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곽성일 행정사회부 부국장
한국인들은 명절이면 으레 선물 꾸러미를 들고 부모님이나 친척, 은사들에게  안부인사를 가거나  거래처 등에 도움을 받은 데 대해  고마움을 표시한다.

꼭 명절이 아니더라도 방문을 할 때는 빈손으로 가지 않고 음료수나 과일, 꽃 등 간단한 선물을 갖고 가는 것이 예의이다.

이는 오랫동안 이어져 오는 윗사람이나 이웃을 공경하는 한국인의 미풍양속이다.

이러한 미풍양속이 ‘법’이라는 테두리에 갇혀 사라질 위기에 처해있다.

오는 9월 시행될 예정인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김영란법)이 부패청산이라는 명분으로 미풍양속을 추방할 태세이디.

김영란법은 공직자와 언론사 임직원, 사립학교와 유치원의 임직원, 사학재단 이사장과 이사는 직무 관련성이나 대가성에 상관없이 본인이나 배우자가 100만 원을 넘는 금품 또는 향응을 받으면 무조건 형사 처벌을 받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한 공직자와 언론인, 사립학교 유치원 임직원, 사학재단 이사진 등이 직무 관련인으로부터 3만원 이상의 식사 대접을 받으면 과태료를 내야 한다.

법안을 둘러싼 논란도 많다.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에서는 법안 제5조에 ‘선출직 공직자·정당·시민단체 등이 공익적 목적으로 제3자의 고충민원을 전달하거나 법령 개선을 제안하는 경우’에는 적용을 배제하고 있어 정치인에 대해서는 예외적인 조항을 만들었다는 비난이 제기되고 있다. 

또 사립학교의 교직원과 언론인 등 민간 영역까지 규제하는 것은 검찰권 남용이자 위헌이라는 의견도 있다. 

특히 일부 비판언론에 대한 정부와 수사기관의 표적수사 가능성 등 언론자유 축소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아울러 시민단체(NGO)와 변호사·의사·회계사 등 전문직들이 적용 대상에서 제외돼 형평성 논란도 일고 있다.

이 법률은 시행 전부터 개정안이 발의되는 등 그 내용에 대해 많은 논란이 있었다. 이 법안에는 사회 상규상 허용되는 농수축산물 선물의 액수가 5~7만 원으로 지나치게 낮게 책정돼 있다. 

이 때문에 농어민들이 명절 선물로 소비처를 확보하지 못할 수 있다며 새누리당 김종태 의원이 7월 김영란법 수수 금지 대상에서 농수축산물과 그 가공품을 제외하는 내용의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또한 김영란법에는 규제 대상이 공직자에 대한 부정청탁이나 금품 증여·수수로 돼 있어 공직자에 대한 부정청탁을 금지하고 있으나 공직자 스스로 부정 청탁을 한 것을 규제하는 조항이 없다. 

이처럼 논란이 많은 법률이 시행을 앞두고 있어 생존권이 걸려있는 농수축산업 종사자들은 반대시위를 하며 수수금지대상에서 농수축산물을 제외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농수축산인들은 김영란법 통과 여부에 따라 사활이 걸려 있다. 명절 선물용으로 대량소비를 해야 하는데 선물액수가 낮아 제외를 하거나 금액 상향을 요구하고 있다.

문제는 김영란법이 부정부패의 뿌리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데 있다. 부정부패는 전관예우나 권력자와 청탁인들의 은밀한 거래 등에 있는 것이지 건전한 소비풍토인 미풍양속에 있는 것이 아니다는 것이다. 지금의 김영란법은 원천적인 부패의 뿌리는 차단하지 못하고 애꿎은 농어민과 소상공인, 자영업자만 거리를 내몰고 있다. 물론 부패차단의 긍정적인 측면도 없지 않다. 그러나 득보다 실이 많아 보인다.

곽성일 기자
곽성일 기자 kwak@kyongbuk.com

행정사회부 데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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