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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기환 동해안권 본부장
보문관광단지는 경주를 찾는 국내외 관광객들이 한번쯤은 들러 본 경주관광 일번지다.

지난 1975년 국내 관광단지 1호로 지정 받은 후 그동안 최고의 종합휴양지로 명성을 이어왔다.

아름다운 보문호수 주변에 자리 잡고 있는 다양한 시설들은 고대와 현대가 잘 어우러지도록 조성돼 수많은 관광객들을 불러 모았다.

하지만 ‘세월을 이길 장사 없다’는 말처럼 보문관광단지 곳곳엔 40여 년 세월의 흔적이 배어나고 있다.

영업부진으로 문을 닫은 숙박시설은 잡초만 무성한 채 스산한 분위기마저 느끼게 한다.

단지 곳곳에서 영업을 하고 있는 개인 상가들의 시설물들도 빛이 바래거나 낡아 눈살을 찌푸리게 만든다.

보문관광단지를 사랑하고 함께 살아가고 있는 고도 시민으로서 안타까움을 금할 수가 없다.

무엇보다도 보문단지의 상징적 건축물인 중심상가의 방치가 보문단지가 처한 현실을 여과 없이 보여주고 있는 것 같아 가슴을 아리게 한다.

한옥 형태의 건물 13개 동에 모두 34개실로 구성된 보문중심상가는 단지 개장 초부터 운영되면서, 많은 이들의 기억에 잊을 수 없는 추억의 장소로 남아 있다.

이곳에는 관광기념품점을 비롯해 막걸리, 파전을 파는 식당 등 다양한 업종이 입점해 오랜 세월 동안 보문관광단지 활성화의 견인차 역할을 톡톡히 했다.

그러나 2년 전부터 이곳 상가들은 문이 굳게 닫힌 채 방치되고 있어 늙은 보문단지를 더욱 초라하게 하고 있다.

세월을 이기지 못하고 파손된 보도블록이 곳곳에 방치돼 있는가 하면 하얀색의 건물 벽이 검은색으로 변할 정도의 거미줄, 그리고 어지럽게 엉켜있는 전기선.

국내 최고 관광도시인 경주의 대표 관광지 핵심부가 보는 사람의 얼굴이 후끈 달아오를 정도로 관리가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

보문관광단지 대표 건축물인 인근의 야외공연장을 찾는 수많은 관광객들에게 보문단지의 민낯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는 것 같아 씁쓸한 마음 피할 길이 없다.

중요한 것은 이곳 상가들이 왜 이렇게 오랜 시간 동안 문이 닫혀 있느냐다.

이유는 보문단지를 관리하는 경북관광공사가 중심상가 매각을 추진하다 경주시의 보류 요청으로 사업추진이 중단됐기 때문이다.

관광공사는 정부의 공기업 경영혁신 방침에 따라 시설이 낡고 공간이 협소한 중심상가를 매각해 보문관광단지를 활성화 시킨다는 방침에 따라 매각을 추진했다.

이어 서울지역 한 업체가 입찰보증금까지 납부하며 계약체결이 순조롭게 진행되는 듯 했다.

하지만 소식을 들은 경주시는 보문호수와 조화롭게 배치된 보문단지의 상징건축물을 민간에 매각보다는 활성화 방안을 먼저 모색하자며 매각 보류를 요청했다.

이에 따라 경주시는 현재 활성화 방안 마련을 위한 용역을 진행하고 있으며, 경북관광공사는 경주시의 결과를 기다리며 2년째 허송세월을 보내고 있는 것이다.

보문중심상가 소유자인 경북관광공사가 그동안 경주시의 눈치를 보면서 적극적인 활성화 방안 마련을 외면한 것 같아 안타까울 뿐이다.

두 기관은 이제라도 소극적인 업무진행에서 벗어나 보문중심상가를 살릴 수 있는 방안 마련에 머리를 맞대야 한다.

한때는 광객들의 웃음소리와 활기찬 모습이 넘쳐나는 이곳을 이대로 내벼려 둘 수는 없지 않는가!

세계 곳곳을 다니며 펼치는 관광객 유치활동도 중요하지만 초대한 손님이 기분 상하지 않도록 집안을 잘 가꾸는 것이 더 중요하지 않을까?

황기환 기자
황기환 기자 hgeeh@kyongbuk.com

동남부권 본부장, 경주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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