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만한 당신 = 최윤필 지음.

숭고한 가치를 위해 헌신했지만 국내에는 거의 알려지지 않은 외국인 35명의 부고 기사를 묶었다. 일간지 기자인 저자는 특히 억압받는 소수의 해방과 권리 회복에 힘쓴 인물들을 주목했다.

아프리카 콩고에서 강간당한 여성과 고아, 성폭행으로 태어난 아이들을 거둬 치료하고 함께 생활한 ‘레베카 마시카 카추바’, 암 투병 중에도 미국 인디애나 주의 동성결혼 합법화를 이끈 ‘니키 콰스니’, 아우슈비츠 생존자로서 나치즘과 시오니즘(호전적 민족주의)을 비판한 ‘하요 마이어’ 등 평범하지 않은 삶을 산 사람들의 궤적을 쫓을 수 있다.

이외에도 흑인 인권 신장, 여성 할례 금지, 존엄사 합법화, 수형자의 인권 등을 주장한 인물의 이야기가 담겼다.

저자는 이들에게 “(국내 언론이 외면해) 떠난 자리에 잔물결도 일지 않을 것 같지만, 차별과 무지와 위선에 맞서 우리가 마땅히 누려야 할 권리를 쟁취하고자 우리 대신 싸워줬다”며 감사의 말을 전한다.

마음산책. 360쪽. 1만5천원.


△ 굿 라이프 = 바르바라 무라카 지음. 이명아 옮김.

생산량을 늘리고 효율성을 높이는 ‘성장’ 일변도의 패러다임에서 벗어나 성장에 집착하지 않는 ‘탈성장’ 개념을 역설한 책.

바르바라 무라카 미국 오리건주립대 교수는 성장 사회로 인해 경쟁이 치열해지고 사회적·생태적 갈등이 커지고 있는 현실을 지적한 뒤 “(대량생산의) 컨베이어벨트에서 내려와 자율성을 다시 요구하고 민주주의를 소생시킬 때”라고 강조한다.

탈성장에 대한 논의는 1972년 ‘성장의 한계’라는 제목의 로마 클럽 보고서가 나오면서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이후 유엔이 ‘지속가능한 발전’ 개념을 제시하면서 미래 세대를 위해 성장의 속도를 조절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저자는 탈성장 담론의 역사와 계보를 소개한 뒤 이상적 미래상을 전망한다. 그는 구성원들이 삶을 이끄는 가치와 생각을 자율적으로 규정하고, 정의롭게 연대를 추구해야만 유토피아에 가까운 세상을 만들 수 있다고 주장한다.

문예출판사. 164쪽. 1만2천원.


△ 철학의 참견 = 신승철·이윤경 지음.

철학을 전공한 남편과 철학공방을 운영하는 부인이 함께 주차 문제, 악성 댓글, 성형수술 등 현대사회에서 일어나는 각종 분쟁과 현상을 철학으로 풀어냈다.

예컨대 보이스피싱 사기 사건은 정신분석학자인 프로이트가 의식의 심층에 자리 잡고 있다고 본 ‘무의식’으로 해석한다. 이성적으로 생각해보면 허술하기 그지없는 보이스피싱에 속을 가능성이 작지만, 많은 사람이 무의식 때문에 속는다는 것이다.

또 쇼핑 중독은 자본주의를 비판한 마르크스의 사상으로 이해할 수 있다. 마르크스는 ‘자본론’에서 “상품은 언뜻 자명하고 평범한 물건으로 보이지만, 여러 가지 환상으로 가득한 물건”이라고 썼다. 물자가 풍족한데도 끊임없이 물품을 구매하는 현대인들의 행동을 떠올려보면 고개를 끄덕이게 되는 지적이다.

부부가 나눈 잡담을 바탕으로 쓴 책이어서 철학을 어렵게 느끼는 사람도 부담 없이 읽을 수 있다.

서해문집. 304쪽. 1만3천800원.





남현정 기자
남현정 기자 nhj@kyongbuk.com

사회 2부 데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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