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존중·다문화사회 이해 중요성 일깨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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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실에서 사라진 악어’는 김일광 동화작가가 아이들과 함께 ‘이야기 잇기’ 놀이를 재편성한 것이다.

어른들의 편견과 욕심으로 크나큰 곤경에 빠지게 되는 악어와 끝까지 악어를 지켜 주려는 아이들의 모험을 그리고 있다.

적도 근처 바다에 살던 악어가 공부방으로 왔다는 상상에서 출발한다.

넓은 바다를 자유롭게 헤엄쳐 다니던 악어가 어느 여름날 아이들의 공부방으로 옮겨와 숨 막히고 갑갑한 공간에 갇힌 채 생활해야 했다.

악어는 존중받아야 할 생명체가 아니고 호기심이나 돋우는, 값나가는 물건이 돼 버렸다.

악어 입장에서 보면 자신의 생각과는 전혀 상관없이 사는 곳을 옮기게 된 것. 나쁜 동물이라는 굳어진 생각과 욕심으로 얽혀 시공창이 된 환경 속에서 악어는 엄청난 두려움에 떨어야 했을 것이다.

자신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삶의 터전을 잃게 된 악어는 위험하고 나쁜 동물이라는 인식 때문에 사람들에게 환영받지 못하고 엄청난 두려움에 떨어야 했을지도 모른다. 뒤늦게 악어의 고충을 깨닫게 된 아이들은 어른들의 욕심과 이기심에 맞서 사라진 악어를 찾아내고 지키기 위해 필사적인 모험을 벌인다.

바다 건너 푸른 섬을 찾아가고 싶어 했던 친구의 꿈을 이루어 주기 위해 스스로 섬이 된 바다악어. 할머니의 옛날이야기를 듣고 아이들은 그런 악어 친구와 함께 푸른 별빛이 뚝뚝 떨어졌다는 전설의 별내 섬으로 가고 싶었다. 마침 동티모르 해안으로 봉사활동을 갔던 단비 아빠가 아이들이 모이는 공부방에 악어를 선물로 들여왔다.

아이들은 악어와 친구가 되고 싶었지만 호기심과 무모한 행동으로 도리어 악어를 힘들게 하고 만다. 더운 여름 물을 갈아 주지도 못하고 먹이도 제대로 챙겨 주지 못한 채 야영을 떠나온 아이들은 홀로 남겨진 악어가 슬슬 걱정되기 시작한다. 말 못하는 동물이라고 악어의 입장은 고려하지 않았던 것. 이들도 우리와 똑같은 생명체이고 나름대로 생활 방식이 있을 텐데, 아이들은 악어를 찾아 나서는 가운데 친구라면 서로 존중할 줄 알아야 했음을 깨닫게 된다.

그런데 어느 날 악어가 감쪽같이 사라져 버렸다. 도망을 친 것일까, 아니면 누가 훔쳐간 것일까. 배가 고프거나 수족관이 좁고 더워서 도망을 쳤다면 큰일이다. 공부방이 있는 문화센터 아래층부터는 주차장이고 그 아래는 위판장. 그곳을 벗어나면 미로처럼 복잡한 시장이다. 악어가 시장 골목 구석진 곳에 숨어 있다가 갑자기 나타난다면….

‘교실에서 사라진 악어’는 사람이든 동물이든 생명을 존중하지 않는 마음가짐, 다른 사람을 돌아보지 않는 이기심이 결국 얼마나 큰 화를 불러오는지 일깨워 준다.

자신이 살던 터전을 잃어버린다는 것은 누구에게나 무척 두려운 일이다. 낯선 곳에서 피부색, 생김새, 어눌한 말, 문화 등으로 당하는 불평등과 업신여김은 정말 견디기 힘들 것이다. 그러나 사람들의 이기심이 터전을 떠나온 다른 생명을 물건으로 보도록 눈을 멀게 하고 말았다.

우리의 눈을 멀게 한 이기심, 내 생각만 하고 다른 사람을 돌아보지 않는 마음을 돌아볼 수 있다.

어쩔 수 없이 살던 곳을 떠나야 하는 사람 중에는 이 동화책 속의 악어와 같은 일을 겪기도 한다.

이들이 낯선 곳에서 피부색, 생김새, 어눌한 말, 문화 등으로 당하는 불평등과 업신여김은 정말 견디기 힘들 것이다. 이들도 살던 곳에서는 가족과 이웃이 있었을 것이다. 먹고 자고 생활하는 모든 일이 익숙했으며, 귀한 생명으로 존중받았을 테다.

인종과 언어, 종교 등 문화적 배경이 다양한 사람들이 함께 어우러져 살아가는 다문화 사회 속에 살고 있다. 이 동화 속 악어와 아이들이야말로 서로의 입장을 고려하고 존중하며 배려하는 마음이 더불어 사는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어 나갈 수 있음을 보여준다.

저자 김일광은 포항에서 태어나 한반도 동쪽 끝 호미곶에서 작품활동을 하고 있다. 1984년 창주문학상, 1987년 매일신문 신춘문예에 당선돼 동화를 쓰기 시작해 초등학교 교과서에 작품이 실리기도 했다. 대표작 ‘귀신고래’는 2008년 포항시 올해의 책으로, 같은 해 창비어린이 ‘올해의 어린이 문학’에 선정된 바 있다. 이 외에도 ‘친구가 생길 것 같아’, ‘조선의 마지막 군마’, ‘말더듬이 원식이’, ‘강치야, 독도 강치야’, ‘외로운 지미’ 등이 있다.


남현정 기자
남현정 기자 nhj@kyongbuk.com

사회 2부 데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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