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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치지 않으면 축제가 아니다.”

지난 5월, 축제공부를 위해 찾아간 춘천에서는 이런 도발적(?) 문구의 현수막이 시내 전역을 뒤덮고 있었다. 축제판에서 일하는 사람으로서 충분히 공감하는 표현이다.

이런 일탈의 메시지와 정체성 때문인지 해마다 열리는 춘천 마임축제는 프랑스 미모스와 영국 런던마임과 함께 세계 3대 마임 축제로 주목받고 있을 뿐 아니라 대한민국 문화관광 최우수축제를 여러 차례 차지했다. 축제 기간 중 호수변, 그리고 도심 한복판에서까지 다양한 공연이 열리면서 춘천 전체가 하나의 커다란 극장이 되고 ‘미친 금요일’‘아수라장’등 주요 프로그램마다 축제 고유의 광란성을 담고 있다. 강원도청 일대 중앙로 거리에서도 시민공연단과 외국 공연팀이 서로 소통하며 일탈의 자유를 느끼는‘난장 무대’가 만들어진다.

축제는 팔짱 끼고 구경하는 행사가 아니라 시민, 관광객들이 직접 공유와 연대를 기본으로 묵은 감정을 발산하고 배설하는 집단 행위이다.

축제마당은 이성을 내려놓고 감성을 끌어 올리는 해방공간이어야 재미가 있고, 그 재미가 자발적 참여를 부르고, 자발적 참여가 지역 정체성을 확인하고 공동체 의식을 싹 틔우는 길이다. 그래서 축제에서는 평소 일상에서 할 수 없었던 것들을 시도해보는 일탈성에서 해방감이 즐거움이 탄생하고 다음 축제에 대한 기대가 꿈틀 인다.

지난 2012년 제9회 포항국제불빛축제때 시도되었던 포항 전통문화 ‘월월이청청’의 한국 기네스 도전 성공도 축제 주인공이 시민이 된 좋은 사례이다. 당시 모래사장에서 2시간에 걸친 포항 여성 고유민속놀이 월월이청청의 국내 최대기록 도전에 1천102명의 시민과 관광객이 참여해 한국 기록원으로부터 기록을 인증받았다. 전국적인 주목도 받았고 시민과 관광객은 한데 어울려 땀범벅으로 추억의 여름밤을 보냈다.

포항시축제위원회에서는 올해 불빛축제에서도 관객이 직접 축제판에 뛰어들어가는 ‘참여축제’를 시도하려 한다. 알뜰축제, 내실 있는 축제를 위해 수많은 날 동안 전문가그룹이 머리를 맞대었고 축제기간 중 소음등 축제장 인근 지역 주민들의 피해에 대비 미리 찾아가 양해도 구했다.

축제 마지막 날 시도되는 ‘퐝! 퐝! 영일만 물총대전’ 은 시민과 관광객이 한데 어우러져 백사장과 바닷물 속을 오가며 한바탕 물총 싸움으로 물보다 동심에 먼저 젖는다. 집에 있는 아이의 물총을 들고 나와 함께 흠뻑 젖는 일탈로 불볕더위의 스트레스를 시원하게 날려 보내게 된다. 또 해안도로를 따라 진행될 ‘얼쑤~ 불빛 퍼레이드’는 행진대열이 지체되던 예년과는 달리 난장 퍼포먼스 형태로 전개돼 구간 전체를 거대한 무대로 활용, 신명 나는 축제판의 참맛을 보여준다.

이런 실험적 콘텐츠를 통해 확인된 시민들의 자유분방한 에너지와 포항의 잠재력이 한데 모아지면 불황으로 시름 하는 지역경제에도 힘찬 활력소가 될 것이다. 이것이 축제의 힘이다.

알프레드 뒤 수자의 詩처럼 축제는 이랬으면 한다. “춤추라, 아무도 바라보고 있지 않은 것처럼. 오늘이 마지막 날인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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