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상자 중 50명 위중해 사망자 늘어날 듯…19t 트럭 2㎞ 구간 군중 향해 ‘지그재그 질주’

프랑스의 대혁명 기념일(바스티유의 날)이자 공휴일인 14일(현지시간) 밤 프랑스 남부 해안도시 니스에서 대형트럭이 축제를 즐기는 군중을 덮쳐 최소 84명이 사망하고 202명이 부상했다.

부상자 가운데 최소 50여명은 상태가 위중한 것으로 알려져 사망자 수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날 테러는 작년 11월 13일 금요일 밤 프랑스 파리의 극장과 식당, 경기장 주변에 이슬람국가(IS) 추종 세력이 테러를 벌여 130명이 숨진 후 최악으로 기록될 전망이다.

테러 용의자로 지목된 튀니지 출신 모하메드 라후에유 부렐(31)은 이날 밤 10시 30분께 수천 명이 모인 니스의 유명한 해변 산책로 프롬나드 데 장글레에서 19t짜리 대형 화물 트레일러를 몰고 2㎞ 구간을 약 30분간 질주하며 사람들을 덮쳤다.

인명 살상을 의도한 듯 지그재그로 질주하는 트럭에 현장은 아비규환이 됐다.

부렐은 권총으로 경찰과 총격전을 하다 사살됐다. 차량에서 발견된 신분증 확인 결과 그는 니스에 사는 튀니지, 프랑스 이중 국적자였다.

테러 배후는 특정되지 않았지만, 테러범이 사망 전 ‘알라후 아크바르’(신은 위대하다)를 외친 것으로 알려졌다는 현지 보도가 나온 점으로 미뤄 IS의 소행으로 추정되고 있다.

프랑스 검찰은 이번 사건을 ‘테러’로 규정하고 수사에 나섰다.

프랑수아 몰랭스 파리 검사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이번 공격은 이슬람 무장세력 테러의 전형적인 특징을 내포하고 있다”며 “부렐이 이슬람 테러조직과 연계가 있는지 밝혀내겠다”고 말했다.

현장에 있던 AFP 기자는 7월 14일 바스티유의 날을 맞아 불꽃놀이 등 축제가 끝나고 사람들이 흩어질 때 커다란 흰색 트럭이 전속력으로 달려왔다고 전했다.

트위터 등 소셜미디어에는 공포에 질린 사람들이 비명을 지르며 달아나는 모습 등이 올라왔다.

AP통신은 “거대한 트럭이 사람들 사이를 미친 듯이 질주했고, 트럭이 받힌 사람들이 볼링핀처럼 공중에 날아다니고, 도로 주변 지형물들이 흩어지는 참혹한 상황이었다”고 목격자의 말을 전했다.

세계적 휴양지인 데다 휴가 시즌이어서 희생자들의 국적도 미국, 독일, 우크라이나, 스위스, 영국 등 다양했다.

소셜미디어에서는 IS 추종자들이 니스 테러를 축하하고 있다고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는 전했다. 특히 테러 감시단체 SITE는 ‘IS가 차량을 이용한 테러를 촉구한 적이 있다’고 전했다고 신문은 덧붙였다.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은 15일 마뉘엘 발스 총리와 함께 니스를 방문해 현지에서 긴급 대책회의를 열었다.

올랑드 대통령은 이번 사건을 명백한 테러로 규정하고, 유로 2016 개최로 이달 말까지 선포한 국가비상사태를 3개월간 연장했다. 올랑드 대통령은 “부상자 가운데 약 50명이 삶과 죽음 사이에 있는 심각한 상태”라며 “희생자 가운데는 많은 외국인과 어린이들이 포함돼 있다”고 말했다.

크리스티앙 에스트로지 니스 시장은 트럭 안에서 권총, 장총 등 무기와 폭발물이 발견됐다고 밝혔다.

프랑스 정부는 부렐이 절도, 폭력 전과가 있지만 테러 의심자로 프랑스 정보기관의 감시목록에 등재되지는 않았다고 밝혔다.

파리시청은 니스 테러사건 희생자를 추모하는 의미에서 국가 애도기간인 3일간 에펠탑에 프랑스 국기 색깔의 빨강, 하양, 파랑 불을 점등하기로 했다.

이탈리아 정보당국은 올 4월, IS가 올여름 이탈리아와 스페인, 프랑스 등 남유럽 지중해 휴양지에서 테러를 계획하고 있다는 정보를 입수했다고 영국 일간 더 타임스 등이 보도한 바 있다.

독일 당국도 “휴가철 바닷가는 안전하지 않다”며 테러를 경고했다.

세계 각국은 즉각 비난과 애도의 목소리를 쏟아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성명을 통해 “끔찍한 테러 공격을 가장 강력한 언어로 규탄한다”며 “우리는 가장 오래된 동맹인 프랑스가 이번 공격에 대응하고 극복하는 데 연대와 파트너십으로써 함께한다”고 말했다.

테리사 메이 신임 영국 총리도 “국경일에 벌어진 이번 끔찍한 사건으로 피해를 본 모든 이들과 같은 마음”이라는 위로의 뜻을 전했다. 리커창 중국 총리도 애도의 뜻을 전했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성명을 통해 “테러와 폭력적 극단주의를 막기 위한 지역 및 국제적인 노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 총장은 “이번 테러에 맞서는 프랑스 정부와 국민을 견고하게 뒷받침하겠다”면서 이번 테러를 ‘끔찍한 행위’로 지칭하면서 “대량 살인 행위를 저지른 사람을 조속히 찾아내 처벌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우리 정부는 테러가 발생한 니스가 속한 프랑스 동남부 알프마리팀도(道, Departement des Alpes-Maritime)에 ‘여행자제’ 경보를 내렸다.

외교부는 “알프마리팀도의 여행경보를 기존 1단계 여행유의(남색경보)에서 2단계 여행자제(황색경보)로 상향 조정했다”면서 “이에 따라 알프마리팀도에 체류 또는 방문 중인 우리 국민은 신변안전에 특별히 유의해 주시기 바라며, 이 지역 방문을 계획 중인 우리 국민은 여행 필요성을 신중히 검토하시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아직까지 니스 테러 사망자, 중상자 가운데 한국인은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주프랑스 한국대사관(대사 모철민)은 비상 대책반을 개설하고 전 직원이 비상 근무에 들어갔다.

연합
연합 kb@kyongbuk.com

저작권자 © 경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