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도시철도 3호선 관광자원화 어떻게?] 6. 만프레드 교어겐스 독일 부퍼탈 마케팅 홍보책임자 인터뷰

독일 부퍼탈 슈베베반 운영회사 홍보책임자인 만프레드 교어겐스씨가 경북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오랜 역사를 관광상품으로 내세운 황제의 차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세계 최초의 현수식 모노레일인 슈베베반이 20세기 건축방식으로 단장한 중앙역을 출발하고 있다.(작은사진)
독일 북서부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North Rhine-Westfalen) 주의 한 도시 부퍼탈(Wuppertal)은 세계 최초의 현수식 모노레일인 슈베베반(Schwebebahn)으로 유명하다. 열차가 레일에 매달려서 이동하는 형식의 독특한 교통수단이어서 부퍼탈의 명물이 됐다. 슈베베반 하나를 보기 위해 전 세계의 관광객이 찾고 있을 정도다. 특히 슈베베반 개통 당시 황제 빌헬름 2세 부부가 탑승한 사실을 모티브로 삼아 내놓은 관광상품 ‘황제의 차’는 모노레일을 관광자원화 사례에 있어 시금석으로 통한다. 슈베베반 운영사인 부퍼탈 마케팅(Wuppetal Marketing GmbH)의 홍보책임자 만프레드 교어겐스씨로부터 슈베베반만이 갖고 있는 전략을 들어봤다. 만프레드 교어겐스씨는 “역사가 곧 브랜드가 되기 때문에 잘 활용하라”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대구의 하늘열차만 가진 특색, 느낌, 경험을 제공한다면 제2의 황제의 차와 같은 멋진 상품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는 조언도 보탰다. 다음은 만프레드 교어겐스씨와 일문이답.


부퍼탈 슈베베반은 도심 속 부퍼강 위 뿐만 아니라 포빙켈역으로 향하는 구간에는 도로 위를 지나는 구간도 있다. 포빙켈역 인근 도심 위를 매달려 가고 있는 슈베베반의 모습도 관광객들의 시선을 모으기에 충분하다

-100여 년 간 15억 명 이상이 이용한 슈베베반을 소개한다면

△1901년 3월 1일 개통한 슈베베반은 세계 최초의 승객수송용 모노레일이자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현수식 모노레일의 모델이다. 부퍼탈 시내의 북동쪽인 오베르바르멘(Oberbarmen)에서 남서쪽인 포빙켈(Vohwinkel)까지 20개역 13.3㎞ 구간을 부퍼탈 강을 따라 운행하는 슈베베반은 레일에 대롱대롱 매달려 가는 것 자체만으로도 큰 흥미를 끈다. 하루 평균 8만5천여 명의 승객이 찾는 부퍼탈 대중교통 시스템의 중추가 됐다. 슈베베반 소유사인 WSW는 5억1천200만 유로를 들여 1995년부터 현대화 프로젝트를 통해 철로를 지탱하고 있는 골조를 2014년에 재건했고, 1억2천200만 유로를 따로 들여 새로운 디자인의 차량으로 모두 바꿨다. 19세기 초 산업혁명의 중심이었던 부퍼탈 시의 문화유산의 일부이기에 골조 외관 보존에 주의를 기울였고, 강구조물 결합용 리벳 하나까지도 1900년대 기법을 사용했다. 중앙역 등 3개 역은 원래대로 고전방식의 건축양식도 적용했다. 슈베베반 운영회사인 부퍼탈 시 소유의 공동기업 WSW mobil GmbH는 정기적인 적자에도 불구하고 승차권 요금수익에 의존하지 않고 전기 등 에너지 사업을 통해 얻은 수익금으로 충당하고 있다.

-슈베베반만이 가진 장점이나 특징은

△부퍼탈 시의 명실상부한 랜드마크인 슈베베반은 독일에서 가장 중요한 100가지 주요 장소 중 하나로 지정돼 있을 정도다. 베를린의 브란덴부르크문, 쾰른대성당 등 유명 관광지와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는 자부심을 갖고 있다. 그래서 시티투어 버스 중에는 슈베베반 노선을 따라 운행하거나 20개 역 중 한 곳을 만남의 장소로 활용하는 상품도 있다. 유럽 사람 대부분이 살면서 한 번 쯤은 슈베베반을 타보고 싶어 한다. 슈베베반의 가장 큰 성공요소는 역사라고 할 수 있다. 산업혁명의 전진기지였던 부퍼탈의 역사가 가미돼 있고, 슈베베반 건설 당시 시험운행에 동참한 황제가 탔던 열차가 관광상품이 됐다. 슈베베반에 올랐다가 추락하고도 목숨을 건진 서커스단의 코끼리도 이제 마스코트이자 기념품이 됐다. 무엇보다 강조하고 싶은 것은 슈베베반이 부퍼탈에서만 존재한다는 특징이다. 부퍼강이라는 계곡을 따라 철 구조물에 의지해 대롱대롱 매달려가는 모노레일이 부퍼탈에만 있다는 것이다. 다른 도시에 옮겨서는 실현 불가능한 것을 우리만 갖고 있다는 점이 중요하다는 말이다. 예를 들어 지중해의 시칠리아 섬 꼭대기에는 해수면에서 가파른 산 위까지 타고 갈 수 있는 멋진 케이블카가 있는데, 별빛 가득한 밤에 타면 천국으로 향하는 느낌이 든다. 이 환상적인 케이블카는 시칠리아 섬에 가야만 꼭 타볼 수 있다. 슈베베반도 마찬가지다.

-황제의 차 관광상품은 어떻게 만들어졌고, 어떤 방식으로 운영되나

△WSW 소속 부퍼탈 마케팅에서 운영 중인 황제의 차는 1901년 개통식 이전 시험운영 때인 1900년 10월 24일 빌헬름 2세와 황후 오귀스트 빅토리아 부부가 중앙역에서 바이어역까지 5번 차량을 타고 시운전에 동행했다는 사실에서 시작됐다. 1976년 슈베베반 개통 75주년 기념으로 만든 황제의 차라는 관광상품으로 탈바꿈했고, 지금도 큰 사랑을 받고 있다. 성인 1인당 25.5 유로로 1900년대 의상을 입은 가이드와 기관사가 커피와 케이크 등의 간단한 식사를 제공한다. 예약률만 90%에 달한다. 특히 산업혁명의 중심지였던 부퍼탈의 옛이야기를 감칠맛 나게 소개하는 가이드의 상세한 해설은 딴생각조차 하지 못하게 만들 정도다. 현대적 의상을 입은 손님들도 부퍼탈지역 극단에서 지원해 만든 기관사와 가이드의 옛 의상을 보며 더욱 실감 나는 관광을 할 수 있다.

-대구 도시철도 3호선 하늘열차에 조언을 해준다면

△슈베베반은 관광지로 개발한 것이 아니다. 구릉 지역이라는 특성에 적합하게 만든 교통수단일 뿐이다. 부퍼 강을 따라 펼쳐진 강구조물에 모노레일을 설치할 수밖에 없었고, 특이한 운행방식의 슈베베반이 저절로 관광지가 됐다는 것이다. 대구의 하늘열차도 대한민국 최초의 모노레일 방식으로 건설됐다고 들었다.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풍광들을 즐길 수 있다고 한다. 그리고 근대골목이나 수성못, 서문시장과 같은 주요 관광지와 역사적인 자원들과 연계도 잘 되게 설계했다고 들었다. 대구에서만 즐길 수 있는 교통수단이자 관광상품으로 충분한 가능성을 가졌다는 생각이 든다. 여기에 기존에 산재한 역사를 가미해라. 하늘열차만의 특색, 느낌, 기술을 담아라. 그러면 저절로 관광상품으로 각광을 받게 될 것이다.

독일 부퍼탈에서 글= 배준수 기자 baepro@kyongbuk.com
사진=유홍근 기자 hgyu@kyongbuk.com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배준수 기자
배준수 기자 baepro@kyongbuk.com

법조, 건설 및 부동산, 의료, 유통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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