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손가락이 현 위에서 춤을 추자
한 때 서늘한 기운을 뽑아내던
주름진 미간이 떨린다
두 줄 현 우에서 길을 잃은 것은 아닌지
죄었다 풀며 현 위를 구르는 소리가
그를 이 세상 밖으로 밀어낸 건 아닌지
그가 빠졌던 숱한 구렁
그 굽이에서 건져 올리는 저 질긴 소리
굿판에 서지 않으면 온몸이 시름인
저 늙은 년의 굿에는 마른천둥이라도 불러야지
숨가쁜 북장단에 무당은
시퍼런 양날 작두 위에 서고
그는 한 치 제겨디딜 데 없는
두 줄 현 위에 서서 먼 곳을 본다
감상) 나는 참새처럼 전깃줄에 한 번 사뿐 서 보고 싶다 서서 지나가는 당신을 짹,짹,짹, 불러보고 싶다 무심코 고개돌린 당신과 눈이 마주친다면 나는 모르는 척 웃어주리라 가볍게 그러나 길게(시인 최라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