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거미 여인의 키스’로 유명한 엑토르 바벤코 감독이 별세했다. 향년 70세.

14일(현지시간) 브라질 언론에 따르면 바벤코 감독은 전날 밤 10시 50분께 심폐 정지로 사망했다. 앞서 그는 지난 12일 상파울루 시내 시리우-리바네스 병원에 입원했다.

바벤코는 1946년 2월 7일 아르헨티나 수도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태어나 마르델 플라타에서 자랐다.

소년 시절부터 일찌감치 영화감독의 꿈을 키워온 바벤코는 18세에 가출해 유럽을 떠돌면서 단역배우와 세일즈맨 등 다양한 직업을 전전했다.

19세에 브라질로 이주한 바벤코는 매춘부와 부르주아 남성 사이의 왜곡된 관계를 다룬 ‘밤의 제왕’(1975년)으로 데뷔하면서 영화감독으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1977년에 브라질 국적을 취득한 바벤코는 도시의 뒷골목을 배경으로 브라질 청소년들의 생활을 묘사한 작품 ‘피쇼치(Pixote, 1980년)로 로카르노 국제영화제 그랑프리, 뉴욕 비평가협회 외국 영화상을 수상하면서 세계적으로 주목받게 됐다.

바벤코의 작품 가운데 대중적으로 가장 많이 알려진 것은 ’거미 여인의 키스‘(1985년)다. 감옥에 갇힌 정치범과 동성연애자로 설정된 두 남성이 서로의 삶을 이해하게 되는 과정을 그린 이 작품은 아웃사이더의 소외된 삶이 정치·경제·사회적인 상황과 긴밀히 연관돼 있다는 메시지를 던졌다.

브라질 사상 최악의 교도소 수감자 집단살해 사건으로 불리는 ’카란지루(Carandiru) 학살‘을 다룬 영화 ’카란지루‘는 2003년 칸 영화제 공식경쟁 부문에 출품되기도 했다.

카란지루 학살은 1992년 10월 2일 경찰이 상파울루 시 인근 카란지루 교도소에서 일어난 폭동을 진압하면서 수감자 111명을 잔인하게 살해한 사건이다.

카란지루 학살의 생존자들은 폭동 진압 과정에서 경찰이 항복하거나 감방에 숨은 수감자들에게 무차별 총격을 가했다고 주장했다.

바벤코의 영화 ’카란지루‘는 브라질에서 열악한 교도소 환경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높이는 계기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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