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가 1996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가입한 지 20년이 됐다. 부자클럽인 OECD에 가입한 것은 국제규범과 어젠다 설정을 주도하는 핵심그룹의 일원이 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가입 당시 말들이 많았다. 아직 우리가 가입할만한 형편이 아니라는 시기상조론이 대세였다. 곡절 끝에 가입은 했지만, 가입 직후 발생한 아시아 금융위기로 시련을 겪으면서 ‘샴페인을 너무 일찍 터뜨렸다’는 자책도 했다.

가입 이후 한국은 다양한 분야에서 OECD의 정책 권고를 성실하게 이행하고 있다. OECD 가입으로 개방되고 투명한 사회를 이루는데 상당한 성과를 낸 것도 사실이다. 이는 한국 경제가 지속 가능한 성장을 달성할 수 있게 하는 기반이 되고 있다.

하지만 아직 극복해야 할 과제가 많다. 소득 불평등, 일과 삶의 불균형, 미흡한 여성 경제활동 참가율 등은 국제사회에 수치로 내놓기 부끄러울 정도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분석한 자료에 의하면 경제활동 참가율, 고용률 등 분석 대상 14개 지표 중 11개가 OECD 평균 이하다. 그 대표적인 것이 ‘일과 삶의 균형’ 지표인데 우리나라는 터키(38위), 멕시코(37위)를 간신히 제친 36위에 그쳤다. 주당 50시간 이상 일하는 임금노동자 비율이 23.1%나 돼 OECD 평균보다 10.1%나 더 높다. 반면 여가나 개인 생활에는 주당 평균 14.7시간(27위)만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나 밤낮없이 일하면서 여가는 제대로 즐기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 OECD가 발표하는 통계가 나올 때마다 얼굴이 화끈거릴 기록적인 수치들이 많다. 자살율은 지속적으로 1, 2위에 오르고, 행복지수와 경제활동참가율은 올해 33개 국 중 똑같이 26위로 하위권에 머물고 있다. 한국은 OECD가입 20년이 지났지만 고용과 실업률 모두 뒷걸음질이다. 정부는 이 같은 비교 수치를 바탕으로 이를 개선하는 방향으로 정부 정책을 입안하고 실행해야 할 것이다.

교육부 나향욱 정책기획관이 지난 9일 한 언론사 기자와 식사하면서 “민중은 개·돼지로 취급하면 되고 먹고살게만 해주면 된다”고 말해서 파장이 크다. 나 정책기획관을 두둔해서가 아니라 정부는 국민이 일만 하는 개·돼지로 취급되고 있지 않은지 OECD가입 20주년에 되돌아 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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