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무환JltHRT.jpg
▲ 박무환 대구취재 본부장
“어?, 어?”

신공항 입지가 발표되던 그 날, TV 화면에 영남권 신공항 대신 김해공항 확장, 영남권 신공항 백지화라는 자막이 나왔다. 도저히 믿을 수 없었다. 멘붕이 왔다. 정부에 대한 실망감, 부산을 향한 원망, 그리고 대구·경북은 뭐했나 하는 자책감이 머리에 맴돌았다.

정부의 발표는 어처구니가 없었다. 김해공항 확장할 거면 용역은 뭐하러 줬나. 20억 원이라는 거액의 혈세를 낭비해가며 용역을 줄 필요가 없었다. 그래도 우리는 지역에 별로 해준 게 없어도 정부를 믿어왔다. 그러나 이제는 사정이 달라졌다. 느닷없이 김해공항 확장이라는 아닌 밤중에 홍두깨를 들고나와 그게 신공항이라며 믿어 달라고 강요하고 있는 것이다.

밀양 신공항을 그렇게도 원했던 것은, 그것이라도 좀 더 가까이 두면 나락으로 떨어진 지역경제를 어떻게 하면 살려서 좀 먹고 살까 싶은 절박함에서 나온 것이다. 그러나 허탕이었다.

신공항 유치를 자신들의 정치적 목적으로 악용하려 한 서병수 부산시장을 비롯해 특정 정치세력들이 떠올랐다.

가덕도 무산에 따라 그들은 먼저 사퇴하거나 물러나는 게 도리다. 아니 사퇴하는 시늉이라도 하는 게 우선일 것이다. 신공항 무산의 책임이 그들에게 일정 부분 책임이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김해 공항 확장이라는 정체불명의 괴물을 탄생토록 한 원인을 제공했다. 이들은 신공항 유치과정에서 민란 운운하면서 시민을 선동하고 정부를 상대로 공갈·협박한 혐의다.

대구·경북의 입장에서 보면 부산의 그같은 반발이 없었다면 밀양신공항이 될 수도 있었을 것이다 .

시각을 좁혀보면 대구도 남 탓할 것 없다. 정보 부재 현상을 어김없이 드러낸 것이다. 김해확장 결정에 완전히 뒤통수를 맞은 것이다. 밀양이나 가덕도가 아니라 김해공항확장에 뒤통수를 맞았다. 발표 당일 1시간 전까지도 밀양될 줄 알고 잔치준비를 하고 있었던 어처구니없는 상태를 노출했다. 한마디로 허를 찔린 것이다. 그 많은 시간 동안 그 많은 정보를 가진 정치관료들이 김해 확장이 포함됐다는 사실조차 모르고 정부를 믿는다는 말만 해댔으니. 순진하고 착하기 그지없는 ‘TK 바보’였다. 치워버려라. 가덕도는 이길 수 있다는 자만감에 도취해 있는 순간, 김해공항 확장이라는 정체 불명의 괴물에 대처하지 못하는 실수를 남겼다. 분명한 건 김해공항 확장은 신공항이 절대 아니다. 억장이 자꾸 더 무너지려 한다.

대구·경북은 노태우·김영삼 정부에 이어 박근혜 정부에 이르기까지 성원과 지지를 아끼지 않으면서 정권 창출에도 결정적 역할을 했다. 그러나 이들 정권은 대형 국책사업 유치에 대구·경북을 외면했다. 삼성자동차에서부터 위천 국가공단 실패에 이어 밀양 신공항 유치는 두 번에 걸쳐 헛물만 켰다. 그때마다 대구·경북은 수십 년 찬밥신세였고 또 속아온 것이다.

내놓을 만한 대기업 하나 없는 현실에서 청년들은 일자리를 찾아 지역을 떠나고 있다. 대구·경북이 전국적 낙후도시로 전락하면서 ‘생과 사’의 갈림길에 처해 있다. 새누리당의 심장인 대구-경북이 식어 가고 있다. 밀양 신공항을 백지화시키고 대구공항은 그대로 존치한다고 했으니 이제 K-2 이전은 박근혜 정부가 책임지고 해결해라. 원자력해체기술연구센터도 반드시 경북 도내에 가야 한다.



박무환 기자
박무환 기자 pmang@kyongbuk.com

대구취재본부장. 대구시청 등을 맡고 있습니다.

저작권자 © 경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