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사드,THAAD) 배치라는 국내외 중대사가 국민적 공감대 형성이나 국회의 공론화 과정을 생략한 채 속전속결로 정해지면서 심각한 후유증이 일어나고 있다. 국방부가 13일 주한미군 사드 배치 지역으로 경북 성주읍 성산리의 공군 방공기지를 선정하고 내년 말에 실전 운용한다고 발표한 것은 지난 2월 한미연합사령관과 국방장관이 협의 착수에 합의한 지 불과 5개월 만이다.

사드 배치는 동북아 정세에 영향을 미치는 민감한 사안이다. 국익에 지대한 악영향이 우려되는 국정 현안에 대해 공식적인 논의 절차도 없이 서두른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 적어도 동북아의 군사, 외교적 마찰은 물론이고 경제에까지 파장을 미칠 사안이라면 국회 논의라도 거치는 게 순리이다.

국회 정보위원회 간사이자 성주가 지역구인 이완영 국회의원(고령·성주·칠곡군) 조차 사드 배치를 몰랐다니 이 정부가 사드배체에 대해 얼마나 흑막 행정을 편 것인가를 알 수 있다. 모르고 이었던 이 의원의 무능 안일은 별도의 문제다.

정부를 견제 감시해야할 국회와 정당의 사드 대응은 더 한심하다. 무조건 반대하는 야당 일부의원의 행각도 문제이거니와 19대 국회의 제1야당과 20대국회 제3당의 공동대표를 지낸 안철수 의원은 사드배치에 대해 국민투표를 하자는 철부지 소리를 해댔다. 군사무기 운용문제를 국회에서 표결로 하자고 해도 간단한 문제가 아닌데 국민투표라도 붙이면 국론은 양분되어 안보에 심각한 위기가 오는 것도 이해 못하는 자가 국회의원으로 활동하고 있다니 혀를 찰 노릇이다.

지금 성주군민이 크게 분노하면서 지역이 혼란 속으로 빠져들었다. 성주읍 성밖숲에서 열린 사드배치 범군민반대궐기대회에는 무려 약 5천 명의 군민이 참가했다. 4만 5천의 군민중 노인과 공무원 공공기관 근무자를 빼면 젊은이는 대부분 궐기에 나왔다고 보면 된다. 성주군민의 1987년 전두환 군부에 항거한 6월 항쟁의 저항의 몸짓보다 강렬하다.

특히 고령박씨가 모여 사는 박근혜 대통령 선영이 있는 성주군 선남면 성원1리(황신마을)주민들이 마을회관에 걸려 있던 박근혜 대통령의 대형 사진을 떼 내 쓰레기와 함께 버렸다. 주민 A씨는 “박 대통령이 선조 산소 머리 위에 사드를 배치했다”며 “사진을 불태워 없앨 예정”이라고 분노를 나타냈다. 대단히 유감스러운 일이고 걱정스러운 일이다. 성주군민들도 표현의 자유는 있지만 이성적이고 법의 테두리 내에서 궐기를 하길 간곡히 부탁한다.

정부는 지금이라도 사드 배치에 대해 좀 더 친절하게 국민에게 설명할 필요가 있다. 사드의 효용성과 함께 안전성에 대한 의구심에 대해서도 세세히 답해야 한다. 황교안 국무총리와 한민구 국방장관은 대통령을 대신하여 지체 말고 즉각 성주로 가서 대(對)군민 설명회를 열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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