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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50년 바다는 어떤 모습일까? 미래 자연의 모습을 상상하면서 화려하고 찬란한 꿈을 꿀 수 없는 게 우리네 현실이다. 불과 35년 뒤인 2050년 지구의 바다에는 물고기보다 함부로 내다 버린 플라스틱 쓰레기가 더 많을 거라고 한다. 생명이 숨 쉬는 바다가 아니라 오늘날 인간이 버린 양심들이 쌓이고 쌓여서 바다를 흉물로 만들 거라는 연구보고서가 나왔다.

지난주, 지역 문화에 관심이 많은 몇몇 출판인을 구룡포를 비롯하여 호미반도 일원으로 안내하였다. 구룡포 시장과 어항, 일본인 가옥 거리, 해무가 내린 해맞이 광장과 100년의 역사와 사연을 간직한 호미곶 등대를 보면서 그들은 마치 이국에 온 느낌이라는 탄성을 자아냈다. 이구동성으로 조금은 이질적인 느낌마저 드는 이 지역의 정서와 풍광 그리고 소소한 역사 이야기들을 출판이라는 그릇에 담아내고 싶다는 강한 의욕까지 보이기도 했다.

내친김에 호미반도의 끝을 천천히 걸었다. 변방과도 같은 곳을 직접 걸어본다는 호기심에 들뜨기도 했다. 망망한 바다와 아득한 그리움을 길어 올리는 해안선은 매력 넘치는 길이었다.

그러나 그런 기분은 단박에 무너져 내렸다. 아직 본격적인 여름 휴가철이 되지 않았는데도 벌써 쓰레기와 그을린 돌무더미가 곳곳에 흩어져 있었다. 지역주민들이 애써 다듬고, 가꾸고, 정리해 두었던 바다가 쓰레기장으로 변해 있었다. 주민들은 생업의 터전인 바다를 결코 함부로 하지 않는다. 그런데 주말에 놀러 왔던 사람들이 쓰레기를 무더기로 버려둔 채 사라졌다. 그들은 다시 일터로 돌아가서 어느 바다에 가서 잘 쉬었다고 이야기할 것이다. 다시 일할 힘을 얻었다고 자랑할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들이 남긴 쓰레기는 바다를 병들게 하고 있었다. 출판인들은 외면하거나 코를 막고 그 장면을 비켜났지만 더 이상 풍광을, 역사를, 지역 정서의 특별함을 이야기하지 않았다.

자연은 인간의 탐욕과 이기심 때문에 몸살을 앓고 있다. 우리는 흔히 산과 바다를 두고 취미 혹은 스트레스를 풀기 위한 대상쯤으로 여기고 있다. 그러면서 자연을 좋아한다고들 한다. 자연의 뭘 좋아하는지, 왜 좋아하는지 꼭 집어 말하지는 못한다. 우리의 하늘이, 산천이 어떤 모습이며, 바다가 무엇을 이야기하려고 하는가를 분명히 알아야 자연을 사랑하고, 보전할 수 있다.

지금까지 우리가 자연을 찾는 이유는 오직 자신을 위해서였다고 하면 지나친 표현일까. 건강을 위하여, 더위를 피하거나 휴식을 취하겠다는 지극히 이기적인 생각에서 산과 바다를 찾았다. 그래서 자연이 망가지거나 병드는 일에는 크게 관심을 두지 않았다. 마구 쓰레기를 버리고, 나무를 꺾고, 바다 생명을 병들게 하면서 가책도 느끼지 않았다. 원인이 무엇일까 우리에게서 양심이 사라져 버렸기 때문이다. 그 결과 머지않은 장래에 바다에는 생명체보다 플라스틱 쓰레기가 더 많이 진다는 사실이다. 어디 그뿐이겠는가. 우리의 산과 들에도 온통 쓰레기가 주인이 되는 시대를 후손에게 물려주게 되고 말았다.

우리는 산과 들, 강과 바다 없이는 한순간도 존재할 수가 없다. 작은 동식물도 중요한 삶의 파트너임이 분명하다. 그러므로 그들이 왜, 그곳에, 그런 모습으로 존재하는지를 알고 자연을 찾았으면 좋겠다. 건강한 자연의 존재가 우리 삶을 얼마나 풍요롭게 하는지를 아는 사람만이 자연을 찾을 자격이 있는 게 아닐까.

곧 휴가철이다. 이번 여름 휴가는 2050년 쓰레기 지구를 앞당길 것인가. 지구를 구할 것인가를 생각하는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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