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울뿐인 중산층의 모든 굴레와 의무, 부채에서, 쓰러질락 말락 아슬아슬한 나뭇더미들처럼 우리 머리 위에 쌓아 올리던 거짓에서 벗어나 지금 우리는 이전보다 조금 더 행복한 것이 아닐까? 우리가 얼마나 삶을 망쳐 놓았는지 깨닫는 것은 쉽지만은 않은 일이다. 후회나 두려움보다 우리의 삶 바로 언저리에 몰락의 가능성이 도사리고 있다는 것이 견디기 가장 어려운 점이다” 제스 월터의 ‘시인들의 고군분투 생활기’에 나오는 구절이지만 이는 우리나라 중산층 이하 사람들의 마음을 대변하는 듯하다.

이어지는 경제 위기로 가장은 실직하고 빚을 내 산 집값은 떨어져 빚만 불어나고, 반값을 떠들어 대지만 아이의 비싼 대학 등록금을 대느라 또 빚을 내야 하는 현실이다. 정부는 물가를 잡는다고 하지만 우리 가정의 엥겔계수는 점점 높아만 가고, 다른 것은 다 올라도 내 월급은 오르지 않는 것이 우리 서민의 똑같은 심정이다. 이미 우리 서민들이 처한 상황은 스스로 통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우리 삶의 언저리에 아귀 같은 몰락의 그림자가 입을 벌리고 있다.

이러한 서민의 삶 반대편에서는 어떤 픽션 보다 더 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이야기들이 연일 드러나고 있다. 이제 우리는 통증을 느끼지 못할 정도의 마음의 상처를 입어서 더 이상 충격을 느끼지 못하는 상황이 됐다. 우리 사회 상위 1%의 부도덕과 몰염치는 대중의 삶의 희망을 여지없이 조롱하고 있다. 22일에는 우리나라 최고 기업 삼성전자를 일군 이건희 회장이 과거 성매매를 한 것으로 추정되는 영상이 공개돼 충격을 주었다. “설마 조작이겠지” 했지만 눈과 귀로 확인하고는 허탈감에 빠질 수 밖에 없었다. 양파처럼 까면 깔수록 추한 모습이 계속 드러나고 있는 청와대 우병우 민정수석과 진경준 검사장의 권력형 비리는 상상력을 초월한다. 그뿐인가. 전직 검사 홍만표 변호사는 전관예우 변호를 통해 100채가 넘는 부동산을 게걸스럽게 사들였다. 이들은 모두 우리 사회의 1%다. 하루가 멀다 하고, 출연자를 바꿔 등장하는 1%들의 사회권력층 비리를 보면서 아슬아슬 흔들리며 삶의 언저리를 걷고 있는 서민들은 냉소와 무기력을 더하고 있다. 이래도 희망을 말하는 이들이 있다. 정말로 우리에게 희망이 남아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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