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포스트 "아시아계의 MLB 적응, 남미계보다 훨씬 어려워"

미국프로야구(MLB) 볼티모어 오리올스의 김현수 선수. 연합
“관중들이 야유를 퍼붓자 김현수는 ‘나 어차피 너희가 말하는 거 못 알아들어’라는 표정을 짓더군요.”

애덤 존스(31·볼티모어 오리올스)는 워싱턴포스트와 인터뷰에서 외야수 동료인 김현수(28)의 시즌 초반을 떠올리며 쓴웃음을 지었다.

워싱턴포스트는 21일(이하 한국시간) 김현수 특집 기사를 실어 그가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에 입문해 고난의 과정을 거친 뒤 팀의 정상급 타자로 발돋움하기까지 과정을 자세히 소개했다.

올 시즌을 앞두고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김현수는 시범경기에서 타율 0.178이라는 저조한 성적을 남겼고, 마이너리그에 내려보내려는 구단을 상대로 계약 조건에 포함된 강등 거부권을 행사했다.

볼티모어 팬들은 4월 5일 개막전을 앞두고 열린 홈구장 식전 행사에서 이런 김현수에게 야유를 퍼부었다.

존스는 “김현수는 만만한 타깃이었다”며 “홈팬들이 무례했다”고 돌아봤다.

김현수는 메이저리그에 남았지만, 시즌 초반 철저히 외면당하며 백업 외야수로 밀렸다.

하지만 제한된 출전 기회에서도 기대 이상의 타격감을 유지하며 눈도장을 받아 주전으로 승격했다. 그는 햄스트링 부상으로 전날 부상자명단에 오를 때까지 46경기에서 타율 0.329(152타수 50안타) 홈런 3개·11타점·18득점의 뛰어난 성적을 거뒀다.

워싱턴포스트는 “이제 김현수가 타석에 들어서면 팬들은 따뜻한 박수로 그를 맞이한다”며 “개막전의 야유는 옛날얘기가 됐다”고 적었다.

김현수는 시즌 초반 자신을 둘러싼 잡음과 관련해 “아무것도 안 보이고 안 들리는 것처럼 행동했다”며 “나는 인내심이 매우 강하다. 소란이 잠잠해지기를 기다렸다”고 돌아봤다.

이 매체는 김현수가 태평양을 건너 미국에 온 직후 그토록 고전했던 이유를 ‘적응의 과정’으로 해석했다.

워싱턴포스트는 “메이저리그에서 스프링캠프는 마라톤을 앞둔 선수의 준비 과정 정도로 인식된다”며 “KBO 리그 스프링캠프는 메이저리그보다 한 달 먼저 열린다. 4월 초 정규리그가 개막했을 때 KBO 선수들은 이미 3개월 정도 야구를 한 상태”라고 전했다.

김현수에게 메이저리그 스프링캠프는 ‘낯섦’ 그 자체였다.

스케줄은 물론이고 언어와 문화도 익숙하지 않았고 한미 양국의 기대도 한몸에 받았다.

이 매체는 아시아 선수가 메이저리그에 적응하는 것이 같은 외국인인 남미계보다 훨씬 어렵다고 했다.

남미계는 메이저리그 선수의 25% 이상을 차지한다. 아시아계는 한국 출신 8명을 포함해 21명에 불과하다.

존스는 “김현수는 우리가 클럽하우스에서 영어나 스페인어로 대화할 때 자신만의 세계에 갇혀 있다”며 “한국어를 할 줄 아는 사람은 김현수뿐”이라고 말했다.

부상자명단에 오른 김현수는 27일 콜로라도 로키스전부터 출전이 가능하다.

워싱턴포스트는 그의 올 시즌 후반기에 대해서도 기대감을 드러냈다.

연합
연합 kb@kyongbu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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