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속도로를 달리다 보면 ‘깜빡 졸음 번쩍 저승’ 같은 졸음예방 문구, 안전벨트 착용을 촉구하는 ‘꽃보다 안전띠’, ‘ 말하지 않아도 전좌석 안전띠’ 등을 볼 수 있다. 운전 중 휴대폰 통화 자제를 촉구하는 ‘운전 중 전화, 저승사자와 통화’ 등의 살벌한 문구들이 운전자들을 각성시킨다. 너무 문구가 거칠어서 한편으로는 "저렇게까지 험악한 문구를 써야 하나"하는 생각을 하면서도 하루가 멀다하고 일어나는 끔찍한 교통사고 소식을 접하면서 이제는 "오죽하면 저렇게 까지 할까"하는 마음으로 바뀌었다.

경찰이 최근 3년간 발생한 졸음운전 교통사고를 분석해 봤더니 휴가철이 낀 7~8월이 가장 많은 19%가 일어나는 것으로 드러났다. 사망자는 고속국도가 치사율 14.1%로 가장 높았다. 시간대 별로는 밤 2시~새벽 6시, 오후 2시~6시 사이에 가장 많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졸음운전 예방법은 따로 없다. 무조건 졸리면 지정된 졸음쉼터나 안전한 공간에 차를 대고 잠깐 자는 것이 최상책이다. 

17일 오후 영동고속도로 봉평터널에서의 5중추돌사고로 꽃다운 나이의 20대 여성 4명이 목숨을 잃었다. 괴물이 된 관광버스가 앞 차들을 잇따라 들이받는 당시 상황이 담긴 블랙박스 영상을 본 누리꾼들은 ‘이건 사고가 아닌 살인’이라고 공분했다. 시속 105㎞로 고속도로를 주행하다 추돌로 41명의 사상자를 낸 이 사고의 장본인 관광버스 운전자 방 모씨는 경찰에서 졸음운전을 시인했다. 운전자는 사고가 나기 7∼9㎞ 지점부터 눈이 감기고 잠이 쏟아져 껌을 씹었다고 경찰에서 진술했다. 당시 사고 버스를 뒤따르던 차량이 촬영한 블랙박스 영상에는 2차로를 주행하던 버스가 차선을 넘나들며 비틀거리는 모습이 선명하게 포착됐다. 방 씨는 껌을 씹어도 졸음이 달아나지 않았고, 반수면 상태에서 운전하다가 결국 사고를 냈다. 운전자는 사고 전날 숙박시설을 마다하고 버스에서 잠을 잤다고 한다.

음주운전 보다 더 무서운 졸음운전은 우리나라 교통사고 원인 1위다. 운전자들은 졸음을 당연한 생리적 현상쯤으로 생각하고 운전을 계속하는 경우가 많다. 본격 여름 휴가철이 시작돼 가족과 함께 하는 장거리 운행이 잦아지는 계절이다. 끔찍한 영동고속도로 추돌 사고를 기억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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