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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치경제부장 이종욱
‘나라가 썩어도 어찌 이렇게 썩었는지 모르겠네요. 이젠 굳이 누구누구라 말할 필요도 없을 것 같네요’

공직세계 곳곳에서 구린내가 진동하면서 국민들이 절망감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검찰의 꽃이라는 현역검사장이 뇌물수수혐의로 구속이 되는가 하면, 한때 칼날같은 법의 손을 펼쳤던 검사출신 변호사가 구속되고, 국민을 개·돼지로 표현한 교육부 고위공직자가 자리를 떠났다.

또 학생들을 보호하라고 배치한 학교전담경찰관이 여고생과 성관계를 맺은 사실이 밝혀졌지만 경찰이 이를 쉬쉬하기 바빴다는 정황들이 쏙쏙 나오고 있다.

경찰청이 이와 관련 감사담당관 등을 인사조치했지만 전보에 그쳐 꼬리자르기가 아니냐는 의혹마저 제기된다.

최근 공직자들과 관련된 온갖 비리와 불·탈법사례들이 터져 나오다 보니 2년전 길거리에서 음란행위를 하다 적발돼 옷을 벗었던 검찰지검장과 최근 빌라주차장에서 음란행위를 하다 적발돼 조사를 받고 있는 간부경찰관의 행위가 오히려 우습다는 생각마저 든다.

이런 가운데 이젠 청와대 수석 1명마저 부동산 및 병역비리 문제로 구설수에 올라 나라가 떠들썩하다.

날로 어려워지는 경제로 인해 서민들의 삶은 1천원짜리 한장에도 민감할 만큼 더욱 팍팍해지고 있지만 100억원이 훌쩍 넘는 뇌물수수혐의로 구속되고, 1천억원대 부동산 비리문제가 구설수에 올랐으니 국민들은 그야말로 ‘억(億)장’이 무너질 따름이다.

여기에 소위 잘나가던 교육부 고위관계자가 국민들을 ‘개·돼지’로 표현을 한 뒤에도 납득할 만한 해명도, 제대로 반성의 기미도 보이지 않고 있으니 국민들의 마음이 오죽하겠는가.

최근 이같은 공직자 비리들이 마구잡이로 쏟아지자 어느 평론가가 이렇게 말했다.

똑같이 공부를 잘해서 공직에 들어섰는데 누구는 감옥에 있고, 누구는 감옥에 있지 않는데 그 이유가 ‘한 사람은 비리가 발각됐고, 다른 사람은 들키지 않았을 뿐’이라는 것이다.

물론 대한민국의 모든 공직자가 그렇다는 것이 아니다.

대다수의 공직자들은 이렇게 뜨거운 여름날, 국민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휴전선을 지키고, 해수욕장 안전을 지키고, 못다한 일을 마무리짓기 위해 비지땀을 흘리고 있다.

다만 일부 공직자들이 자신의 이익과 안위만을 위해 허튼 짓을 하다 보니 전체 공직자가 한통속으로 넘어가 또 다른 피해자가 되고 있는 것이다.

어느 공직자는 “월급받아 애들 학비 대기도 팍팍한 데 수억, 수십억원을 주고 받았다는 공직비리가 터지기만 하면 부끄럽기도 하지만 자괴감마저 든다”고 털어놨다.

이처럼 고위공직자들의 온갖 구린내들이 진동하니 여당에서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설치’가 거론되고 있지만 이마저도 그리 탐탁지 않다.

정부는 그동안 공직자 비리를 막기 위해 간부공직자들을 대상으로 매년 공직자 재산신고를 받고 있지만 최근 발생한 여러 가지 정황들을 보면 아무 소용없는 제도임을 그대로 드러냈다.

즉 아무리 좋은 제도를 만들어 봐야 이를 지키려는 정신이 없다면 무용지물이라는 사실만 확인한 셈이다.

차제에 이같은 제도를 정비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공직자 임용에서부터 매 단계별 승진, 평소 업무평가 등에 반드시 인성검사 또는 평가를 하도록 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본다.

특히 고위공직자로 가는 첫 걸음인 5급 경쟁시험과 사법시험 및 로스쿨에 인성평가를 도입하고, 비중을 높여야 할 것이다.

정치경제부장 이종욱
이종욱 기자 ljw714@kyongbuk.com

정치, 경제, 스포츠 데스크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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