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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사회 전체의 무질서와 불법이 도를 넘고 있다. 이기주의가 극단을 흘러 공동체의 유지 자체에 위협을 주고 있으며 범죄도 갈수록 지능화·대형화되고 있다. 이유가 어찌 되었든 일국의 총리가 농민에게 포위·모욕당하고 수첩을 빼앗겼으며, 검사장과 부장판사가 금전에 눈이 어두워 범죄를 저지르다 구속되었다. 가장 청렴하여야 하고 모범이 되어야 할 법조계가 그러하니, 다른 분야는 말할 나위도 없다. 재벌가의 비리는 신문지상에 노상 등장하는 제목이요 국회의원이나 정당과 관련된 부정도 자주 듣는 뉴스다. 연예계의 깨끗지 못한 사건, 심심하면 터지는 체육계의 부조리도 우리를 답답하게 한다. 어디 그뿐인가? 미리 술값 계산하라 했다고 술집 주인을 죽이는 사건이 발생했다. 정말 기가 찰 일이다. 기분 나쁘다고 노인을 때리고 부녀자를 예사로 괴롭히며 불만이 있으면 대화와 타협보다는 늘 집단행동이다.

자본주의의 발달과 개인주의의 심화로 일어나는 사회갈등현상이라고 넘기기엔 정도가 너무 심하다. 도대체 살인과 대형 부정사건이 너무 자주 일어난다. 국가를 하나의 사람으로 본다면, 건강상태가 중증 위급환자라 할 수 있다. 신체 곳곳이 망가져 작동이 불량하고 혈액소통이 잘 안 되는 상태다. 그러므로 지금부터라도 건강상태를 정확히 진단하여 체질을 고치고 병을 치료하여야 한다. 요약건대, 우리 사회의 건강성을 진단하는 종합적인 조치가 매우 필요한 시점이다.

우리 사회문제의 심각성은 ‘클렙토크라시(Kleptocracy)’가 만연되고 있다는 진단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클렙토크라시는 도둑 정치 또는 강도 정치로 번역되는데, 정치권력을 사용하여 불법적이며 사적인 이익을 추구하는 부패의 정도가 아주 심한 사회현상을 의미한다. 절대 권력은 절대 부패하므로 권력은 흔히 권력남용과 부패를 동반하기 쉽다. 따라서 권력을 지닌 자는 늘 도덕성을 갖추도록 노력하여야 하고 끊임없이 스스로를 되새겨보고 한다. 이 점은 정치권력뿐만 아니라 문화권력, 경제산업권력 등 다원화 사회답게 우리 사회 여러 곳에 포진한 권력층 모두에 해당된다. 권력자들의 도덕성 추구노력은 일반인들의 그것보다 몇 배 되는 강도가 요구된다. 유혹도 크고 영향과 책임도 그만큼 크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개인적으로는 도덕적인 생활자세가 필요하고 제도적으로는 부정부패방지를 위한 여러 가지 장치가 완비되어야 한다.

여기서 아주 중요한 문제는 교육이다. 왜냐하면, 현사회의 모든 문제가 결국은 ‘인간다움’의 실종에서 일어나기 때문이다. 불과 몇십 년 전만 하더라도 많은 사람이 체면과 위신을 중요하게 생각했고 염치와 양심을 존중했다. 당장 눈앞에 뻔히 보이는 이익도 염치를 생각하여 사양하였고 체면을 돌보아 취하지 않았다. 더구나 사회지도급 인사들의 처신은 무겁고 신중했다. 학교에서 자주 듣는 이야기가 “훌륭한 사람이 되어라”와 “이 나라의 일꾼이 되어라”였다. 그렇다. 지금 교육이라도 제대로 된다면 앞으로는 희망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우리를 슬프게 하는 것은 교육계의 현실이다. 교육문제로 학생이 자살하는 일이 잊을 만하면 발생한다. 도대체 있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나는 데도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다. 우리 사회가 직면하고 있는 총체적 위기를 어떻게 타파할 것이지 심각하게 고민할 시점이다.

윤용섭 삼국유사목판사업본부장
조현석 기자 cho@kyongbuk.com

디지털국장입니다. 인터넷신문과 영상뉴스 분야를 맡고 있습니다. 제보 010-5811-4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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