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스 플럼은 베트남전쟁 때 미 해군 제트기 조종사였다. 76번째 전투임무를 수행 중 적이 쏜 지대공미사일이 비행기에 명중했다.

플럼은 비상 탈출했으나 낙하산이 적진에 떨어져 포로로 잡혔다. 베트남 감옥에서 6년간 수감된 뒤 석방됐다. 플럼은 제대 후 그 당시 경험에서 깨달은 교훈을 밑천으로 강의 활동을 했다.

어느 날 아내와 함께 한 식당에 앉아 있는데 건너편 테이블의 한 남자가 다가왔다. “플럼씨 아닙니까? 항공모함 키티호크호에서 제트기 조종사로 베트남전에 참전했다가 격추당했잖습니까” 그리고 그 당시 전투임무의 세세한 사항까지 줄줄이 읊었다. “어떻게 그렇게 자세하게 알고 계십니까?” “제가 선생님의 낙하산을 포장했습니다. 저 역시 해군 소속으로 키티호크에 타고 있었습니다” 플럼은 자기 낙하산을 포장해 준 것에 대해 감사를 표했다.

“낙하산이 제대로 펴진 모양입니다” “그럼요, 제대로 펴졌어요. 포장해 준 낙하산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면 저는 오늘 이 자리에 없을 것입니다”

플럼은 그 남자와 헤어진 후 그 남자가 잊히지 않았다. 그 선원이 낙하산을 포장할 때마다 그의 손에 한 사람의 운명이 달려 있었음을 깊이 깨달았다. 그 후 플럼은 사람들을 만날 때마다 “누가 당신의 낙하산을 포장해 주고 있습니까?” 물었다. 우리 모두는 하루 종일 누군가가 해준 일에 의존해 살아간다. 우리 사회는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곳에서 아주 많은 사람들이 우리가 쓸 낙하산을 포장하고 있다. 이 낙하산이 인간의 삶을 지탱해주는 것이다.

“어떤 인간도 섬이 아니다. 그 누구의 죽음도 나를 줄어들게 하나니 그것은 내가 인류에 속하기 때문이다” 영국 시인 존 던이 한 이 말은 외톨박이로 살려고 하는 사람들에 대한 경고다.

국가도 마찬가지다. 국가 간에 서로 의존하면서 발전하는 것이 세계 질서다. 어떤 국가든 지구촌 가족이기 때문이다.

유럽연합을 탈퇴한 영국의 브렉시트가 지구촌을 신고립주의 공포에 떨게 하고 있다. 각국이 ‘낙하산 교훈’을 되새겨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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