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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에 제주 재판(조정)을 갔다. 금요일 오후 재판이라 일을 마친 후 잠깐이라도 파란 바닷가에서 시원한 바람이라도 쐴 수 있다는 생각으로 흐뭇하였다. 지난겨울을 거쳐 새롭게 봄을 맞는 수개월 동안 내내 대구의 공기는 너무 갑갑하였고 두꺼운 천상의 구름이 지상으로 모두 내려앉은 듯 뿌연 하늘이 계속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공항에서 법원으로 갈 동안에도 하늘은 그대로였을 것이지만 제주 법원에서 나와 택시에 탄 이후에야 사건에 대한 부담감과 긴장감에서 벗어나 처음으로 제주 하늘을 봤다. 그런데 맙소사, 제주 하늘은 파랗지 않았다.

무채색의 뿌연 하늘뿐이었다. 몇 년 사이 높이 올라간 건물 사이의 제주 하늘은 대구의 뿌연 하늘과 다를 게 별로 없었다. 택시기사님에게 언제부터 이런 거냐고 탄식하였더니 올해 들어 좀 심해진 것 같다는 말씀이었다. 무언가 소중한 것을 누구에게 빼앗긴 것 같은데 누구에게 어떻게 화를 내야 하는지 알 수 없는 억울한 심정이었다. 장마로 비가 자주 온 요사이는 그래도 반가운 파란 하늘도 종종 볼 수 있다. 그렇다고 문제가 해결된 것이라고 할 수는 결코 없다. 이제는 뿌연 하늘이 오히려 일상이 되어 버리고 파란 하늘은 비 온 후에나 볼 수 있는 예외적인 현상이 되어버린 것을 부인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저 멀리 NASA에서 한반도 대기 질 조사를 나오기까지 한 상황이니 우리는 말 그대로 “숨 막히는” 순간을 살고 있는 것이다. 폭스바겐사가 TDI 2.0엔진이 탑재된 차량을 구입한 미국 소비자들에게 우리 돈 약 18조 원에 달하는 막대한 민사보상금을 주기로 하였다는 보도를 접했다. 폭스바겐사에 우리 환경부가 내린 제재는 약 140억 원의 과징금이 고작이다. 또 공정거래위원회가 최대 880억 원 과징금을 부과할 수도 있다고 보도 자료를 배포한 것으로 보이지만 만족스럽지 않기는 마찬가지이다. 그런데 작년 연말경 미국에서 배출가스조작문제가 터진 이후에 폭스바겐코리아는 국내에서 대대적인 할인행사를 했고 우리국민 중 많은 사람이 몇백만 원 할인된 차량을 대거 구입하여 폭스바겐차량의 단기간 판매실적이 오히려 큰 폭으로 증가하였으며 우리 정부는 이런 상황이 벌어지는 것을 수수방관하였다. 

대기오염으로 인한 국민건강이나 환경에 관한 위해를 예방하고 대기환경을 적정하고 지속 가능하게 관리·보전하여 모든 국민이 건강하고 쾌적한 환경에서 생활할 수 있게 하는 것은 정부의 엄중한 의무이다. 대기환경 보전법 제50조 제1항은 환경부 장관의 차량검사권한·의무를 규정하고 있으며, 제7항은 차량 검사에서 불합격된 차량의 제작자에게 그 자동차와 동일한 조건으로 생산된 것으로 인정되는 같은 종류의 자동차에 대하여는 판매정지 또는 출고정지를 명할 수 있고, 이미 판매된 자동차에 대하여는 배출가스 관련 부품 및 자동차의 교체를 명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제1항은 “의무규정(해야 한다.)”, 제7항은 “재량규정(할 수 있다.)”형식으로 입법되어 있지만 환경부에게는 판매정지, 출고정지, 부품 및 자동차의 교체 등을 회피할 재량은 이미 남아 있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오히려 제7항 규정이 긴급한 의무가 된 것이다. 파란 하늘은 누구에게나 똑같이 주어진 최소한의 행복 필수 조건이고, 맑은 공기는 누구에게나 똑같이 주어져야 하는 최소한의 생존 요건이기 때문에 더 이상 지체하여서는 안 된다. 녹록지 않은 경제 상황, 팍팍한 삶 속에서 파란 하늘, 맑은 공기라도 실컷 누리고 싶은 것이 우리 국민의 절절한 바람이다. 중앙정부와 자치단체 모두 하루라도 빨리 탁상공론에서 벗어나 구체적이고 즉각적인 행동에 나설 것을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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