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저녁을 먹기 위해 식당에 들어갔습니다
식당엔 사내들 몇이서 밥 대신 소주를 들이키며
저마다의 왕년을 안주 삼고 있었습니다
나도 왕년에는 소주에 밥 말아먹던 시절 있었나요
사내들의 뒷덜미를 움켜쥔 그림자 흔들리고
불빛에 베인 눈시울은 붉다
못해 황량했습니다
쓰디쓴 왕년을 입 안에 털어넣으며
사내들은 헐거운 삶을 더욱 풀어놓았구요
내 늦은 저녁도 소주처럼 쓰고 차가웠습니다
쓰디쓴 밥알들을 입 안에 털어넣고
왕년인 듯 오래오래 씹고 또 씹었습니다
덧난 눈시울 쉽게 아물지 않았습니다
감상) 껌 좀 씹었니? 침 좀 뱉었니? 그림 좀 그렸니? 운동화 좀 끌었니? 힘 좀 썼니? 한 때를 불러 오는 말들, 웃으면서 오는 말들, 불량할수록 행복해지는 말들, 지나갔으므로 눈부시고 지나갔으므로 그리워진다 내일을 위해 오늘 껌 좀 씹어줘야 하나, 침 좀 뱉어줘야 하나,(시인 최라라)
아침시단은 지역신문발전기금 지원을 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