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카라서 최소 42명 사망…터키 고위관리 "정부조직 온전히 가동"

터키에서 15일(현지시간) 군부가 쿠데타를 일으켜 한때 수도 앙카라와 최대도시 이스탄불의 국제공항 등을 장악했다. 이 과정에서 민간인과 경찰 등 최소 42명이 숨졌다.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휴가중이었고 망명설까지 돌았으나, 6시간만에 이스탄불 국제공항을 통해 복귀해 사태 수습에 나섰다.

유엔과 나토, 미국 등 국제사회는 일제히 쿠데타를 인정하지 않고 에르도안 정부에 대한 지지를 표명했다.

이스탄불 공항에는 한국인 30명이 비행기 탑승 또는 환승을 위해 있다가 발이 묶였으나 신변에는 이상이 없는 상태다.

15일 터키 국영 아나돌루 통신과 외신 등을 종합하면 터키 군부는 이날 저녁 민영 NTV 방송국과 도안 통신사를 통해 전국의 권력을 완전히 장악했다고 주장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군부는 “법이 나라를 지배할 수 있도록 헌법 질서, 민주주의, 인권, 자유를 다시 세울 것”이라며 쿠데타를 선포했다. 군부는 현존하는 외교관계는 계속될 것이며 법치를 계속 중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탱크와 헬기를 동원한 군부 쿠데타로 터키군 참모총장 등 인질들이 군사본부에 억류됐다. 최대도시 이스탄불의 아타튀르크 국제공항과 보스포러스해협 대교 2곳, 국영방송 등도 쿠데타 세력에 장악됐다.

쿠데타로 터키 곳곳에서 폭발과 총격이 오가고 전투기가 날아다녔다. 그 과정에서 수십명이 사망하고 의회 건물 등이 폭격을 맞았다.

터키 NTV방송은 검찰을 인용해 쿠데타 시도 과정에서 불거진 충돌로 앙카라에서 최소 42명이 숨졌다고 밝혔다.

검찰은 이들 가운데는 쿠데타 세력에 맞선 경찰관 17명이 포함돼 있다고 밝혔다. 앞서 AFP통신은 군부가 군중에 발포해 사상자가 발생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CNN투르크와의 스마트폰 영상 통화에서 쿠데타를 ‘군부 소수 세력의 반란’이라고 일축했다.

서부 이즈미르 지역에서 휴가 중이었던 것으로 전해진 에르도안 대통령은 한때 영국이나 독일로의 망명설도 나돌았다.

그러나 그는 군부가 권력을 장악했다고 발표한 지 약 6시간만인 16일 오전 4시께 아타튀르크 국제공항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쿠데타를 ‘반역행위’로 규정하며 “쿠데타에 책임이 있는 사람은 큰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경고했다.

터키 정부의 한 관리도 이날 “쿠데타 시도가 격퇴당했다”며 “모든 정부 관계자들이 사무실에서 근무하고 있다”고 AP 통신에 전했다.

앞서 터키 국가정보국(MIT)도 쿠데타가 진압돼 모든 게 정상으로 돌아가고 있다고 밝혔다.

에르도안 대통령을 지지하는 터키 국민은 국기를 들고 거리로 나와 정부에 대한 변함없는 지지를 표명했으며, 공항에도 몰려와 에르도안의 귀환에 환호했다.

국제사회는 민주적 절차를 통해 선출된 정부를 지지해야 한다며 쿠데타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일제히 표명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 성명을 통해 “터키의 모든 정당이 민주적 절차를 통해 선출된 정부를 지지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도 “군부의 국정 개입을 용납할 수 없다”며 “터키가 조속히 평화롭게 민간 통치로 돌아가야 한다”고 성명을 통해 촉구했다.

도날트 투스크 유럽(EU) 정상회의 상임의장, 장-클로드 융커 집행위원장, 페데리카 모게리니 외교안보 고위대표는 공동성명에서 “EU는 민주적으로 선출된 정부, 그 국가의 제도, 법치를 지지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쿠데타는 에르도안 대통령이 반체제 인사와 언론에 대한 탄압 등으로 독재자라는 비판을 받으면서 터키가 정치적인 혼란을 겪는 가운데 발생했다.

또 에르도안 대통령은 터키 당국과 쿠르드 반정부 세력 간 평화적 합의가 깨진 이후 쿠르드 반군에 강경책을 펼쳐 반발을 샀다.

지난해 7월 평화적 합의가 깨지고 나서 쿠르드노동자당(PKK) 대원들과 그 연계 세력의 폭탄 공격이 빈번하게 일어나 사상자가 다수 발생했다.

에르도안 정부는 시리아 내전 초기 시리아 반군에 사람과 무기 공급을 용인한 것으로 알려져 극단주의 무장세력 ‘이슬람국가’(IS) 세력의 성장을 돕는다는 비판도 받았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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