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의 또 하나의 보물 혼자수

▲ 자신의 혼자수 작품 ‘금동미륵반가사유상’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는 이용주작가.

경주 도심에 위치한 봉황대광장 앞에는 얼른 보기엔 특별함을 찾을 수 없는 3층짜리 조그만 건물이 하나 있다.

하지만 건물 안으로 들어가 보면 한 땀 한 땀 바느질로 만든 너무나 아름다워 황홀하기까지 한 자수 작품들이 벽을 가득 채우고 있다.

이곳은 천년고도 경주의 또 하나의 보물인 ‘혼(魂)자수 미술관’이다.

이 미술관은 우리 전통의 자수에 ‘사실감 나는 손자수법’을 더해 입체감과 사실감을 살려 자수의 새로운 영역을 만들어 낸 혼자수 작가 이용주 관장의 보금자리다.

혼자수에는 자수의 맥을 잇겠다는 혼과 몇 달 몇 년의 작업으로 작품을 완성시키는 인고의 혼이 담겨있다.

또한 자수를 현대예술로 승화시킨 작가의 혼과 소름끼치는 사실적 표현으로 세계적 인물들을 감동시킨 예술의 혼도 있다.

△혼자수는 뼈속까지 온전한 우리의 예술이다.

혼자수는 우리나라에서 1만년 전 뼈바늘이 발견된 신석기시대이후 우리민족에게만 비법처럼 전해 내려오던 자수법을 이용주 작가가 재현했다.

입체감과 생명감을 만들어내는 방법을 개발해 발명특허를 획득한 우리나라만의 우리민족만의 자수이다.

이용주 작가는 이 자수를 혼자수라고 이름 붙여 이제는 백과사전에 기록돼있기도 하다.

그러나 그 자수방법만 만들어낸 것이 아니고 그 자수를 예술로 승화시켰다.

세상의 모든 자수는 밑그림인 본을 선으로 그리지만 혼자수는 그 본을 색상까지 완벽한 그림을 잡는다.

그 위에 그 색상과 같은 실을 염색해 한 땀 한 땀 바늘로 찌른 점작업과 그 점과 점을 연결해서 만드는 선작업, 그 선을 모아 만드는 면작업, 그 면과 면을 모아 공간을 만드는 인고의 시간으로 우리민족만이 해낼 수 있는 고난이도 손기술과 예술성으로 이뤄지는 작업이다.

그래서 일반회화에서 볼 수없는 특별한 것들이 혼자수 속에 숨어있는 것이다.

이 작가는 신라시대에도 번성했던 자수를 경주에서 도약시켜 경주가 세계 최고의 자수를 가진 도시로 만들어가고 있다.

이용주 작가가 자수 작업을 하고 있는 모습.

△우리예술의 자존심 혼자수

혼자수는 사용하는 비단 실이 갖는 질감과 그의 자수법으로 만들어내는 조직감이 어우러져 일반 회화에서는 만들어내기 힘든 작품의 표현이 가능하다.

작품 속 인물의 안색이 변하고 보는 각도에 따라 실제 살아있는 사람처럼 머리카락이 반사되는 빛과 옷의 질감이 변화된다.

왼쪽에서 보면 해가 뜨지 않아 어둡던 불국사를 오른쪽에서 보면 눈부신 햇살이 비친다.

솔잎하나, 풀잎하나, 소나무의 껍질은 물론 니트나 청바지의 질감까지 만들어 낸다.

사진이나 유화에서는 일정한 방향에서 보면 빛이 반사돼 그 형상을 알아보기 힘들지만 혼자수는 어느 방향에서나 또렷하다.

사용하는 천과 실 모두 비단인데 비단은 예로부터 동서양을 막론하고 존귀함의 상징이었고, 수를 놓는 실 또한 긴 인연, 길물의 의미를 지니고 있다.

혼자수는 이용주 작가가 작품의 이미지를 어떻게 하면 자수로 입체감과 사실감을 살릴 수 있을까 고심하고 그것을 강조한 이미지를 만들어낸다.

그것을 보고 색상까지 완벽한 본을 잡고 자수의 기법과 실의 각도까지 계산해 수를 놓는다.

그것이 틀려진다면 홀로그램 현상이 만들어져도 완벽하지 않고 어색해 표시가 난다.

이 과정의 하나하나를 이용주 작가가 간섭해 작업을 끝낸다.

특히 섬세한 기법 즉 이용주 만의 화풍은 그가 발명해 특허등록된 자수법을 제자들이나 수예공에게 가르쳐 작업하기에 가능하다.

세상에서 자수에 정교함과 입체감, 생명감을 불어넣으려면 이용주 특허 기술인 ‘사실감 나는 손자수법’이 없으면 안된다.

셀린디온이 이용주 작가의 혼자수 작품에 놀라 눈물을 글썽이고 있다.


△혼자수에 열광하는 명사들

세계는 지금 한국이 모르는 한국의 보물, 혼자수에 열광하고 있다.

많은 예술가들이 저명한 누구누구가 작품을 소장했다고는 하지만 정작 증명할 사진 한 장 없는 경우가 많다.

혼자수는 수많은 세계적 리더들이 소장하고 있음이 사진으로 증명된다.

교황과 반기문 유엔사무총장, 박근혜대통령, 터키대통령과 알젤리, 요르단의 국가 원수가 혼자수를 소장하고 있다.

올해 오스카음악상을 받은 엔니오모리꼬네가 아내를 데리고 찾아왔으며, 셀린디온이 그의 작품을 보고 눈물을 터트렸다.

펩시콜라를 광고하는 최고의 힙합그룹 블랙아이드피스 전 멤버 4명이 그를 만나기 위해 20여분을 기다렸다.

그리스, 러시아 정교회 대주교와 조계종 종정 진제스님, 미국의 제시잭슨 목사 등 종교지도자와 세계적 예술가, 건축가, 언론인, 경제인들이 그의 작품을 소장했다.

지난달에는 터키 이스탄불 톱바쉬 시장이 대중 앞에서 터키의 에르도안 대통령에게 이용주의 혼자수 작품을 전해주면서 마이크를 들고 설명하는 모습이 전해져 화제가 됐다.

작품 ‘삼릉가을안개’

△경주 실크예술의 자존심 혼자수

서울이 고향인 이용주작가의 본향은 함경남도 흥남이다.

서울에서 태어났지만 실향인인 조부모와 부친의 묘는 서울 인근에 있다.

그는 경주를 제2의 고향으로 삼고 경주에서 살려고 선친들의 묘까지 옮기려 하고 있다.

하지만 미술관이 있는 지역이 문화재보존구역으로 언제 헐릴지 모르기 때문에 최근 들어 그의 의지가 많이 위축돼 있다.

그의 혼자수 미술관은 경주시청에 임대료를 내며 운영하고 있다.

서울이나 부산, 대구, 포항, 울산 등에서 그의 작품을 보기위해 오는 사람들이 많이 있지만 입장료로는 월세도 내기 힘들다.

그러나 뜻있는 분들과 감동받은 사람들의 후원이 있어서 지금까지 미술관을 유지하고 작품활동을 하고 있다.

이용주작가는 자신을 경주로 오게 한 분을 은인으로 생각하고, 그에게 은혜를 갚는 길은 혼자수로 경주를 세상에 알리는 것이라 믿고 있다.

그는 자신이 가진 능력을 발휘해 천년고도 경주에 벽화와 천장화로 가득 찬 혼자수 궁을 만드는 것이 꿈이다.

혼자수 궁은 세상에서 가장 큰 자수 작품이 있고, 천장과 벽 그리고 바닥까지 자수로 된 200연인계단, 홀로그램 소나무터널 등으로 꾸미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혼자수를 보여주는 공간이 되는 것이다.

이용주 작가는 “혼자수 궁에는 국내외명화들로 채우고 그곳에서 생긴 입장료 등의 수입 90%를 능력있으나 힘든 예술가, 어려운 이웃, 헐벗고 배고픈 북한의 어런이들을 위해 쓰려고 한다”며 “예술이 힐링으로, 또 물질적으로 세상을 아름답게 할 수 있다는 것을 혼자수가 세상에 보여주게 될 것”이라 말했다.


작품‘솔숲의 빛’
황기환 기자
황기환 기자 hgeeh@kyongbuk.com

동남부권 본부장, 경주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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