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향 시인의 작품을 읽으며 고통스러운 신체를 예술로, 절망을 연꽃으로 승화시킨 멕시코의 여성 화가 프리다 칼로를 떠올렸다. 이 시집은 한국 페미니즘 문학의 새로운 도전으로 기록될 것이다.”

문학평론가 방민호(서울대 국문과 교수)의 상찬이 입에 발린 소리로 들리지 않는다.

데뷔 12년 만에 첫 시집을 펴낸 김선향(49)의 시편들은 한나 아렌트를 연상시키는 ‘여성적 주체의식’으로 빛난다.

오래 묵힌 시어들은 시집 안에서 생동감 넘치게 뛰놀고, 시집의 제목 ‘여자의 정면’처럼 삶 역시 두려움 없이 직시하고 있다. 첫 시집을 펴낸 작가답지 않은 노련함이 책 곳곳에서 확인된다.

사실 한국 시의 고유한 전통은 ‘현실의 영역이 누구의 세계였는가’를 물어왔다. 그러나, 김선향은 이를 전복시켜 평범한 일상의 얼굴을 ‘아무나’가 아닌 구체적 ‘실존’을 거느린 상황 속의 얼굴로 복원해낸다. 보기 드문 진경이다.

김선향 시인
충남 논산 출생으로 충남대 국문과와 동대학원에서 수학한 김 시인은 데뷔가 여타의 시인들보다 늦었다. 마흔 살 무렵인 2005년에야 ‘실천문학 신인상’으로 문단에 얼굴을 내민 것. 그러나 동료 문인들은 “우리 문학사의 주요한 여성 시인들인 최승자, 김혜순 등의 시적 패턴을 보이면서도 자신만의 특색 있는 노래를 들려준다”고 김선향을 평가한다.

시라는 ‘외줄’에 끈질기게 매달려 있는 김선향. 시인에게 시를 쓰는 일은 아기를 낳고 기르는 것 이상으로 어렵고도 귀한 일이다. 이는 ‘비문의 아이러니’다. ‘시’라는 마법에 매료된 지천명 여성시인의 오늘보다 ‘내일’이 주목되는 이유다.










남현정 기자
남현정 기자 nhj@kyongbuk.com

사회 2부 데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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