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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상형 안동대 교수
나는 젊을 때부터 되었으면 하는 인간 모델이 있었다. 이솝이 바로 그 장본인이다. 그런데 이솝은 구체적인 실존인물이라기에는 너무 오래전에 살았고 그 기록도 부실한 전설적인 인물이다. 그의 생존 시기는 기원전 6세기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많은 사람이 그가 실존 인물이었음을 입증하려고 노력했었다. 기원전 5세기 역사가 헤로도토스는 이솝을 BC 6세기에 살았던 노예라고 했다. 기원후 1세기의 전기 작가 플루타코스는 그를 기원전 6세기 리디아 왕인 크로이소스의 자문역이라고 했다. 그가 트라키아 출신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고 프리지아 사람이라는 이들도 있다. 공통된 기록은, 사모스 섬에 살던 노예로, 자유를 얻어 리쿠르고스 왕의 수수께끼를 푸는 자로 바빌론에 갔고 최후에는 델포이에서 죽음을 맞이한 인물이 이솝이다.

이솝은 많은 동물들을 등장시켜 이야기를 꾸민 우화 작가이다. 우화는 동물들의 특징으로 재미있는 이야기를 만들어 교훈을 주는 문학의 장르이다. 해서 우화의 중요성은 이야기의 줄거리보다 교훈에 무게를 둔다. 이솝의 우화는 너무나 단순한 줄거리로 되어 있어서 전 세계의 모든 어린이 도서의 단골 메뉴이다. 이야기는 참 재미가 있어서 따로 보조 자료를 들이대거나 전문가의 등장이 새삼스레 필요가 없다. 반면에 이솝 우화가 주는 교훈은 너무나 깊고도 분명하여 그것을 아이들이 왜곡 없이 수용한다. 그러나 이솝의 우화는 사실 과학적 진리나 인간의 상식에 맞지 않고, 때때로 억지로 끼워 맞추는 부자연스러움도 있다. ‘토끼와 거북이’에서 표현된 동물들의 성격은 전혀 근거가 없고, ‘개미와 배짱이’는 사실과 반대라고 한다.

그런데도 내가 이솝을 흠모한 까닭은 이야기 꾸미기, 메시지의 전달력 그리고 쉬운 표현 등에서 보이는 그의 탁월성이었다. 젊은 시절 한때 고상한 숙어적 표현에 매료되기는 했지만, 나는 잘 이해된 내용은 쉬운 문장으로 표현된다는 사실을 알기에, 이솝의 이야기를 훌륭한 대표적 모델로 여전히 생각한다. 더 나아가, 이솝의 탁월한 이야기는 이솝의 불행한 생애를 통과하면서 나왔다는 것이다. 그 이야기는 하나하나가 단순한 한담이 아니다. 그것은 사물의 이치를 이론적으로 알고 관찰과 확인을 거칠 뿐만 아니라, 자신의 지식을 적용한 후에야 논리적 체계화로 나올 수 있는 스토리텔링이다.

그러자면 그의 삶은 단편적 관찰과 종합적 추리 그리고 일상적인 적용과 주위 사람들과의 소통을 통한 용어의 설정 그리고 재미있는 연행을 그리는 복합적인 사색의 삶을 늘 지속해야 하는 고단한 행진이었음에 틀림이 없다. 작은 유머와 위트에서부터 사람의 죽음에 이르는 심각한 담론과 그 상황을 끊임없이 덧붙이는 종합적 사색을 이솝은 틀림없이 거쳤을 것이다. ‘로마는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았다.’ 이솝은 그것을 이루기 위해 뜸 들였을 사색의 깊이와 너비는 엄청났을 것이다. 위인들의 삶은 보통의 노력으로 영위된 것이 아니다. 하물며 사회의 안전과 발전은 개인의 단편적 사고의 모음만으로 조성될 수 없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최근의 국가적 사업 (신공항 건설과 사드의 배치 ) 을 통한 물의가 있었다. 이는 깊이 있는 사색과 폭 넓은 대화 없이 진행된 결과라고 생각한다.

이솝을 다시 음미해 보자. 이솝의 모든 이야기는 투명하고 쉬우며 누구라도 공감할 결론을 끌어 낼 만큼 개인이나 사회의 문제는 깊이 사색 되고 널리 소통된 결과이다. 게다가 그는 누구나가 재미있게 즐길 정도로 보편적 대화를 하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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