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하가 다스려지고 않고는 나 한 사람의 책임(原以一人治天下) 한 몸을 위해 천하를 고생시키는 일을 하지 않는다(不以天下奉一人)” 청나라 명군 옹정제는 이 글귀를 자신의 거실 기둥에 붙여놓고 책임정치를 펼쳤다.

미국 남북전쟁 때 남군 사령관 리장군의 철두철미한 책임의식은 미국사회의 미담으로 전해져 오고 있다. 리 사령관 휘하에 당당한 용모와 작전에도 능수능란한 피겟장군이 있었다. 피겟장군이 돌격부대를 이끌고 게티스버그에 나타나자 북군 진영에서도 그의 늠름한 모습에 찬탄이 쏟아졌다. 피겟 돌격부대는 질풍노도의 기세로 북군 진영을 향해 돌진했다. 그러나 남군의 돌격부대는 매복해 있던 북군의 집중사격으로 전멸하다시피 했다. 5천 명의 병사에서 4천 명을 잃었다. 피겟 돌격부대는 용감하고 사기도 충천했지만 작전은 대실패였다. 그것은 남군의 첫 패배였다.

사령관 리장군은 완패의 책임을 아랫 사람에게 돌리지 않고 자신이 짊어졌다. 리장군은 남부대통령에게 사표를 제출한 뒤 젊고 유능한 새 사령관을 임명할 것을 건의했다. 살아서 돌아온 패잔병들을 마중 나간 리 장군은 “모든 것은 내 책임이오” 자책했다. “결국 모두 내 책임입니다(Moreover the buck stops wite me)”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2009년 성탄절에 발생한 알카에다의 미 항공기 테러 기도 사건에 대해 최종 책임은 자신에게 있다고 강조했다.

“문제를 남의 탓으로 돌리기보다는 실수로부터 배우고 문제를 바로잡아야 한다고 생각한다”는 말도 덧붙였다. 다른 사람에게 책임 전가하지 않고 자신이 모든 책임을 지는 것은 고결한 인품에서만 우러날 수 있다. “위대한 일을 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위대한 일을 책임지고 지휘한다는 것은 더 어렵다” 니체의 말이다.

막스베버는 “국정을 맡은 지도자의 명예는 자기 행위의 책임을 혼자 지는데 있다”고 했다. 서별관회의를 언론에 폭로, 대우조선 사태 책임을 정부 쪽에 돌려 파문을 일으켰던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 홍기택 부총재의 잠적으로 나라 망신시킨 책임을 지는 사람이 아무도 안 보인다. 책임은 ‘낙하산 인사’에 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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