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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일 울산 동구 동쪽 52km 해역에서 규모 5.0의 지진이 발생한 이후 원전의 지진 대비에 대한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높아지고 있다.

울산 지진 이후 원자력안전위원회는 “이번 지진의 진앙지로부터 거리가 51km로 가장 가까운 월성 원자력발전소의 경우 지진값이 0.0144g로 관측돼 설계기준인 0.2g에 못 미쳐 원전 운영에 영향이 없었다”고 발표했다.

또 원전 운영사인 한국수력원자력은 “지진으로 인해 인접한 월성원전은 물론 전국의 원전은 영향 없이 정상운전 중에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후에도 환경단체나 지역주민 등은 원전 안전성에 대한 불안감을 표시하고 있는 실정이다.

전문가들은 한국은 지질학적으로 안정성이 높아 지진이 거의 일어나지 않고 지진 강도도 높지 않다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일반 국민들은 작은 지진이라도 자주 일어나면 강진의 가능성도 커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하고 있다.

지진 관련 일반 국민들의 불안감을 감안해 최근 한국지진의 추이와 원전의 내진설계 및 각종 지진 대비 설비에 대해 심층 취재했다.

△한국 규모 5.0 이상 7회, 일본 3천300회

규모별 연간 지진발생 빈도
우리나라의 지진활동 관측은 1905년부터 시작됐지만, 비교적 정확한 지진관측은 1978년 이후부터 본격적으로 이뤄졌다.

1978년 이후 우리나라에서는 규모 2.0 이상의 지진이 연간 약 20회 기록됐고 1990년대 후반부터는 약 50회가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규모 3.0 이상의 지진발생 빈도는 연간 약 10회로 현재까지 변화 없이 동일한 수준이다.

이는 1990년대 이후 국내 지진 관측망의 증가와 더불어 지진관측기술이 발달되기 시작하면서 매우 작은 규모의 미소 지진 감지능력이 증가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즉 지진계측 초기에 감지가 되지 않던 규모 3.0 미만의 지진을 감지한 후 총 지진발생 횟수가 다소 증가한 것으로 보이지만 이는 관측 능력의 향상 때문이다.

김근경 한수원 중앙연구원 플랜트건설연구소장은 “계기지진 관측 이래 우리나라에서는 지진활동이 증가되거나 활발해진다는 특이할 만한 증거는 보이지 않는다”면서 “지진발생 위치를 보면 특정한 지역에 편중되지 않고 규모 4.0 이상의 지진의 진앙지도 전역에서 분산돼 있다”고 말했다.

우리나라의 지진활동의 빈도를 일본과 비교해보면 더 쉽게 이해할 수 있다.

1978년 이후 규모 5.0 이상의 지진발생 빈도는 우리나라의 경우 7회에 불과하지만, 일본에서는 3천300회 이상 발생하고 있다.

이는 지진활동이 활발한 태평양을 둘러싼 지진 빈발 지역인 일본, 대만, 미국 서부 지역과 같이 판 경계에 위치하는 지역과는 판이하게 다르다.

우리나라는 유라시아판 내부에 위치하고 있는 판 내부 환경이기 때문에 지진발생 규모 및 발생빈도가 극히 작고 저조한 편이다.

△울산해역 지진 우려할 수준 아니야

울산 해역에서 발생한 이번 지진은 북북동 방향의 주향이동(수평이동) 단층에 기인한 지진으로, 진앙지에서 약 51km에 위치하는 월성 원전에서 계측된 최대지반가속도값은 0.0144g(1g=981cm/sec2)로써 원전 설계지진인 0.2g(규모 6.5)의 10분의1 이하의 크기로 원전 안전성에 미친 영향은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2000년 이후 울산 해역에서는 규모 2.0 이상의 미소 지진이 수차례 발생한 사례가 있으나, 이들 지진의 진앙지 인근 해역에는 대규모 활성단층이 존재한다는 특별한 지질구조가 관측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미국 원자력위원회 보고서에 따르면 해저단층과 지진발생이 연관성이 있으려면 단층선을 따라서 큰 규모의 지진이 일관되고 집중적으로 발생할 경우 활성단층대라고 말할 수 있다.

하지만 울산 해역의 지진분포를 볼 때 규모가 작고 발생빈도도 낮은 지진이어서 이 지진이 해저단층과 연관성을 가진다고 볼 수 없다.

△내진설계에다가 지진자동정지시스템 등 추가

원자력발전소 시공 모습

국내에서 특정한 시설물을 건설하는데 그 시설물만의 내진설계를 위해 부지조사, 지진재해도 분석, 지진해일 평가 등을 실시하는 것은 원전 구조물이 유일하다. 


따라서 한수원은 원자력발전소 건설 시 다양한 지질학적, 지진학적, 내진 분야의 조사 및 연구를 통해 가장 최신의 기술로 원자력의 안전성을 확보한다고 밝혔다.

또한 일본과 대만 등 세계 지진 빈발 국가의 경험을 토대로 지속적으로 지진 안전성을 강화해왔다는 것이다.

윤청로 한수원 품질안전본부장은 “원전은 건설시 내진설계로 지진에 대비하는데다 추가적으로 지진 안전성을 높이는 노력을 기울여왔다”면서 “모르면 막연한 불안감이 커지기 때문에 우리나라 원전이 지진에 어떻게 대비하고 있는지 정확히 알릴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수원은 원전 시설과 방사성폐기물 임시저장고의 내진성능을 강화하고 지진 상황을 가정한 훈련과 절차서를 개선해 지진 대응능력을 높였다.

지진감시 능력을 높이고 일정규모 이상의 지진이 감지될 경우 원자로가 자동으로 정지되는 지진 자동정지시스템도 구축했다.

이 설비는 세계에서 대규모 지진이 자주 일어나는 일본원전과 대만원전, 미국의 디아블로 캐년 1호기에만 구축돼 있으며, 한국원전의 경우 전 원전에 설치돼 있다.

△해일 및 침수에다가 최악 시나리오까지 대비

결정적으로 2011년 3월 발생한 동일본 대지진으로 인한 후쿠시마 원전 사고는 우리나라 원전의 지진과 해일 대비 설비를 대폭 늘리는 계기가 됐다.

사고 직후 국내에서는 국내 원자력시설 안전점검이 이뤄졌고 구조물 안전성을 확인한 후 침수 가능성을 대비한 전력 및 냉각계통을 강화했다.

고리원전 해안방벽을 구축하고 방수문 설치했으며, 침수로 전력과 최종열제거원 상실될 때를 대비하기 위해 4개 원전 본부에 이동형발전차도 도입했다.

덧붙여 최악의 시나리오를 짠 후 대비책을 만들었다.

노심이 용융되는 중대사고로 진전될 경우 전원 없이도 격납건물에서 발생하는 수소를 제거할 수 있는 피동형 수소재결합기를 모든 원전에 설치했다.

또 압력이 높아져 격납건물이 손상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격납건물 여과배기계통을 설치하고 있으며, 원자로에 냉각수를 공급하기 위한 원자로 비상냉각수 외부 주입유로를 설치했다.

△골든 타임 확보를 위해 발전운영종합센터 신설

한수원은 본사에 발전운영종합센터를 신설해 사고 시 전 원전에 대한 골든타임을 확보할 수 있도록 컨트롤 타워를 구축해 운영하고 있다.

원전을 실시간으로 통합 감시하고 원전의 고장징후를 조기 감지해 발전정지를 예방하는 기능을 하며 방사선 유출이나 테러상황 같은 비상시에 신속하게 상황을 공유해 적기에 비상 대응이 가능토록 설계했다.

한국 원전은 설계 단계에서 충분한 여유를 갖도록 내진설계를 하고 지진의 발생부터 중대사고를 완화하는 모든 단계에서 취약한 요소를 찾아내 안전성을 강화하고 있다.

IAEA 검증단은 한국 원전의 지진과 해일 대비에 대해 “후쿠시마 사고 이후 취한 조치가 신속성과 양에 있어 세계 어느 나라에도 뒤지지 않는다”고 평가했다.





황기환 기자
황기환 기자 hgeeh@kyongbuk.com

동남부권 본부장, 경주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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