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월(음력) 염천’이라더니 열돔(heat dome)에 갇힌 지구가 헉헉거리고 있다. 올 여름 더위는 유독 심한 것 같다. 전 세계적으로도 폭염이다. 미국에는 26개 주에 폭염 경보가 내리고 중동 지역에서는 54℃까지 오르는 ‘살인더위’다. 중국 상하이도 40℃를 웃돌고, 일본 동부지역도 39℃를 기록했다. 이런 기록을 보면 우리나라의 최근 최고 기온인 24일 대구의 36℃가 무색해질 지경이다.

오늘은 ‘삼복더위’의 한 가운데 날인 중복(中伏)이다. 지금이나 옛날이나 복더위는 견디기 어려웠던 모양이다. 고려 때는 삼복더위에 관리들에게 휴가를 줬다는 기록이 있다. 또 왕이 도로를 내거나 대형 건물을 짓는 공사를 하지 못하도록 지시하기도 했다. 조선왕조실록에도 삼복에는 공역을 금하고 관리들에게 귀한 얼음을 나눠줬다는 얘기가 있다. 고종 때 세운 신학교는 방학을 초복에서 말복까지로 했다. 

수년 전 한 기관에서 복날 기온과 평일의 기온을 40년간 비교해 보았더니 복날이 앞 뒷날 보다 실제로 조금 높게 나왔다고 한다. 하지만 기상학적으로 복과 관련이 없는 우연일 뿐이라고 했다. 어찌 됐든 ‘삼복에는 입술에 묻은 밥알도 무겁다’, ‘삼복더위에 소뿔도 녹아내린다’는 속담처럼 삼복 기간은 여름 혹서기와 겹친다. 

우리 조상들은 삼복 더위를 이기기 위해 보양식을 즐겼다. 옛날에는 복날 팥죽이나 경단을 꿀물에 넣어 얼음에 잰 ‘수단’, 닭 삶은 물에 들깨를 갈아 넣어 만든 ‘임자수탕’, 호박부꾸미 등 요란하지 않은 음식을 복달임 음식으로 즐겼다. 

복날에는 흔히 개고기를 넣고 끓인 보신탕이나 영계에 인삼을 넣고 끓인 삼계탕을 먹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체질에 따라 맞지 않는 사람도 있다. 복날 단체로 먹는 삼계탕은 닭이 양기가 많은 동물이어서 활동적 기운이 부족한 소음인한테는 좋은 음식이다. 하지만 보신탕, 삼계탕과 같은 보양식을 몸이 뜨거운 소양인이 먹으면 열꽃이 피거나 속이 쓰리고 설사를 할 수도 있다. 복달임도 좋지만 소박하게 먹고 물 흐르는 곳을 찾아가 흐르는 물에 발을 담그고 수박이나 깨 먹으면서 일렁일렁 부채질하는 탁족이나 즐기는 것이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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