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 한·미가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의 주한미군 배치를 공식 결정한 후 나라 안팎에서 후폭풍이 거세다. 어느 정도 예견됐던 일이지만 중국과 러시아 등 주변국의 반발이 구체적인 경제 보복 조치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고, 사드 부지로 거론되는 지역민들의 집단행동도 갈수록 격화될 조짐이다. 시민사회에서도 찬반논쟁이 뜨거워지고 있다.

사드배치 문제는 순전히 국익과 국가안보 차원에서 결정되고 추진돼야 함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우리는 사드 문제로 동북아 안보지형이 더욱 복잡해지더라도 국가 주권을 수호하고 반드시 북핵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시대적 과제를 안고 있다. 북한은 11일 조선인민군 총참모부 포병국 명의의 ‘중대경고’를 통해 “세계 제패를 위한 미국의 침략수단인 ‘사드’ 체계가 남조선에 틀고 앉을 위치와 장소가 확정되는 그 시각부터 그를 철저히 제압하기 위한 우리의 물리적 대응조치가 실행될 것”이라고 위협했다. 사드배치 반대 여론을 부추겨 남남갈등을 유발해보겠다는 북한의 속셈 앞에 적전분열 양상을 보여선 곤란하다.

박근혜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에서 “대통령으로서 북한의 위협으로부터 국민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 필요한 모든 조치를 강구할 것”이라면서 “주한미군에 사드를 배치하기로 결정한 것도 바로 이런 이유에서다”라고 강조했다. 안보문제에서만큼은 여야 구별 없이 폭넓은 공감대가 형성되도록 해야 할 것이다.

특히 우려되는 것은 정부가 사드배치 지역 발표를 놓고 우왕좌왕 하고 있거나 망설이고 있다는 느낌이다. 정부가 영남권 신공항 결정을 미루면서 실패한 전철을 밟지 않을까 우려된다. 사드배치 후보지로 거론된 지역에서는 수천 명이 참석한 반대 결의대회를 개최하거나 반대 회견을 하는 등 집단행동이 이어졌다. 이런 가운데 한미 당국이 사드배치 장소를 사실상 결정해놓고도 공개를 미루는 바람에 불필요한 혼란만 키운다는 여론의 지적에 귀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

신속히 사드 배치 부지를 발표하고 해당 지역 주민의 설득에 나서는 것이 오히려 혼란을 줄일 수 있는 현명한 방식이다. 정부는 사드배치가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기 위한 불가피하고 중요한 결정이었다면 하루 속히 배치지역을 결정하기 바란다.



김정모 기자
김정모 기자 kjm@kyongbuk.com

서울취재본부장으로 대통령실, 국회, 정당, 경제계, 중앙부처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저작권자 © 경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