료를 받으러 병원에 오는 어린이 환자들이 눈에 띄게 늘어난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전문의들은 분수대에서 물놀이한 이후에는 반드시 손발을 깨끗이 씻어야 한다고 조언한다.

아이가 바닥분수에서 논 뒤 자꾸 눈을 비빈다거나 충혈, 부종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면 유행성 결막염을 의심해봐야 한다. 유행성 결막염은 항생제 성분이 든 안약을 적절히 사용하면 대부분 쉽게 치료되지만 방치하면 각막에 손상을 입거나 영구적인 시력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

유행성 결막염은 크게 ‘유행성 각결막염’과 ‘급성 출혈성 결막염’(아폴로 눈병)으로 나뉜다. 보통 물놀이 이후 눈이 충혈되거나 통증이 발생하면 유행성 각결막염인 경우가 많다.

유행성 각결막염은 영유아와 어린이들에게 많이 발병하며 감기의 원인인 아데노바이러스가 원인이다. 아데노바이러스가 결막에 침범하면 충혈, 눈곱, 눈의 이물감, 통증, 눈물 흘림, 눈부심, 눈꺼풀 부종, 가려움증 등 흔히 말하는 눈병 증상이 나타난다.

성인은 증상이 눈에만 국한되는 경우가 많지만, 영유아나 소아는 바이러스가 코, 기도 윗부분까지 침범하면서 콧물, 가래, 기침, 인후통, 귓바퀴 앞 림프절 부종 등과 발열 등의 전신 증상이 함께 나타날 수 있다.

원인 바이러스가 감기와 같아서 유행성 각결막염은 눈의 감기로도 불린다. 일반적으로 각결막염은 별다른 치료 없이도 회복될 수 있지만, 세균 감염 등의 합병증과 염증으로 인한 불편감을 줄이기 위해 안과 진료 후 항생제, 안약 등의 처방이 필요한 경우도 있다.

급성 출혈성 결막염은 유행성 각결막염과는 조금 다르다. 이 눈병은 아프리카 가나에서 발생해 대유행한 급성 전염성 결막염으로, 달 탐사선 아폴로 11호가 달에 착륙한 1969년 유행했기에 아폴로 눈병이라는 별칭이 붙었다.

원인 바이러스는 엔테로바이러스 70형이며, 8~48시간의 짧은 잠복기에 증상이 5~7일 정도 지속한다. 유행성 각결막염에 비해 짧은 잠복기 이후 이물감, 안통, 눈물 흘림, 충혈, 결막하출혈 등의 증상이 급격히 나타나지만, 임상 경과는 더 짧아서 대부분 일주일 정도 내에 회복된다.

전염성 눈병은 치료보다 예방이 더 중요하다. 예방을 위해서는 우선 눈병 환자와 접촉을 피해야 한다. 가족 중 눈병 환자가 있을 때는 수건, 세면도구를 별도로 사용하고 눈병 환자가 사용한 수건은 꼭 삶아서 빤다. 눈병 환자가 만진 물건에 손대지 않는 것이 좋고, 수저 등 식기도 따로 쓰도록 해야 한다. 외출 때 손을 자주 씻고 최대한 손으로 눈을 비비는 것을 자제해야 한다.

오해하기 쉬운 것 중 하나가 눈병 환자를 쳐다보면 옮는가 하는 의문인데, 눈을 쳐다보는 것으로는 전염되지 않는다.

한국건강관리협회 서울동부지부 건강증진의원 박정범 원장은 “눈병에 걸리면 되도록 눈을 만지지 않도록 주의하고, 약 2주간의 전염 기간에는 어린이집, 유치원, 학교 등을 쉬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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