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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고향 성주를 떠나 포항에 살고 있는 지인으로부터 문자를 받았다.

“내 고향 성주는 지금 울고 있습니다”라는 글로 시작된 장문의 메시지가 가슴을 아프게 했다.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문제가 온 나라를 떠들썩하게 하고 있다.

특히 경북 성주가 그 대상지로 확정되면서 그곳 지역민들의 원성이 하늘을 찌를 듯하다.

영남권 신공항이 대구·경북 지역민들에게 엄청난 실망감을 안겨주더니 ‘사드’가 또 한 번의 절망감을 만들어 내고 있어 마음이 착잡하다.

한동안 포항도 ’사드’배치 후보지로 거론돼 지역을 긴장케 하기도 했지만, 성주 결정으로 슬그머니 꼬리를 내린 모습이 퍽이나 안쓰럽다.

‘님비(NIMBY·Not In My Back Yard)’와 ’핌피(PIMFY·Please In My Front Yard)’현상처럼 “내 지역에는 절대 안 된다”거나 “우리 지역에 반드시 필요하다”는 지역 이기주의로 갈등하는 모습이 우리를 슬프게 한다.

성주의 성난 감정이 남의 일 같아 보이지 않는 것은 만약 포항이었다면 어떻게 하였을까.

‘역지사지(易地思之)’의 뜻을 다시금 헤아리며 성주지역민에게는 무어라 할 말이 없어진다.

지난 12일 포스코센터에서 지역 국회의원이 포스코 권오준 회장을 비롯한 회장단과 간담회를 갖고 포스코가 포항발전의 지속적인 견인차 역할을 해주길 당부했다고 한다.

포항과 포스코는 50년 가까이 함께 살아가고 있는 질긴 인연이다.

포스코가 지역에 남긴 득실과 함께 겉도는 상생(相生)이었다는 견해도 많아 입맛이 씁쓸하다.

포항과 포스코가 ’님비’나 ‘핌피’현상처럼 서로의 이해관계에만 충실했던 건 아닌지 뒤돌아봐야 할 것이다.

지난해 지역을 들끓게 한 포스코 청정화력발전설비투자를 위한 시민서명운동은 지역경제를 크게 회생시킬 수 있다는 희망으로 뭉친 시민운동이었다.

하지만 이 문제가 미세먼지 주범이 석탄 화력발전 이라는 정부발표에 묻혀 물 건너간 것 같아 지역민들의 허탈감은 성주의 그것에 비할 바는 못 되지만 마음만은 무거울 수밖에 없다.

포항 발전을 위한 상생방안이 구체적이고 실현 가능한 부분으로 이어질 수 있다면 그간의 인연이 아름다움으로 승화될 수 있을 것이다.

2년 후, 2018년은 포스코 창립 50주년이 되는 해이다.

필자가 여러 차례 철강도시 50년을 상징하고 향후 50년, 100년을 함께 할 수 있는 일에 더욱 진정성을 보여줄 것을 희망한 바 있지만, 지역 지도층이나 포스코 상층부가 얼마나 이해하고 있는지 자못 궁금하다.

불교 경전인 화엄경(華嚴經)에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라는 말이 있다.

‘모든 것은 마음에서 만들어지는 것’이라는 뜻으로 지혜로운 삶을 살아가는 데 크게 도움이 될 부처님의 가르침이다.

’사드’문제로 갈등하는 민심 또한 국가 안위에 관한 일로써 모두가 합심하여 이겨내야 할 국민적 책무가 있듯이 포항 발전과 미래를 위해서도 ‘함께하는 마음’이 진정한 나라 사랑, 지역사랑 임을 바로 알았으면 좋겠다.

’일체유심조’의 참뜻을 다시 한 번 깊이 새겨 어려움을 헤쳐나갈 수 있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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