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경기침체는 물론 서늘한 날씨의 영향 커

포항에 사는 주부 박성혜(56·여) 씨는 지난해까지 저녁을 먹은 뒤 더위를 피하고자 시원한 대형 마트를 방문했지만, 올해는 예전만큼 무덥지 않아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졌다.

박씨는 “지난해 여름 너무 더워 에어컨이 빵빵한 대형 마트를 자주 찾았다”면서도 “올여름은 그다지 덥지 않은 데다 마트에 가게 되면 뭐 하나씩 사게 돼 집 주변을 산책하는 것으로 대신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올여름 대형마트·준대규모 점포 등을 찾는 야간 이용 고객이 줄어 지역 유통업체가 울상을 짓고 있다.

이마트 포항 이동점 등 지역 유통업체에 따르면 지난달 1일부터 지난 17일까지 야간시간대(오후 7시~0시)의 매출이 지난해보다 5~9%가량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0시에 문을 닫는 이마트 포항 이동점은 오후 8시부터 4시간 동안의 야간 고객 수가 전년 대비 9% 감소했다.

사정은 하나로마트 포항점과 탑마트 우현점도 마찬가지다.

밤 11시에 마치는 하나로마트와 탑마트는 오후 7시부터 4시간 동안의 야간 고객 수가 전년과 비교하면 5.5%와 7~8% 각각 줄었다.

이는 지역 경기침체로 소비자의 지갑이 굳게 닫혔을 뿐 아니라 여름철 더위 하면 기세를 떨쳤던 대구·경북이 평년에 비해 크게 덥지 않은 것이 원인으로 풀이된다.

무더위를 피해 대형 마트 등을 찾던 기존 소비자가 캠핑 등 야외활동으로 눈을 돌린 것도 주요 원인이다.

이마트 포항 이동점 관계자는 “지갑이 얇아지다 보니 소비를 최대한 줄이려는 소비자 구매 패턴의 변화가 가장 큰 요인”이라며 “‘캠핑족’이라는 신조어가 생길 정도로 야외 활동이 활성화된 분위기도 한몫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하나로마트 포항점의 경우 지역 농특산물 직거래 특판을 진행하는 등 야간 이용 고객을 다시 불러들이기 위해 유통업체마다 대안 마련에 나서고 있다.

하나로마트 포항점 관계자는 “경기 침체는 물론 주변에 소규모 마트까지 경쟁에 합세하다 보니 이 기간 야간 이용 고객이 전년 대비 일 평균 47명 정도 줄었다”며 “지역 농특산물 직거래 특판과 매장 구조 변경 등 대대적인 변화를 줘 분위기를 바꿔볼 생각”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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