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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힐링처 십승지] 7. 울진 행곡리 선미리

한적한 생명의 고을…귀농·귀촌 꿈꾸는 도시인의 힐링지

김정모 기자 kjm@kyongbuk.com 등록일 2016년07월18일 20시1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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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구1리-설미1
우리나라에서 이름난 두메 고을 경상북도 울진군. 오랜 세월 한적한 곳이던 이곳이 탈산업화시대를 맞아 생명 고을로 각광받고 있다. 동해안의 아름다운 어촌 울진군은 북의 울진읍과 남의 평해읍이 중심이다.

동해 고을에 힐링처와 힐링촌은 어떤 곳이 있을까. 전통적인 길지로 곱히는 곳은 힐링촌으로도 손색이 없다. 격암 남사고는 “평평(平平) 울울(蔚蔚)이 가장 길하다”고 했다. 북평, 평해, 울진, 울산이다. 격암은 ‘울울’에 방사능 사고 우려성이 있는 원전(핵발전소)가 들어서리라고는 예상이나 했을까. ‘피장처’에도 강릉, 삼척, 평해, 울진이 숨기에 좋다고 했다. 보병전이 아니고 미사일과 전투기로 전쟁의 승패를 좌우하는 현대전에도 사람이 덜 모여 있는 곳은 안전한 곳임에 틀림없다.

관동팔경 중에 하나인 울진 망양정 바닷가에서 4km정도 왕피천을 따라 서쪽으로 들어가면 배산임수의 전형적인 명당의 조건을 갖춘 울진군 근남면 행곡리(杏谷里)가 나온다. 애써 숨어있지도 않지만 애써 드러내 밀지도 않는 듯 조용한 마을. 행곡리 안쪽에는 불영사 계곡이 있고 꼬불꼬불한 2차선 국도(국도36호선)를 11km 더 가면 한적하고 아늑한 고찰 불영사가 있다.
행곡리 마을전경

행곡1리는 마을을 산이 삼태기처럼 포근히 감싸고 있다. 불영계곡이 시작하는 초입의 오른편이다. 불영계곡을 따라 울진 망양정과 봉화로 이어지는 이 길을 가노라면 좌우로 고개 돌리기가 바쁘다. 그만큼 절경에 눈이 가기 때문.

왕피천(광천)을 사이에 두고 남쪽에 있는 마을이 행곡4리, 즉 구미(龜尾)마을. 거북꼬리(구미)산을 뒤로하고 형성된 마을의 앞자락에 펼쳐진 들판은 귀농 귀촌을 꿈꾸는 도시인들이 탄성을 지르게 한다. 지명에서부터 풍수(風水)관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통고산이 힘차게 동해로 내지르다 마감한 구미산이다. 구미산은 그 이름 처럼 흡사 거북이가 광천(光川, 빛내)을 향해 엎드려 있는 형국이다. 거북산의 꼬리에 해당하는 부분이 주천대(酒泉臺). 주천대는 무학암, 송풍정, 족금계, 창옥벽, 해당서, 옥녀봉, 비선탑, 앵무주 등 팔경으로 이뤄져 있다. 이 마을「고산서원(孤山書院)」은 조선 시대 울진·평해지방을 통틀어 가장 오래된 서원. 1682년(인조 6년)에 만휴(萬休) 임유후(任有後)와 유생들이 신축했다. 생존하고 있는 선비를 모셨기에 ‘생 사당’으로 불렸던 고산사는 1715년(숙종41년) 서원으로 승격됐다.

구미마을의 성황당은 동제(洞祭)를 지내는 마을공동체 신앙의 중심인데, 재미있는 것은 ‘한 지붕 세 가족’이다. 구미(행곡4리), 샘실(행곡1리)‘, 내앞(행곡2리), 함질(행곡3리) 마을은 같은 성황당을 모시나 제일(祭日)이 각각 다르다. 같은 듯 다르다는 얘기다.

고산서원의 배향인물이자 생육신이었던 동봉 김시습은 15세기에 구미마을의 ‘동봉 유허비’와 성류굴 인근에 있었다고 전해지는 ‘성류사’와 인연을 맺었다. 동봉은 울진장씨의 외손으로서 천하를 두루 다닐 무렵에 주천대와 성류사에서 머문 것으로 전해진다.

행곡리 672번지 처진 소나무는 천연기념물 제 409호. 다리를 건너자마자 동구 밖을 지키며 효자 비각과 나란히 있는 거목. 나무나 풀이나 식물은 하늘로 솟구치는데, 이 나무는 땅으로 낮은 곳으로 향한다. 수양버들처럼 가지가 처진다 해서 유송(柳松)이라고도 부른다. 높이가 11m쯤 되는 처진소나무는 350년 전쯤 심은 것으로 짐작된다. 모두들 앞서고 높이가려고 머리를 처드는데 홀로 낮은 곳으로 향하는 까닭은 무엇일까. 사람같으면 벌써 부러졌을터인데, 세상 시류를 거꾸로 사는 역류의 삶이 어떻게 저리도 질기고 질긴가 하는 생각이 다다르게 한다.

동해안을 따라 더 남쪽으로 오면 평해읍이 있다. 울진 평해읍앞에서 동해로 흘러드는 남대천의 상류에 있는 온정면 선구1리(내선미마을). 태백산맥의 산촌 중에 산촌이다. 백암온천이 있는 온정면소재지에서 영양(수비면)으로 가는 국도88호선을 따라 도현곡(더티재)을 넘어 서화산 북쪽에 펼쳐진 마을. 북쪽에 산등성이 하나를 두고 외선미2리 마을과 이웃하고 있다. 마을 이름에 나오는 ‘선’은 신선 ‘선(仙)’자. 삿갓을 뒤집어 놓은 형국으로 내외선미 마을을 하나로 보면 350도 산으로 둘러싸인 분지. 물 좋기로 소문난 이 마을에 가면 상쾌한 물 냄새와 청아한 산내음이 환상적이다. 마을 서쪽 지천에 선시곡(신선곡)에 선녀탕소 마음소 12용소가 풍광이 수려해 여름철에는 많은 사람들이 찾는다.

내선미는 600년 고려말에 형성. 김녕김 평해황 안동권 안동김 진주강 경주이씨들이 산다. 1920년대 전성기에는 80여호가 거주했다고 한다. 논밭에 일제강점기에는 뽕나무, 70년대초에는 엽연초로 최근에는 취나물로 소득을 올린다.

옛부터 사람이 가장 살기 좋은 곳은 외부 침입도 막을 수 있고, 내부로는 생업 토대가 발달되어 있다. 선구리는 사방이 구주령과 백암산 그리고 소화산으로 둘러쌓여 있어서 외침과 바람 등 자연재해를 막아주는 곳이다. 또 내선미마을 앞에는 신선계곡에서 흐르는 내선미천을 중심으로 생업적 토대가 잘 갖춰져 있는 곳이다.

민속학을 전공한 남효선 울진군축제발전위원장은 “행곡리는 거북이 꼬리 형국의 산으로 둘러 쌓인 구미 마을 등이 앞으로는 왕피천과 만나는 광천이 마을을 태극 문양으로 휘감고 돌아나가며 농토가 잘 발달되어 있어 명당의 요소를 잘 갖추고 있는 곳이다. 구미마을은 이런 지형적 조건 때문에 울진지방 최초로 서원이 들어서는 등 울진 정신사의 요람으로 발달되었다.”고 이곳 인문지리의 빼어남을 자랑한다.

금강소나무 숲

울진하면 떠오르는 것은 철갑을 두른 듯 우람한 소나무다. 금강소나무(춘양목)를 감상할 수 있는 숲길 탐방로가 명물이다. 울진군 북면 두천1리에서 금강송면 소광2리까지 13.5㎞를 약 7시간 동안 울울창창한 숲길을 걸을 수 있다. 골수와 심폐 깊숙한 곳까지 치유되는 생명의 숲 길이다. 하루 80명에게만 해설가의 안내로 개방한다. 2010년 제1구간이 개통됐다. 전체는 4개 구간으로 70㎞에 이른다. 이 숲길이 조선 시대 보부상과 뒤이은 선질꾼 등 수많은 행상이 동해와 내륙의 물산을 나르던 ‘실크로드’였음을 보여준다. 이곳은 비무장지대를 빼고는 멸종 위기종 1급인 산양 서식지이기도 하다. 


옛날 어릴 때 장 보러 이 숲길을 다닌 적이 있다는 울진 소광2리의 해설사 박영웅(74)씨는 그때 배운 선질꾼(보부상)의 노래를 들려줬다. “미역 소금 어물 지고 춘양장을 언제 가노/ 가노 가노 언제 가노 열두 고개 언제 가노/ 시그라기 우는 고개 내 고개를 언제 가노/ 한 평생 넘는 고개 이 고개를 넘는구나….”

울진에는 곳곳이 힐링처다. 십이령 길도 그 하나. 불영계곡 옆으로 국도 36호선이 뚫리기 전까지 내륙인 봉화군과 바닷가인 경북 울진(북면 하당리 286)을 잇는 가장 가까운 길이었다. 옛날부터 방물고리에 댕기, 비녀, 얼레빗 등을 담은 봇짐장수와 지게에 생선, 소금, 토기, 목기 등을 진 등짐장수를 일컫는 보부상의 길. 사람과 물자가 오가는 통로인 십이령 길은 큰 고개만 노루재 등 열두 개이고, 작은 고개는 30~40개에 이른다. 울진의 미역, 각종 어물과 내륙지방에서 생산된 쌀과 보리, 대추, 담배, 옷감 등이 교환 품목. 이들은 울진에서 봉화까지 무거운 짐을 짊어지고 130리 길을 3박4일 동안 다니며 사고 팔았다. 울진문화원이 발간한 [열두 고개 언제 가노]를 보면 옛날 선인들이 이 고개를 넘으며 겪었을 숱환 애환을 어렴풋이나마 알 수 있다.

한성(한양)에서 평해까지 백두대간을 넘어 걸어서 열사흘 걸리는 구백이십 리 관도(官道)인 ‘관동대로’의 종착지이자 시발지가 평해다. 교통이 발달하지 않았던 조선시대에 관동대로는 영남대로 삼남대로 관서대로 북관대로 등 9대 간선도로 중의 하나다. 평해를 출발해 삼척·강릉을 지나 대관령을 넘어 횡성을 거쳐 한양의 흥인지문(동대문)에 이르는 관동대로 천릿길은 생각만 해도 환상적이다.

봉화~울진 ‘십이령길’이나 소나무 숲길을 이용한 ‘관동대로’를 중국의 차마고도나 중앙아시아 실크로드, 그리고 스페인의 산티아고 가는 길처럼 세계적인 관광코스로 만들면 좋을 것 같다. 곧 다가올 환태평양시대와 수년 내 개통 될 동해선 철로가 북으로 두만강까지 시원하게 뚫리면 울진(蔚珍)은 보배로울 ‘진(珍)’의 땅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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