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3분기에도 대기업이 은행에서 돈을 빌리기 까다로울 것으로 보인다.

금융기관들은 구조조정의 영향으로 대기업의 신용위험이 크게 높아질 것으로 예상하면서 대출을 보수적으로 할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이 5일 발표한 ‘금융기관 대출행태서베이 결과’에 따르면 국내 은행이 전망한 올해 3분기(7∼9월) 대출태도지수는 -19로 나타났다.

2008년 4분기(-23) 이후 최저치를 기록한 지난 2분기와 같은 수준이다.

대출태도지수가 음(-)이면 금리나 만기연장 조건 등의 대출심사를 강화하겠다고 응답한 금융기관이 완화하겠다는 기관보다 많다는 뜻이다.

이번 조사는 지난 5월30일∼6월10일 국내은행 15개, 상호저축은행 14개, 신용카드사 8개, 생명보험회사 5개, 상호금융조합 130개 등 172개 금융기관을 대상으로 실시됐다.

박민렬 한국은행 금융시스템분석부 과장은 “은행들이 기업에 대한 대출태도를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며 “특히 대기업 신용위험이 구조조정의 영향으로 커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기업에 대한 은행의 대출태도지수는 올해 3분기 -25로 나타났다.

이 전망치가 현실화하면 2분기(-19)보다 7포인트 하락하고 2008년 4분기(-38) 이후 7년 9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하게 된다.

조선·해운업을 중심으로 한 구조조정의 본격화, 국내외 경기의 불확실성 등의 영향이라고 한은은 분석했다.

중소기업에 대한 대출태도지수는 -19로 올해 2분기와 같은 수준으로 집계됐다.

3분기 가계의 주택자금 대출태도지수는 지난 2분기(-25)보다 하락한 -28로 집계됐다.

-28은 2007년 1분기(-41)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은행들이 올해 2월 여신심사 가이드라인, 최근 집단대출 급증에 대한 부담 등으로 대출심사를 강화하겠다는 태도를 보인 것이다.

다만, 가계의 일반자금 대출의 경우 3분기에 ‘중립’(0) 수준으로 나타나 2분기(-6)보다 완화될 것으로 예상됐다.

비은행금융기관의 대출태도는 업권별로 다르게 나타났다.

상호금융조합의 대출태도지수는 2분기 -12에서 3분기 -24로, 생명보험사는 -20에서 -30으로 급락할 것으로 조사됐다.

반면 상호저축은행(7)과 신용카드사(6)는 완화적 태도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금융사들은 전반적으로 가계, 기업 등 차주의 신용위험이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국내 은행이 예상한 차주의 신용위험지수는 33으로 2분기(28)보다 5포인트 상승했다.

이 수치는 글로벌 금융위기의 여파가 컸던 2009년 2분기(34) 이후 7년 3개월 만에 가장 높다.

특히 대기업의 신용위험지수는 38로 2분기(28)보다 10포인트 급등할 것으로 전망됐다. 38은 한은이 관련 통계를 집계한 2002년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세계적인 경기 둔화로 대기업의 성장성이 정체된 상황에서 하반기에 구조조정으로 신용위험이 가파르게 오를 것이라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중소기업 신용위험지수도 2분기 34에서 3분기 38로 상승하고 가계 역시 22에서 25로 오를 것으로 전망됐다.

2금융권의 경우 상호저축은행이 차주의 신용위험지수가 2분기 14에서 3분기 29로 뛸 것으로 내다봤다.

신용카드사(19→25)와 상호금융조합(18→27)에서도 가계와 기업의 신용위험이 커질 것이라는 응답이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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